콘텐츠로서의 광고, 사회적 제도로서의 광고

2022-07-18     황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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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광고의 범주’

대부분의 광고학 개론서에 따르면 광고는 ‘명시된 광고주에 의해 유료의 매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설득적 매스커뮤니케이션(mass and persuasive communication through paid media by identified sponsor)'으로 정의돼 왔다. 하지만 오랫동안 권위를 지켜온 이 정의(definition)는 학계는 물론 업계에서도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권위 있는 학술지인 <Journal of Advertising>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광고 학술지들이 이 정의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현상들(예: 온라인 구전, 인플루언서 효과 등)을 다룬 연구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광고물의 기획 및 제작, 매체의 구매 및 집행 등에 국한돼 있던 광고회사의 주요 업무 영역은 점차 확장돼 이미 컨설팅 기업의 업무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

광고의 전통적 정의를 고수하게 되면 디지털 환경이 대세가 된 지금 노출형 배너광고와 검색형 광고 외에는 전혀 광고의 영역이 아닌 것이 된다. 수많은 블로그와 SNS의 포스팅들, 상품의 구매후기, 유튜브의 제품 관련 리뷰들, 언론의 기업 및 제품 관련 보도들은 광고의 영역이 아니라고 눈을 질끈 감고 모른 척 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학문 또는 산업의 영역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수정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며, 이는 모든 학문 분야, 심지어 자연과학 분야에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어떤 학문 분야 및 관련 산업 분야의 ‘정의’ 또는 ‘범주’의 확정은 단순히 연구의 대상이나 사업의 영역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및 규제의 대상을 선정하는 데에도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예컨대 현재까지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의 (기업 마케팅) 활동이나 기업의 유튜브 채널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대한 규제가 비교적 명확하지 않고 그 실효성이 낮은 이유는 이를 ‘광고’의 영역으로 간주하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광고 정책과 규제, 근본부터 새로워져야

기존의 4대 매체 환경을 기반으로 구축돼 온 광고 관련 정책과 규제는 그 근본부터 새로 세워져야 한다. 아날로그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 환경으로의 전환이 축적적인 변화나 발전이 아니라 불연속적인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이제 TV매체의 영상광고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동영상광고라는 이름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인플루언서 광고는 전체 디지털 광고 예산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까지 커져 버렸다. 소비자들은 광고를 언론 보도의 부속물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러한 광고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디지털 광고가 데이터에 의한 퍼포먼스 마케팅을 빠르게 이끌어 나가면서 각광 받아 왔지만, 그 이면에서는 사회적 제도로서 광고가 담당해야 할 책임 또한 커져가고 있다. 현재진행형 이슈인 제3자 쿠키 정보의 수집 제한은 사실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던 일이며, 그것이 정부 쪽이 아니라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에 의해 촉발됐다는 점은 그간의 우리 정부의 관련 정책 수립 및 업계의 대응 등이 근시안적으로 이루어져 왔음을 의미한다. 

1990년대 말 가장 촉망받던 광고매체로 등장한 이메일이 어떻게 스팸이라는 취급을 받으며 싸구려 매체로 전락했는지를 기억해 본다면, 사용자의 정보수집 동의를 기반으로 한 광고 메시지 전달은 장기적 관점에서 디지털 매체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중요한 방편이라 할 수 있다. 

당장 업계에서는 구매자들의 광고 노출로부터 제품 검색 및 구매에 이르는 경로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맞춤형 광고의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정보수집 동의를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어떻게 파악하고 제공할 수 있는지 등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서둘러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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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 콘텐츠로서의 사회적 지위 인정 필요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과 적절한 규제의 기초를 다지는 일은 기존의 분산된 광고 관련 법령과 주관 부처 등을 모두 통합할 수 있는 광고 정책 조직의 일원화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새로운 매체와 광고 유형이 등장하고, 이를 진흥 또는 규제하기 위한 법령이 임기응변식으로 제정돼 온 것이 오늘에 와서 복잡하고 실효성도 떨어지는 정책이 난무하는 상황으로 진행돼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광고산업진흥법의 제정, 그리고 광고를 하나의 콘텐츠 산업으로 규정하고 독자적으로 정책적인 뒷받침을 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를 설정하는 것은 광고업계 및 학계 구성원 모두가 바라는 일일 것이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산업의 장기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하다. 모든 매체의 수입원이며, 창의적인 콘텐츠를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사회적 제도로서의 광고에 대한 합당한 조치라 할 수 있다. 

광고는 언론 보도의 부속물이 아니며 단순히 판매의 도구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콘텐츠로서 그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아야 할 때가 됐다. 새로운 정부의 혁신적인 변화 노력과 함께 이제 느긋할 수만은 없는 광고업계 이해당사자들의 협력이 절실하다. 

 


황장선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한국광고학회 회장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산업협회 발간 <The Ad> 칼럼을 전재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