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Japan] MUJI의 새로운 도전
‘무인양품(無印良品)’은 주식회사 ‘양품계획 (良品計画, 료힌케이카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이다. 일본어 발음인 '무지루시료힌(無印良品)'에서 무지루시(無印)는 '브랜드가 없다', ‘료힌(良品)’은 '품질이 좋은 제품'이라는 뜻으로, 즉 '상표가 없는 좋은 물건'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No-Brand Quality Goods'라고 번역하지만, 비한자권 국가에서는 일본어 발음 앞부분의 두 음절을 따와 ‘MUJI’라는 상표를 사용한다. 이름 그대로 제품 디자인에 브랜드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주로 생활 잡화를 판매하는데 실제로 매장을 방문하면 이런 것까지 파는가 할 정도로 상품 종류가 다양하다. 의류, 가구, 인테리어, 주방, 생활용품을 시작으로 헬스, 뷰티, 화장품, 문구 그리고 식품까지 생활용품 전반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 아래의 프로모션 비디오는 MUJI가 아침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생활의 전반에 걸쳐서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인간 생활의 기본인 의식주의 거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고 있다.
MUJI의 브랜드 콘셉트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여, 지속 가능한 삶과 편안한 생활을 추구하는 것이다. 마케팅 전략은 독특하며,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화려한 로고와 다채로운 디자인을 사용하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제품의 품질과 생산에 사용된 재료에 중점을 둔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스트 디자인 미학과 자연스러운 색상 배합은 현대 생활의 피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평온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MUJI 호텔
하지만 무지가 생활 잡화만을 판매하는 회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21년 3월에는 야채, 과일 등 청과물 시장에도 진출한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냉동 식품, 음료도 판매한다. 채소, 과일, 고기, 해산물 등 신선식품은 점포 인근의 농가로부터 조달한다. 환경을 배려한 소재를 사용하여 일반적인 슈퍼보다는 비교적 비싸지만, MUJI의 브랜드 지명도를 살려서 품질에 신경을 쓰는 소비자를 공략한다. 다소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호텔 사업에 진출했다. 2018년에 중국 베이징과 선전에서 시작한 ‘MUJI 호텔’을 시작으로 이듬해인 2019년에는 도쿄 긴자에 호텔이 포함된 상업 시설을 오픈했다. 호텔과 연결된 매장에서는 신선식품, 식료품, 의류 등 생활에 필요한 상품을 종합적으로 취급하며, 객실에 비치된 조명, 드라이어, 시계나 유리컵 등의 비품은 무지의 제품을 사용한다. 고객이 실제로 제품을 사용해 보면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고객의 의견을 제품 개발에 반영할 수 있다. MUJI의 심플하고 기능적인 가치관을 바탕으로 여행지에서도 일상생활의 연장선처럼 편안함을 제공하는 숙박 시설이다.
MUJI의 개척자 정신
코로나의 부진을 극복해 가면서 24년 현재 실적은 회복되어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가구, 잡화,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비슷한 콘셉트의 경쟁업체가 증가하면서 지금까지의 전략만으로는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래서 창업 이래로 MUJI만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기업 이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의 사업에 확장하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의 창출하겠다는 개척자의 정신으로 미래를 준비한다. 지금까지 아직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걸어온 MUJI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개척자 전략 1: 지역 토착화 마켓
MUJI의 정신이 잘 드러나는 첫 번째 전략은 '토착화'라고 불리는 접근법이다. MUJI는 신규매장을 오픈하는 경우 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고객의 구매력에도 한계가 있는 지방에 의도적으로 진출한다. 많은 기업이 인구가 많은 도시를 목표로 하는 흐름 속에서 '역발상'의 움직임이다. 과거에는 도시의 상업 시설 내에 매장이 집중되었으나, 최근에는 지방이나 교외의 생활권을 주축으로 지방 각지의 식품 슈퍼마켓이나 생협 옆에 연이어 신규 매장을 오픈한다. 지방에서 지지를 얻으려면 도시와는 달리 가격을 낮추는 노력이 더 요구되고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수익성 확보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그런데도 대도시에서의 발전을 목표로 하는 비즈니스 상식과는 상반되게 지방을 공략하는 점은 소비 사회에 대한 역발상에서 시작된 MUJI의 본질과 일치한다. 새로운 길이기에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다면,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개척자 전략 2: 숙박업의 확산
2018년 ‘MUJI HOTEL’이라는 호텔 사업을 시작한 이후 이 분야에 대한 새로운 파생 사업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2023년에는 빈집 등을 유효하게 활용하여 숙박을 제공하는 ‘MUJI BASE’ 사업을 시작했다. 오래된 민가를 개조해서 숙박 시설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인구 감소가 문제가 되는 지방 도시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놀고 있는 폐교 등을 활용하여 국내외 여행자들에게 지역 문화를 여유롭게 체험하게 한다. 이처럼 ‘지역 문화 체험 기지’를 콘셉트로, 자연과 공생하면서 지역의 문화와 식재료를 활용한 생활을 체험함으로써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도심에서 벗어난 곳에서의 평온한 일상을 경험하고, 지역의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는 장소가 되는 것이 ‘MUJI BASE’의 목표이다. ‘MUJI ROOM’이라는 신규사업은 기존의 호텔, 료칸, 임대 별장 등의 숙박 시설의 객실 중 한 개 또는 몇 개를 MUJI가 임대한 후에 객실을 개조하고, 운영은 숙박업체에 위탁하는 사업이다. ‘새로운 생활의 공동 창조의 장’을 콘셉트로, 기존 시설 내에 MUJI의 브랜드 세계관을 연출하여 색다른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2024년 초에 막 시작한 사업으로 향후의 추이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캠핑장 사업인 'MUJI CAMP' 사업이 있다. ‘자연을, 자연 그대로 즐기다’는 콘셉트 아래 1995년에 시작한 이래 과도한 서비스를 일부러 제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캠핑장을 운영해 왔다. 이상 MUJI HOTEL, MUJI BASE, MUJI ROOM 그리고 MUJI CAMP를 합쳐서 ‘MUJI STAY’라는 이름으로 통합 운영을 하고 있다.
‘MUJI STAY’의 목표는 ‘커뮤니티형 중장기 체류’이다. 여러 번 방문하고, 오래 머무름으로써 더 깊이 즐길 수 있도록 지역 체험 가치를 새롭게 디자인한다. 그 지역과 관련된 음식, 역사 등의 문화와 풍토에도 주목하면서, MUJI의 상품과 인테리어를 사용하여 MUJI다운 느낌을 강조한다. 지역 환경과 세계와 더 깊이 연결되어, 그 지역이 지닌 잠재적인 힘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끌어냄으로써 누구나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지역에 녹아 있는 또 다른 생활’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앞서 소개한 지역 토착화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MUJI STAY는 ‘생활’의 개념을 재정의함으로써 숙박 시설과 주거의 방식을 재검토하고,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혁신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이다.
개척자 전략 3: 로손(Lawson)과의 제휴
2022년에는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와 더불어 일본 3대 편의점인 ‘로손’과 업무 제휴를 하였고 전국 14,643개 로손 매장에 상설 판매대가 설치되어 MUJI를 만날 수 있다. ‘기분 좋은 생활과 사회’의 실현을 위해, 생활의 기본이 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손은 ‘우리 모두와 함께 생활하는 동네를 행복하게 합니다’라고 하는 그룹 이념 아래 사회적 과제를 파악하고 지역 사회의 생활에 새로운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마을의 따뜻한 장소’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 토착화의 일환으로 각 지역의 매장을 지역 커뮤니티 센터 주변에 오픈하여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렇게 양사의 이념이 일치하여 전국 전개에 이른 것이다. 앞으로는 공동으로 PB상품 개발이나 서비스 개발 등을 진행하여 더욱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확대해 나간다고 한다. 이 또한 지역 토착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문명은 세계로 문화는 지역으로(Global civilization, Local culture)
이처럼 MUJI는 ‘느낌 좋은 삶과 사회’의 실현을 이념으로 내걸고, 심플하고 베이직한 생활 브랜드로서 ‘의’뿐만 아니라 ‘식’, ‘주’ 영역에서도 생활자에게 신뢰받고자 노력한다. ‘문명은 세계로 문화는 지역으로(Global civilization, Local culture)’라는 말이 있다. 문명, 기술은 세계 보편화를 지향하고 문화는 고유함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MUJI는 보편적인 기분 좋은 생활을 제안하면서도 동시에 그 지역다운, 지역에 어울리는 MUJI가 되고자 한다.
2011부터 전국의 MUJI 매장에서 비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연결되는 시장 (つながる市)’은 "사람과 연결되고, 마을을 연결하다"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기간 한정 마켓이다. 식품과 지역 특산품 판매, 어린이 옷 교환 행사, 워크숍 주최 등의 형태로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많은 단체가 동참한다. 한국 MUJI에서도 2018년부터 지역별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많은[GY1] 물건과 사람이 오고 가며 새로운 관계와 새로운 일, 사고방식 등이 생겨난다. 이렇게 가게와 손님, 가게와 가게가 연결된다는 점에서 ‘연결되는 시장’으로 이름 지었다. ‘연결되는 시장’은 지역에 생활하는 모두가 함께 성장시키는 시장이라는 의미에서 MUJI의 지역 토착화 전략의 상징적인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동네에 있는 단골 가게처럼, 자주 가는 공원처럼, 이웃 주민처럼, 이것이 ‘연결되는 시장’이 추구하는 그림이다. 이것이 지역 토착화를 지향하는 MUJI가 그리고 있는 미래 시장의 모습일 것이다.
양경렬 나고야 상과대학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