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시스, 2025년 상반기 실적 발표… “AI는 취향을 모를 수밖에 없다”

퍼블리시스, 2025년 상반기 실적 발표… “AI는 취향을 모를 수밖에 없다”

  • 최영호 기자
  • 승인 2025.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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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종속 거부와 ‘인텔리전트 크리에이티비티’ 전략으로 경쟁사와 차별화
출처 퍼블리시스 X 계정
출처 퍼블리시스 X 계정

[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글로벌 광고·마케팅 그룹 퍼블리시스(Publicis Groupe)가 2025년 상반기 실적 발표를 통해 강력한 성장세와 함께, AI 중심 전략과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혔다. 아서 사둔(Arthur Sadoun) CEO는 “AI가 광고 산업 전반에 깊숙이 들어왔지만, 브랜드의 전략과 소비자 통찰, 그리고 ‘취향’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며, 인간 중심의 ‘조율자’로서 광고회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반기 호실적… 유기적 성장률 5.4%, 수익성과 현금흐름 모두 양호

퍼블리시스는 상반기 총 매출 약 84억 8,000만 유로, 순매출 71억 5,000만 유로를 기록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유기적 성장률은 상반기 5.4%, 2분기에는 5.9%로 상승했고, 영업이익률은 17.4%로 글로벌 주요 광고회사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8억 2,400만 유로이며, 잉여 현금흐름도 11% 넘게 증가해 재무 건전성을 입증했다.

코카콜라, 마스, 네스프레소, 레고,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신규 수주 성과도 돋보였다. 상반기 신규 수주 규모는 약 52억 달러에 달하며, 특히 헬스케어, 리테일, 식음료 산업에서 데이터 기반 캠페인 운영 모델을 확립한 점이 주목받았다.

‘인텔리전트 크리에이티비티’… 퍼블리시스의 AI 전략은 인간 중심

퍼블리시스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인간의 직관과 크리에이티비티를 보완하는 기술적 조력자로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사둔 CEO는 이를 ‘인텔리전트 크리에이티비티(Intelligent Creativity)’로 정의하며, “AI는 숫자를 기반으로 판단하지만,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지막 10%는 인간의 감각과 판단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감정 없는 효율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감성”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퍼블리시스는 AI, 데이터, 기술 인프라에 12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자사 AI 플랫폼 ‘CoreAI’에 5,500만 유로를 추가 투입했다. 이를 기반으로 실시간 사용자 분석, 메시지 테스트, 개인화 캠페인 설계, 성과 예측 등 통합형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현재 50건 이상의 AI 기반 파일럿이 글로벌 시장에서 운영 중이며, 콘텐츠 제작 시간 단축, 광고 성과 개선 등의 실질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플랫폼에 신용카드를 맡길 수는 없다”… 단일 생태계 의존 경계

사둔 CEO는 메타, 구글 등 단일 플랫폼 중심의 광고 생태계에 대한 분명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클라이언트가 하나의 플랫폼에 신용카드를 맡기고 마케팅을 통째로 위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라며, 데이터 주권과 브랜드 통제를 플랫폼에 넘기는 구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퍼블리시스는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된 데이터 거버넌스와 투명한 측정 체계를 바탕으로 브랜드 전략을 주도할 수 있는 ‘통합 파트너십’ 모델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플랫폼과 경쟁하지 않는다. 플랫폼을 넘어서는 전략을 만든다”는 발언은 퍼블리시스가 광고회사로서 단순 대행을 넘어 조율자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 전환… 리스크 요인도 존재

퍼블리시스는 기술·데이터 기반 전환에서 WPP, 옴니콤 등 경쟁사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CoreAI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수익화 전략은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디지털 컨설팅 계열사 퍼블리시스 사피엔트(Publicis Sapient)의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 사둔 CEO는 “기술 기반 전략 컨설팅 수요가 일부 산업에서 지연되고 있지만, AI 윤리, ESG 기반 커뮤니케이션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 마케팅 예산 축소, 환율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외부 변수도 잠재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기술을 넘어서는 전략, 조율자로서의 광고회사 부상

퍼블리시스는 이번 발표를 통해, 기술 중심 전환기 속에서도 브랜드 독립성과 인간 중심 전략이 광고 산업의 핵심 가치로 다시 부상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AI는 도구일 뿐이며, 브랜드 철학과 소비자 감성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다.

사둔 CEO는 “자동화와 크리에이티비티가 함께 움직이는 시대에는, 광고회사가 단순 실행자가 아니라 전략 조율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퍼블리시스가 제시한 ‘오케스트라형 광고회사’ 모델은 기술, 데이터, 크리에이티비티, 윤리를 통합적으로 실행하는 미래형 파트너십의 한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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