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브랜드와의 연애수칙

3. 브랜드와의 연애수칙

  • 하인즈 베커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5.0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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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 훅 가는 마케팅 비법은 없다.
이 잡지들 중 하나와 인터뷰를 했다 / 하인즈 베커 사진 
이 잡지들 중 하나와 인터뷰를 했다 / 하인즈 베커 사진 

[ 매드타임스 하인즈 베커 칼럼니스트] 미국의 마케팅 전문지와 인터뷰를 했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해보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정보가 많아지면, 환상이 줄어든다. 우리는 새로운 연인을 만났을 때, 상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환상에 빠진다. 15일을 함께한 연인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많기에 더욱 매력적이고 설레는 존재다. 하지만 15년을 함께한 가족과는 다르다. 우리는 서로의 모든 것을 안다. 아침에 어떤 모습인지, 감기 걸리면 어떻게 짜증을 내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말버릇이 있는지까지. 그래서 환상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애정의 문제가 아니다. 단지, 정보량의 문제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예전과 다르게 현대의 소비자는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한때 브랜드가 감추고 싶었던 이야기들, 이미지 뒤에 숨겨진 진실, 심지어 제품이 출시되기도 전에 등장하는 리뷰까지. 소비자는 이제 브랜드의 환상보다 ‘실체’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환상을 심어준다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조여정과 클라라. 어쩌면 여자 친구와 와이프 / 보그코리아 사진 

‘한 방에 훅 가는’ 마케팅 기법? 그런 건 없다. 한순간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처음에는 환상으로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남는 건 디테일이다.

아침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주고, 점심시간에 “맛있게 먹어”라고 문자를 보내고, 저녁이면 도너츠 봉지를 들고 퇴근하는 것. 주말이면 귀찮아도 함께 마트에 가고, 기념일을 잊지 않고 챙기는 것. 사랑이 지속되는 방식은 이처럼 사소한 행동의 반복에서 비롯된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화려한 광고, 한 순간의 대박 이벤트가 아니라, 소비자와의 꾸준한 관계 맺음. 작은 배려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 그것 말고는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방법이 없다.

브랜드는 연인과 같다. 첫 만남에서는 화려한 포장과 환상이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오래 함께하려면, 결국 중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신뢰다. 그리고 그 신뢰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곁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얼마나 꾸준하게 마음을 쓰는지에 달려 있다. 알겠나, 제군들? 

 


하인즈 베커 Heinz Becker 

스무 살때 영화 <비오는 날 수채화>의 카피와 광고를 담당한 이후, 30년 가까이 전 세계 광고회사를 떠돌며 Copy Writer, Creative Director, ECD, CCO로 살았다. 지휘한 캠페인 수백개, 성공한 캠페인 수십개, 쓴 책 3권, 영화가 된 책이 하나 있다. 2024년 자발적 은퇴 후, 브런치와 Medium에 한글과 영어로 다양한 글을 쓰면서 전업작가로 살고 있다. 

Cosmopolitan. Writer. Advertising Creative Director. Created hundreds of advertising campaigns and written three books. One of them was made into a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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