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드타임스 양경렬 칼럼니스트] 일본에 논 알코올 음료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2022년의 논 알코올 음료 시장 규모는 818억 엔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663억 엔) 대비 23.4% 증가한 것이다. 10년 전에 비해 시장 규모가 1.4배 증가하였고 이 추세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아사히 맥주에 따르면, 일본인 20~60대의 약 8,000만 명 중 약 4,000만 명이 술을 마시지 않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경우는 절반 이상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 술 취하면 별로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이미지적인 측면에서 논 알코올 음료를 즐기는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귀가에 신경 쓰지 않고 어느 순간 과음하게 되는 상황이 많아져서 가능한 주량을 조절하기 위해 논 알코올을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요리에 맞는 술을 제공하는 페어링 플랜에 논 알코올 음료를 도입하는 가게도 늘어나고 있다. 대중적인 논 알코올 음료와 비일상감을 맛볼 수 있는 음료로 양극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렇게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건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건 누구든 논 알코올 음료를 즐길 기회 늘어나리라 본다.
또한 논 알코올 음료의 평균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최근 식품 및 음료의 가격 상승 트렌드도 원인이지만, 놓칠 수 없는 것은 건강을 강조하는 음료에 의한 가격 상승효과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건강을 생각하는 의식의 고조로 인해, 논 알코올 맥주 소비자의 약 70%가 기능이 추가된 제품을 선택한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논 알코올 음료에 대해 새로운 가치를 찾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류업계에서는 소비자의 "알코올 이탈"이라고도 불리는 상황에서, 알코올 음료와 논 알코올 음료의 공존을 추구하는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다.
금주는 세계적인 트렌드
일본만의 상황이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맥주, 와인, 증류주 등 논 알코올 음료는 맛과 접근성이 개선됨에 따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류 트렌드 조사기관인 IWSR에 따르면, 글로벌 논 알코올 음료의 판매량은 2023년에서 2027년 사이에 연평균 성장률(CAGR) +7%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전체 알코올 시장의 거의 4%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금주를 결심하는 것은 이제 연초에만 일어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연중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은 완전히 금주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음주량을 조절하기 위해 알코올 음료와 논 알코올 음료를 번갈아 가며 마시기도 한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한 음주 습관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젊은 세대가 음주를 줄이고 있다. 미국의 주류 전자상거래 플랫폼 Drizly에 따르면, Z세대 응답자의 23%와 밀레니얼 응답자의 24%가 논 알코올 맥주, 와인 또는 증류주를 자주 마신다고 보고한 반면, X세대는 6%, 베이비붐 세대는 1%만이 같이 응답했다. 많은 Z세대가 금주를 선택하는 트렌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음주 문화를 재편할 수 있다.
술을 팔지 않는 바
이렇게 논 알코올 음료 시장에 활기가 띠고 있는 상황에서 술을 팔지 않는 바가 눈길을 끈다. 도쿄에서 가장 활기찬 나이트라이프를 자랑하는 지역 중 하나인 롯폰기에 술을 팔지 않는 바가 등장하였다. 바의 이름은 ‘0% Non-Alcohol Experience’. ‘마시지 않고 취하자’라는 콘셉트로 새로운 논 알코올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술은 마시지 못하지만, 분위기를 즐기고 싶거나 또는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음주량이 늘어서 간을 조금 쉬게 해야겠다는 사람들이 고객이다. 논 알코올 음료 하면 단지 주스나 값싼 음료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 바에서는 이러한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노력한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바를 즐길 수 있다는 새로운 가치를 발신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피규어 등을 좋아하는 오타쿠들의 성지로 여겨지는 도쿄의 아키하바라에는 ‘Low-Non-Bar’가 있다. ‘Hotel Resol Akihabara’에 위치하여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마시는 사람도 즐길 수 있다는 콘셉트로, 이곳은 (논)알코올 음료뿐만 아니라 공간과 분위기를 즐기는 곳으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논 알코올 칵테일 메뉴 개발과 매장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고 있다.
아사히 맥주: Smart Drink Bar
1889년에 설립되어 맥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류와 음료를 생산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맥주 회사인 아사히 맥주는 술을 마시는 사람뿐만 아니라 마시지 않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바인 "SUMADORI-BAR SHIBUYA(스마도리 바 시부야)"를 기존 시설을 새롭게 단장해서 2024년 3월 도쿄 시부야에 리뉴얼 오픈했다. "스마도리(SUMADORI)"는 일본어로 "스마트" (スマート, Sumāto)와 "드링크"(ドリンク, Dorinku)의 합성어이다. "스마토(スマート, Sumāto)"는 영어 "Smart"를 일본어로 음차한 것이며, "도링크(ドリンク, Dorinku)"는 영어 "Drink"를 음차한 것으로 "스마도리"는 "스마트하게 마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음료의 알코올 도수는 0%, 0.5%, 3%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알코올을 마시는 사람도 마시지 않는 사람도 같은 메뉴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타임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밀레니얼과 Z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삼아, 짧은 시간 안에 손쉽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음주 방식뿐만 아니라 고객들끼리 연결되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더욱더 ‘스마도리’의 보급을 증진하고자 한다. 아사히 맥주는 2020년, 마실 수 있는 사람도 마실 수 없는 사람도 음주의 장을 즐기는 것을 콘셉트로 한 "스마트 드링킹(Smart Drinking) 선언"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스마도리 바’는 이 콘셉트를 실제 매장에서 구현하고 있다.
음주에 대한 사람들의 동기는 진화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대안은 확대되고 있다.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언제, 왜, 어떤 상황에서 음주를 선택하고, 언제, 어떠한 이유로 금주하거나 음주에 간격을 두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논 알코올 음료 시장이 성장하면서 향후 알코올 음료 시장은 서서히 하지만 점진적으로 진화할 것이다. 주류 메이커의 향후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양경렬 나고야 상과대학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