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국제 모터쇼, 119년의 대장정을 마치다

제네바 국제 모터쇼, 119년의 대장정을 마치다

  • 최영호 기자
  • 승인 2024.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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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제네바 국제 모터쇼
출처 제네바 국제 모터쇼

[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한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자동차 산업의 주요 요소였던 제네바 국제 모터쇼가 폐막을 발표했다. 이 결정은 1905년에 시작된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며, 자동차 산업 애호가들과 전문가들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1905년 첫선을 보인 이래 2019년까지 ▲디트로이트 모터쇼(미국) ▲뮌헨 국제 모빌리티쇼(독일) ▲파리 모터쇼(프랑스) ▲도쿄 모터쇼(일본) 등과 함께 세계 5대 모터쇼 가운데 하나로 꼽힌 제네바 국제 모터쇼는 자동차 산업의 중요한 이정표와 도전을 대표한다. 특히 스위스에는 완성차 업체가 없기 때문에 독일이나 미국 등 전통적 자동차 강국에서 열리는 모터쇼와 달리, 특정 국가에 치우치지 않은 기술 경쟁의 장이자 가장 공정한 모터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이 행사는 제조업체들의 관심이 감소했다. 이 시들해지는 열정과 파리와 뮌헨의 다른 쇼들과의 경쟁이 이 유감스러운 결정으로 이어졌다. 재단도 해체된다.

제네바 국제 모터쇼 X 계정
제네바 국제 모터쇼 X 계정

전성기에는 120여 개 업체와 1만여 명의 취재진, 60만 명의 방문객이 찾기도 했다. 2005년 거의 75만 명의 방문객을 모으며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나 2020년부터 코로나19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세계 지정학적 상황의 불안정 등을 이유로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취소됐다. 

올해 이 쇼는 복귀와 동시에 전시업체와 방문객 모두가 크게 줄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현대차그룹 등 주요 완성차 업체 35개가 참석한 2019년과 달리, 올해에 글로벌 완성차 판매 1위인 도요타를 비롯해 폴크스바겐, 현대·기아차, 스텔란티스그룹 등 주요 업체 대부분이 불참했다. 이런 탓에 방문객도 60만 명에서 17만여 명으로 급감했다.

오토카는 "누가 제네바 국제 모터쇼를 죽였나?(Who killed the Geneva motor show?)"라는 기사에서 제네바 쇼 폐지에 대한 5가지 이유를 내놓았다.

첫째, 제네바 쇼는 2020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세계 지정학적 상황의 불안정 등을 이유로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취소됐다. 올해 2월 다시 문을 열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둘째,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전기차 등 자동차가 전자제품화되면서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국제 모터쇼보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에 참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제네바 쇼는 오로지 자동차에 국한, 자동차 이외 기업은 등한시했다.

셋째, 2019년 행사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됐으나 참가 업체를 위한 보상이 없었다. 이에 대해 오토카는"분노했던 일부 기업이 이후 지원을 끊었다"고 지적했다.

넷째, 미디어 환경의 변화도 하나의 원인이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과 동영상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신차를 접할 기회가 다양해졌다. 20세기까지는 국제 모터쇼가 신차 뉴스를 접할 유일한 기회였으나 이제 PC와 스마트폰으로 충분히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끝으로 제네바 쇼를 표현하는 '가장 공정한 모터쇼'가 역설적으로 폐지 원인이 됐다. 5대 모터쇼 대부분이 자국 브랜드의 지원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나, 정작 자국 자동차 기업이 없는 스위스가 '공정함'만을 앞세우는 것은 오히려 생존과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제네바 쇼는 폐막했지만, 명맥은 중동 카타르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작년 10월 도하에서열린 첫 행사는 성공적이라고 여겨졌고, 다음 쇼는 2025년 11월에 열릴 예정이다. 이 변화는 국제 모터쇼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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