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드타임스 한창희 칼럼니스트] 요즘 광고 업계가 한파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광고 업계는 그 상황이 심각한 것 같습니다. 다수의 업계 전문가들은 경기 하락으로 말미암은 마케팅과 광고 활동의 저하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우리나라의 디지털 광고회사 보상 체계(Agency Compensation)가 문제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보상 체계
보상 체계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의 문제입니다. 광고 업계도 중요한 이슈 중 하나입니다. 세계광고주협회(WFA, World Federation of Advertisers), 미국광고주협회(ANA, Association of National Advertisers) 등 주요 광고 관련 단체에서는 주기적으로 실태조사와 트렌드 및 권장 가이드라인을 배포함으로써 업계의 발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보상체계는 대체로 인력 투입 시간, 프로젝트 건당 등 투입된 리소스에 보상을 하는 피 방식(Fee-Based), 집행 미디어의 일정 부분의 수수료(커미션)을 받는 커미션 방식(Commission-Based), 합의된 성과의 이행 여부에 따라 보상을 받는 성과 연동형 방식(Performance-Based)이 일반적입니다.
세계광고주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보상 체계와 관련하여 아시아 국가의 경우 커미션 방식의 비중이 미국, 유럽 등 나라의 비해서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일반적 보상 체계는 대부분 커미션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커미션 방식은 글로벌에서도 가장 오래된 보상 방식으로 매체비의 15%를 받는 것이 평균적이고 통상적입니다. 우리나라도 전통 미디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15% 내외의 커미션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피 방식은 인력 투입 시간, 프로젝트별로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고도화된 전문 인력이 필요로 하는 컨설팅, 회계법인, 로펌 같은 업계에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광고 업계에서는 디지털 광고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성과 연동형은 상호 합의한 성과와 연동하여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단일 보상 체계로도 활용되지만, 통상 피 방식이나 커미션 방식과 연계해서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미국광고주협회에서는 보상 체계 관련하여 약 50년간 추적 조사하여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배포된 18차 보고서(Trends in Agency Compensation, 18th Edition, 2022)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피 방식의 보상 체계 : 82%가 피 방식의 보상 체계를 따르고 있음. 흥미로운 점은 인력 투입의 피 방식(Labor-Based Fees)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고정된 피 방식(Fixed Fees) 혹은 성과 기반(Output-Based Fees) 방식도 매우 증가하였다.
- 성과 인센티브 감소 : 피 방식과 연계한 성과 인센티브(Performance Incentive – 목표 성과에 따른 추가 보상이나 보너스 등을 의미)의 비중이 감소하였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지점은 “피 방식이 일반적 보상 체계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디지털 광고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디지털 광고 태동기인 199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피 방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는 매우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디지털 광고가 기존 전통 매체와는 다르게 전문 인력의 투입이 계속 필요한 점, 전문회사와 전문가들의 업무 편차로 인한 성과가 달라진다는 점, 업계의 전문 인력 공급 대비 수요가 부족하다는 점 등입니다. 피 방식의 보상 체계가 확산하면서 흔히 말하는 ‘고급 인력’의 유입도 증가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이 다수의 컨설팅 업계가 디지털 광고 산업에 진입하는 동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세계 Top 10 에이전시에 액센추어, 딜로이트디지털, IMB 등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도 디지털 광고에서 큰 몫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
또 다른 시사점은 보상 체계가 계속 진화한다는 점입니다. 커미션 방식과 피 방식을 결합하거나, 피 방식에서 인력 투입과 프로젝트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성과를 연동시켜서 보상 체계에 변화를 주기도 하는 등 지속해서 개선, 발전하려고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전통 매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성과 연동형(Performance-Based)을 들 수 있습니다.
보상 체계에 대한 오해와 고민
보상 체계에 대해서 대표적인 오해는 ‘최소한의 보상 제공으로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착각입니다. 보상 체계의 핵심은 ‘광고주와 광고회사가 상호 협력해서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체계’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미국광고주협회와 미국광고회사협회는 2002년 효과적인 보상체계에 대한 지침(Guidelines for Effective Advertisers/Agency Compensation Agreements)을 공동으로 발표하고 이행할 것을 권장하였습니다. 이에 따르면 이상적인 보상 체계는 광고주와 광고회사 간에 목표와 목적을 명확히 하고, 업무 범위를 논의한 후, 보상 체계에 대한 방식을 협상하며, 최종적으로 보상 내역과 방식을 결정하여 계약서에 문서로 만들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특정한 보상 체계 방식이 모든 광고주에게 적용할 수 있지 않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논의를 거쳐서 상호간에 적절하게 수행 가능한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통 매체는 비교적 커미션 체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광고는 굉장히 복잡합니다. 국내 매체는 처음부터 전통 매체 방식을 따라서 커미션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만, 유형별로 상품별로 커미션이 다 다릅니다. 검색 광고는 15%, 노출형 광고는 20% 이런 식입니다. 글로벌 매체는 커미션이 없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광고회사가 피 방식으로 광고주에게 보상을 받기 때문에 매체가 중복해서 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부 커미션을 마크업(Mark-up) 방식으로 커미션을 ‘얹어서’ 집행해 왔습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이 커지고, 디지털 광고회사가 계속 등장하고, 경제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여러 갈등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일단 국내 매체는 커미션을 ‘광고회사가 자기 돈을 가져가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글로벌 매체들은 안주는 커미션을 우리는 왜 주는가?”에 대한 생각입니다. 당연히 커미션을 낮추고 싶어합니다. 광고주들은 글로벌 매체들 집행시 커미션을 ‘안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매체는 어차피 매체가 떼 주는 것이지만, 글로벌 매체는 없던걸 ‘얹어서’ 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보상 체계 관련해서 또 다른 이슈는 계약 이행입니다. 큰 보상 체계가 협의가 되더라도, 세부적으로 잘 지켜지지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협의된 광고비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거나, 계획과 다른 매체를 집행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100억 원을 집행할 것을 예상해서 인력 투입을 했는데, 10억만 집행 하거나 커미션을 주는 국내 매체는 50억을 집행하고, 커미션 못 받는 매체는 50억을 하기로 했는데, 커미션 못 받는 매체 중심으로만 집행하는 경우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체적인 커미션이 ‘엄청나게 낮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심심치 않게 광고비 지출이 많은 외국계 커머스 업체들이나 성과가 중요한 몇몇 광고주들이 커미션을 말도 안 되게 후려치는 이슈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숫자까지는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업계가 상생하는 보상 체계 고민 필요
이런 과정에서 ‘커미션 하락’ 이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시장 경제에서 가격 경쟁이나 보상 체계에 대한 압박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퍼포먼스 광고’라고 불리면서 디지털 광고가 크게 성행하였습니다. 퍼포먼스 광고는 성과를 내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언제부터인가 ‘비용 효율성 중심’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즉, ‘누가 더 싸게 할 수 있는가?’의 경쟁이 심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광고주들의 ‘학습 효과’도 더 확산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시쳇말로 “어디까지 커미션이 내려갈까?”가 업계 술자리 안주가 된 지 오래입니다. 우리나라의 특이점 중 하나는 종종 성과 연동형 방식(Performance-Based)의 보상 체계를 적용한 때도 미달성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성과 초과 달성에 관한 인센티브는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즉, ‘못 하면 뱉어내고 잘 하면 아무것도 없는’ 이상한 구조입니다. 다시 말해서, 광고회사 입장에서 더 잘할만한 동기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채찍만 있고 당근은 없습니다.
커미션 지속 하락으로 나타나는 문제점들은 여러 가지입니다. 업계 참여 광고회사들의 경쟁력 하락, 시장 투명성, 건전성 하락, 고급 인력 유입 제한 및 기존 인력의 이탈 등등 입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고급 인력 유입 동력 상실입니다. 세계광고주협회에 따르면 마케팅, 광고 업계의 인력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별도 통계는 없으나 우리나라의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글로벌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시장 투명성, 건전성에 대해서도 계속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쉽게 비유를 들자면, 빌딩 짓는데 최저 가격으로만 입찰해서 수주한다면, 이익을 남기기 위해 하면 안 되는 것들이 – 철근을 빼먹거나, 싼 자재만 쓴다 던지 하는 것들입니다. – 자연스럽게 생길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미 우리나라가 광고 사기(AD Fraud)가 세계적 수준(?)이라는 지표들도 꽤 있는데, 이런 방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급 인력과 차별성 있는 광고회사들이 없는 시장에서 건전하게 지속 성장을 기대하는 것도 어불성설입니다. 이는 결국 광고주, 광고회사, 매체사 등 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보상 체계의 문제는 매우 어려운 이슈입니다. 피 방식만 적용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디지털 광고를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쉽고 간단했던 방식을 벗어나서 좀 더 포괄적이고 다양한 논의를 해야 할 시점입니다. 낮은 커미션 경쟁으로 광고회사들이 부실화가 되면 그 영향은 업계 전반에 미칠 것은 자명합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격언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싼 것만 찾다가는 비지떡만 먹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창희 (주) 펄스디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