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희의 디지털 창(窓)] 구글의 제3자 쿠키 지원 중단 철회, 무엇이 바뀐 것인가?

[한창희의 디지털 창(窓)] 구글의 제3자 쿠키 지원 중단 철회, 무엇이 바뀐 것인가?

  • 한창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7.30 2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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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 매드타임스 한창희 칼럼니스트] 7월 22일(현지시간) 그간 업계의 관심을 끌던 구글의 쿠키 지원 중단 조치와 관련해서 충격적인 발표가 있었습니다. 앤서니 차베스(Anthony Chavez) 구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Google Privacy Sandbox) 부사장은 블로그를 통해 “구글이 그 동안 준비해온 쿠키 지원 중단 조치를 철회할 것”을 발표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후 발표와 관련해서 여러 기사들이 양산되고 있으나 일부 오해의 여지가 있거나 잘못된 정보들이 공유되는 것 같아 사실 관계 정리 및 향후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쿠키는 왜 이슈인가?

쿠키는 사용자의 웹 브라우저에 전송하는 작은 데이터 조각입니다. 브라우저는 데이터 조각을 저장해 놓았다가 필요에 따라 사용하게 됩니다. 쿠키는 주로 세 가지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 세션 관리(Session management) : 로그인, 장바구니 등 관리
  • 개인화(Personalization) : 사용자 선호, 콘텐츠 세팅
  • 트래킹(Tracking) : 사용자 행동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용도

광고와 관련된 쿠키의 주요 활용 목적은 맞춤형 광고(티깃팅 광고)과 성과 분석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사이트를 방문하고 클릭을 하면, 나중에 관련 제품 광고가 따라오는 식의 경험이 있으실 텐데 이때 쿠키가 활용되어 왔습니다. 광고주 입장에서 효과 분석을 위한 방편으로도 쿠키를 이용해 왔습니다.

문제는 사용자들이 더 이상 그런 개인정보 공유를 원하지 않고 불편해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개인정보 보호 강화’ 혹은 ‘Privacy First 트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국의 규제기관, 광고 산업 참여자, 소비자단체 등의 반복적인 문제 제기와 대응으로 개인정보 보호 목적에서 쿠키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중단되는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구글이 운영하는 크롬 브라우저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만, 애플이 제공하는 사파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 등 타 브라우저는 이미 쿠키 지원이 중단되거나 제한적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즉, 크롬이 마지막 게이트 키퍼인 셈인데, 브라우저 점유율이 50%를 넘기 때문에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영향력이 더 크다 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수년 전부터 ‘크롬의 쿠키 지원 중단’작업을 지속해왔습니다. 다만, 관련 업계의 준비 미미, 대안인 비식별 타깃팅 방법 등이 아직 어렵다는 이슈 등으로 수 차례 최종 일정을 지연해왔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계획 철폐” 발표가 나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글의 입장은 완전한 과거로 회귀일까요? 즉, 언제든 쿠키를 쓸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완전한 계획 폐기가 아닌 소비자에게 결정권 넘겨…

가장 중요한 부분은 현재와 같이 쿠키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블로그에 공유된 내용과 외신들의 후속보도에 따르면 완전한 철회는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앤서니 차베스 부사장의 발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용자에게 쿠키 사용 여부를 직접 물어보는 방식"을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되었습니다. 즉, 크롬 브라우저 사용자가 알아서 쿠키를 허용할지 말지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고, 이를 규제 기관과 새로운 방식에 대해서 논의하는 단계라고 합니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도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구글측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준비하는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테스트 결과 광고 업계의 피드백이 긍정적이지 않아 여전히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완전한 쿠키 삭제가 오히려 또 다른 개인정보 침해와 불공정을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쿠키 사용의 결정권을 일반 사용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같습니다.

개인정보 보호의 트렌드는 계속될 것

구글의 정책 변화에도 불구 개인정보 보호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입니다. 구글의 입장 선회가 개인정보 보호 중요성을 간과해서가 아니라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나온 조치이기 때문입니다.

구글의 발표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재의 타깃팅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고무적인 소식"이라거나, “구글 쇼크 백지화, 한시름 놨다” 등 긍정적 기사가 많이 양산되고 있으나 실제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좀 더 고려해야 할 내용이 많아 보입니다. 첫째로 구글이 언급한 ‘사용자 권한 위임’이 어떤 방식이 될지 여부입니다. 크롬에서는 이미 개인이 쿠키를 삭제할 수 있는 설정 권한이 있습니다. 다소 복잡하지만 개인정보에 민감한 사용자라면 시간을 좀 들여서 일일이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이번 구글의 발표를 보면 이미 제공되는 수준을 뛰어넘는 사용자 편의성 보완과 절차를 만들어서 쿠키 진행과 삭제 여부를 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사용자가 얼마나 동의(혹은 거부)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하면, 일괄 삭제 조치가 아니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21년 4월,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용자 앱 추적 투명성 정책(App Tracking Transparency, ATT)을 도입했습니다. 앱이 사용자의 정보(광고 성과 측정을 위한 식별자)에 접근하려면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야 했습니다. 여러 외부 분석에 의하면 이때 ATT 정책에 동의한 비율이 15% 수준이었습니다. 즉,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동의를 거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글 크롬을 통한 쿠키 사용 동의를 이와 유사하게 15% 정도로 예측해 본다면 대다수의 일반 사용자는 쿠키를 이용하는데 동의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는 제3자 쿠키의 완전한 철폐보다 영향력은 줄어들 수 있으나, 완전한 쿠키리스(Cookieless) 시대에 버금가는 큰 변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수년간 글로벌 광고 업계에서 이슈가 되어 왔던 “쿠키리스(Cookieless) 시대를 준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내용들은 타깃팅 효율성 하락의 대비입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광고주가 자체 보유한 1st party 데이터를 활용한 CRM 마케팅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광고의 장점인 정교한 성과 분석이 점점 어려워질 것을 대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성과 분석의 대안으로 통계적 분석 모델인 Marketing Mix Modeling(MMM)이 다시 부각되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글의 쿠키 관련 정책 변화에도 불구 여전히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등 쿠키를 대체하는 기술은 계속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글 뿐만 아니라 쿠키 없는 시대를 대비하던 다른 빅테크 회사들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이는 쿠키가 있고 없고의 문제를 떠나서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들과 이해관계자들을 충족시킬 기술 개발이 필요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번 철회 조치가 복잡한 이해관계의 고민 속에 나온 만큼 시장 변화에 따라 또 다른 조치가 발표될지도 모릅니다.

아직 변화의 추이를 지켜봐야

구글의 정책 변화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까지 공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내용이 많습니다. 사용자에게 어떻게 허용하는 방식을 취할 것인지, 적용 시기는 언제부터 할 것인지(구글이 제3자 쿠키를 전면 철회하기로 예정된 시기는 25년 1분기였습니다) 등을 포함해서, 쿠키 삭제와 더불어 중요하게 다뤄지던 GAID 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관건입니다.

최근 애플의 광고를 보다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플 기기들의 기능을 강조하기 보다는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를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사용자들이 그만큼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시대의 흐름이 개인정보 보호를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각국 정부, 규제기관이나 소비자단체들이 요구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구글의 정책 변화가 “방향 선회”가 아닌 “속도 늦추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창희 (주) 펄스디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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