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론 머스크는 소송을 걸었나?
지난 8월 7일 (현지시간)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X(예전 트위터)는 유니레버, 마스, CVS헬스 등 광고주와 세계광고주협회(World Federation of Advertisers) 산하의 책임 있는 미디어 연합(GARM, Global Alliance for Responsible Media)을 반독점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일론 머스크측은 GARM이 X의 유해성을 강조하면서 광고주들에게 광고비를 줄이거나 중단하도록 독려하는 행위가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WFA와 GARM측은 공공 목적으로 디지털 콘텐츠 유해성과 브랜드 안전(Brand Safety)를 강조한 것일 뿐 특정 미디어에 불이익을 준 것은 아니어서 불법은 아니다는 입장입니다. 이 사건 이후 8월 9일(현지시간) 세계광고주협회는 재정적 문제 등 이슈로 GARM의 운영을 중단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제기된 소송은 계속 법적 대응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2022년 X(예전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즉각적으로 콘텐츠 관리 담당팀을 해체하였고, 이에 대한 결과로 X에는 반유대주의 콘텐츠와 친나치 성향 콘텐츠까지 성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광고주들에게 브랜드 안전(Brand Safety)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많은 광고주들이 X의 광고비를 줄이거나 떠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X의 급격한 광고 수익 감소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일론 머스크측은 광고 수익 감소의 배경에 GARM과 특정 광고주 세력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때문에 이번 소송은 비영리단체인 GARM과 특정 광고주들을 겨냥함으로써 브랜드 안전과 관련한 광고주들의 조직적인 활동에 제동을 걸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됩니다.
감(GARM)에 대해 감 잡기
일론 머스크가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한 책임 있는 미디어 연합인 GARM(Global Alliance for Responsible Media)은 2019년 세계광고주협회 WFA(World Federation of Advertisers)에 의해 자발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GARM은 크라이스트처치 뉴질랜드 모스크 총격 사건의 여파로 설립되었는데, 당시 범인은 페이스북에 테러 공격을 라이브 스트리밍했습니다. 이는 브랜드 광고가 테러리즘이나 아동 포르노를 홍보하는 등 불법적이거나 유해한 콘텐츠 옆에 게재되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및 평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GARM 설립의 단초가 되었습니다.
GARM은 활동 중단 전까지 세계광고주협회 소속의 광고주, 광고회사, 매체사 및 주요 광고 단체 등 100개 이상의 다양한 기관의 참여로 이뤄졌습니다. GARM 스스로가 “역사상 유례가 없는 협업”이라고 칭할 정도로 적극적인 협조로 진행되었는데, 그만큼 디지털 유해 콘텐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단체의 주요 목적은 디지털 미디어에서 유해 콘텐츠에 대한 광고 노출을 줄이고, 브랜드 안전성을 강화하는 글로벌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GARM의 그간 주요 성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글로벌 기준 설정: GARM은 콘텐츠의 유해성 평가를 위한 11개의 위험 카테고리를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과 광고주가 따를 수 있는 글로벌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광범위한 참여 유도: 주요 광고주, 에이전시, 플랫폼 등이 참여해 디지털 광고 생태계 전반에서 브랜드 안전성 기준을 도입하고 실행했습니다.
산업 변화 촉진: GARM의 활동을 통해 유해 콘텐츠에 대한 브랜드의 경계가 강화되었고, 주요 플랫폼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 관리 정책을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중심으로 광고 업계가 재편되면서 브랜드 안전(Brand Safety)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었으며, GARM의 활동은 업계 전반에 걸쳐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습니다만, 이번 소송으로 대규모의 협업은 지속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브랜드 안전도 ‘각자도생’
그간 GARM의 활동은 광고주와 에이전시 업무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구글, 메타, 틱톡, 핀터레스트 등 주요 글로벌 매체사가 함께 협업에 참여한만큼, 매체사들의 유해 콘텐츠 관리 지침을 업그레이드하고 리서치를 병행하면서 광고 판매 구조에도 계속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다시 말하면 광고주 – 에이전시 – 매체사가 동일한 GARM의 동일한 기준을 참고로 브랜드 안전을 관리해왔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 같은 협업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번 소송과 GARM 활동 중단으로 인해 광고 안전성 관련한 우려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대응하던 방식에서 개별 미디어사들이 각자 알아서 독자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요 미디어사들이 GARM이 제공하는 11개 카테고리를 기준으로 콘텐츠를 관리하고, 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 기능들을 제공했습니다. 이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브랜드들은 더 큰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글로벌의 많은 브랜드들이 GARM을 통해서 기본적인 브랜드 안전 등의 가이드를 만들고 이를 대행사와 제3자 검증기관을 통해 관리해왔습니다. 이제는 브랜드들 또한 각자 알아서 관리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ISBA의 사무총장인 필 스미스(Phil Smith)는 “이제는 광고주가 광고 집행과 관련하여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였습니다.
Post GARM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브랜드는 자체적인 브랜드 안전 가이드라인을 통한 대응을 해야 합니다. GARM과 협업을 통해 계속 발전시켜온 글로벌 브랜드들은 영향이 덜 할 것 같습니다만, 아예 아무런 기준과 경험이 없는 브랜드들은 당분간 혼선이 예상됩니다.
해외 전문가들의 전문 회사와 협업 및 제3자 검증 솔루션 활용(3rd party verification)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전문 회사와 협업은 브랜드 안전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가이드라인 수립, 제외 키워드 리스트 작성, 문맥 타기팅 적용 등을 브랜드 자체적으로 대응키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3자 검증은 IAS(Integral Ads Science), Doubleverify와 같은 업체들을 의미하는데, 매체사가 제공하는 데이터 외에 광고가 나가는 콘텐츠를 AI와 같은 기술을 활용, 전수조사해서 분석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전문 회사가 아무리 적절한 방법을 권장하더라도, 세부 데이터가 분석과 측정되지 않으면 쓸모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지난 8월 27일, MBC의 PD수첩에서는 사이버 레커와 약탈 비즈니스라는 방송을 다뤘습니다. SNS를 통한 청소년들의 딥페이크 문제로 시끄러운 뉴스가 계속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콘텐츠의 유해성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유해 콘텐츠와 연관된 광고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디지털 광고를 진행할 때 브랜드 안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한창희 펄스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