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노의 작은 온천마을인 지쿠마(千曲)시는 일본의 여러 곳과 마찬가지로 많은 온천이 있지만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곳입니다. 에도시대 역참이었다는 것, 그리고 살구가 일본에서 가장 맛있다는 것 말고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곳 입이다, 예로부터 나가노의 큰 절인 젠코지(善光寺)를 방문하는 불교도들이 수행 후 피로를 풀기 위해 들르는 곳 정도로만 알려진 곳입니다. 이곳은 온천 수질이 좋아 예로부터 알만한 사람들에게는 미인탕으로 소문이 난 곳이지만, 사람이 붐비지 않는 한적한 온천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약 100년전 부터 이곳의 도구라(戶倉) 지역과 인근의 가미야마다(上山田) 지역에는 숙소를 갖춘 온천여관과 대중 온천이 있었습니다. 이 두 마을을 포함해, 이제 이 온천마을은 도구라가미야마다 온천으로 불립니다. 이곳은 사계절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봄에는 연분홍빛 살구꽃이 일본 전국에서 가장 많이 피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10만 그루의 살구나무에 피는 살구꽃은 장관입니다. 치쿠마의 여름은 24~30도의 기온으로 비교적 시원한 날씨를 즐길 수 있습니다. 가을엔 인근의 중부산악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단풍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겨울은 동계올림픽의 도시답게 눈의 고장으로 변합니다. 이곳의 온천수는 약 탄산, 약알카리 유황온천으로 불쾌하지 않을 정도의 약한 유황 냄새가 납니다. 일부 온천의 온천수는 약효가 좋아 마셔도 좋을 정도입니다. 이곳 보건소장의 인증서에 의하면 통풍, 당뇨, 변비에 효력이 있다고 하네요. 이곳에 숙소를 정하고 매일 다른 온천을 즐기며, 인근의 가을 단풍을 즐기는 것도 색다른 일본 여행이 될 것입니다.
도구라칸세 온천(戶倉觀世溫泉)
도구라칸세 온천(戶倉觀世溫泉)은 마을 사람들의 대중 온천입니다. 우리나라 70년대 목욕탕 분위기지만 탕 내가 정갈하고 온천수를 흘려보내는(가케나가시) 곳이라 물이 깨끗합니다. 바닥 타일에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무척 깨끗하죠. 직접 온천을 하고 난 느낌은 정말 피부가 매끈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입욕료 300엔을 내면 들어갈 수 있는 이곳은 오래전부터 피부미용에 좋다고 소문이 나서 목욕하면 미인이 되다고 하여 미인탕으로 알려졌습니다. 음용이 가능한 온천수는 당뇨, 변비, 통풍에 좋다고 알려져 그야말로 이곳 지쿠마 동네 사람들에게는 치료 효과가 있는 탕치(湯治) 온천입니다. 이 온천은 오감(五感)으로 만족하는 몇 안 되는 천연온천 중의 하나라고 서사를 만들어 자랑하고 있습니다.
오감의 1감(感)은 우선 눈으로 보는 시감(視感)입니다. 물이 투명하고 깨끗해 깔끔한 기분, 2감은 촉감(觸感)으로 몸이 따듯한 천에 감싸여진 것 같은 느낌, 3감은 취감(臭感으로 )약 유황 성분의 온천에서 나는 기분 좋은 냄새. 4감은 청감(聽感)으로 온천수 용출 구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소리. 5감은 온천수에 녹아 있는 미네랄 성분을 입으로 느끼는 미감(味感)입니다. 이 시골의 작은 대중 온천에서 말하는 오감을 느끼면서 천천히 즐기는 온천욕은 색달랐습니다.
즈이쇼우(瑞祥)
같은 마을에 즈이쇼우(瑞祥)라는 대중 온천 역시 추천할 만합니다. 탕 내에 거대한 바위가 있는 본탕을 비롯, 8개의 탕을 갖춘, 숙소가 없는 당일치기 대중 온천입니다. 이 온천은 규모가 크고 시설도 잘 갖춘 편이라 외지 사람들에게도 알려져 찾는 사람이 많은 편입니다. 노천온천과 본탕의 수질은 다른 원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거석들이 있어 탕에 몸을 담그면 마치 동굴에 와 있는 기분입니다. 부드러운 유황의 향이 감도는 약알칼리성 유황 온천입니다. 피부에 좋아 이곳 역시 ‘미 피부의 탕’으로 소문나 있습니다. 노천 온천 역시 약알칼리성이나 우윳빛의 흰색을 띠고 있어 신비 합니다. 입욕료는 시설이 많은 편이라 일본 대중 온천치고는 비싼 편인 750엔입니다. 햇볕 아래서 우윳빛을 띠는 노천탕 온천수의 물빛도 신비하지만, 노천탕의 경관도 볼거리입니다.
하쿠쵸엔(白鳥園)
이 지역 대중 온천 중 가장 깨끗한 시설을 갖춘 곳입니다. 온천수는 약알칼리성 단순온천으로 역시 피부미용에 좋은 온천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리노베이션을 한 곳이라 모든 시설이 깔끔하고 산을 바라보는 노천 온천의 경관도 멋진 곳입니다. 입장료 600엔.
인근 여행지
나가노는 기본적으로 산악 지역이라 인근에 높은 산들이 즐비합니다.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일본의 북알프스로 알려진 다테야마(立山)에는 3천 미터급의 연봉이 있고, 트롤리버스와 로프웨이를 이용해 오르는 알펜루트에서 가볍게 트래킹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 일본 3대 온천으로 유명한 해발 1200미터에 자리한 쿠사쓰도 1시간 30분 거리에 있습니다. 동계올림픽이 열린 나가노도 열차로 20분 거리, 차로는 30분 거리에 있습니다. 나가노시의 젠코지(善光寺)는 백제에서 불교가 전래하면서 서기 552년 백제에서 건너온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을 보존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그 밖에도 절 내부의 아름다운 정원과 볼거리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돌로 포장된 절 앞의 사하촌(寺下村) 인 나카미세 거리에는 기념품점과 예쁜 카페, 음식점들이 즐비합니다. 마음에 드는 기념품을 찾아보기에도 좋고, 나가노 명물인 오야키(おやき)나 화과자 등을 맛보며 잠시 쉬어 가기에도 좋습니다.
먹거리
대중 온천 ‘즈이쇼우’의 온천식당은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온천을 이용하지 않아도 식사만 할 수도 있습니다. 바닷가와 멀리 떨어진 산악지대라 국물의 재료가 되는 해산물이 없어 무와 된장을 베이스로 한 나가노 지역의 우동인 오시보리 우동과, 메밀이 유명한 나가노 지역의 소바도 맛이 있습니다. 그 밖에도 각종 정식이 인기가 있습니다. 대중 온천 ‘하쿠조엔(白鳥園)의 온천 식당도 추천할 만합니다. 나가노의 한적한 시골 마을인 이곳의 먹거리는 생각보다 좋습니다. 야스베(安兵衛)라는 이름의 꼬치구이 집은 예약을 안 하면 퇴근 후 한잔을 즐기는 동네 사람들로 인해 자리를 얻기가 힘듭니다.
철도: 도쿄역에서 출발하는 경우 호쿠리쿠 신칸센을 타고 우에다에서 내린 다음, 시나노 철도 열차로 환승. 도구라역은 약 20분 거리 나가노시에서 시나노 철도를 이용, 야시로역 하차해도 대략 비슷한 거리임(3시간10분소요)
렌터카: 도쿄 도심 기준 3시간 30분소요
인근의 여관들은 식사를 포함하지 않은 플랜이 많이 있습니다. 식사를 포함하지 않으면 가격은 무척 저렴합니다. (성인 2인 기준 1박: 1만엔~1만5천엔)
허태윤 칼럼니스트, 한신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