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비탕(秘湯)여행] 한여름 피서온천지 쿠사츠, 다테야마 알펜루트

[일본 비탕(秘湯)여행] 한여름 피서온천지 쿠사츠, 다테야마 알펜루트

  • 허태윤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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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도 모르는 물 좋고,아름다운 비탕(祕湯)여행
일본온천 여행 고수가 알려주는 가성비 온천여행 법

일본 여행들 많이 가시지요? 저는 일본 온천 여행을 좋아합니다. 일본에는 3천여 곳의 온천 지역이 있습니다. 이 온천 지역에서도 원천지(지면에서 온천이 솟아나는 곳)는 2만 7천 개 정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온천은 각각의 지형적 특징에 따라 다른 성분의 온천수를 머금고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지역의 온천에서도 다른 성분의 온천수가 샘솟는 곳이 일본입니다.

신비한 치유의 성분이 있는 온천도 있고 피부에 좋은 온천도 있습니다. 심지어 마시면 통풍, 당뇨 변비와 같은 특정 질병에 잘 듣는 온천수도 있습니다. 이런 곳을 치탕(治湯)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 속 그림처럼 자리한 비탕(秘湯)도 많습니다. 바닷가 절벽에 그림처럼 자리한 노천 온천, 산속 깊은 곳에 학이 상처를 치유하고 날아갔다는 온천,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며 일출을 볼 수 있는 온천... 셀 수 없는 비경의 온천들이 있는 곳이 일본의 온천입니다.

그래서 저는 쉬고 싶을 때 일본의 온천을 찾아 훌쩍 떠납니다. 그런데 식사를 포함해 프라이빗 온천을 제공하는 료칸(旅館)은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두 번은 문화적인 체험으로 해볼 만하지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온천이 유명한 지역의 대중 온천을 이용합니다. 대부분은 대중 온천은 원천지인 경우가 많으므로 물은 더 좋습니다. 그리고 대중 온천은 물을 흘려보내는 가케나가시(かけ流し) 온천이라 물도 깨끗합니다. 료칸은 원천지에서 물을 받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렇게 온천을 고르면 숙소는 온천이 딸려있지 않은 숙소를 이용합니다. 이렇게 온천 여행을 하면 매우 가성비 높게 여행이 가능합니다. 아침 식사는 동네의 식당이나 아침을 제공하는 숙소에서 해결하고, 그도 안되면 편의점에서 저녁에 오니기리나 샌드위치로 해결합니다. 점심은 어디를 가도 큰 위험 부담 없는 일본 동네 식당을 이용합니다. 이런 여행 노하우로 일본온천을 10년간 여행했습니다. 혼자 보기가 아까울 정도의 비경을 갖춘 비탕(秘湯)과 각종 미네랄과 광물질이 녹아 있는 질 좋은 온천수를 갖춘 일본의 치탕(治湯)을 공유합니다.

그림 1 군마현의 해발1800미터에 자리한 만자온천의 석양(프린스호텔홈페이지)
그림 1 군마현의 해발1800미터에 자리한 만자온천의 석양(프린스호텔홈페이지)

한여름 피서 온천지 쿠사츠, 다테야마 알펜루트

일본 온천여행을 삼복더위에 간다고 하면, 정신 나갔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7월에 일본 온천여행을 시원하게 다녀왔습니다. 여름 일본여행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여름이 성수기인 홋카이도가 아니라면 우선, 항공료가 성수기 대비 무척 저렴합니다. 또한 일본인들도 여름에는 온천여행을 상상하지 않기 때문에 숙소도 저렴한 편입니다.

한여름 일본 여행이라면 홋카이도 같은 곳을 상상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곳도 아닙니다. 홋카이도는 일본 열도의 북단으로 시원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최북단, 러시아의 사할린섬이 보이는 왓카나이 정도가 아니면 덥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제가 다녀온 곳은 고산지대인 쿠사츠와 다테야마의 온천입니다. 북알프스로 알려진 다테야마(立山)가 있는 일본의 중북부 나가노와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인 군마현은 3천 미터급 연봉이 있는 일본에서도 가장 높은 산들이 즐비한 곳이라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쿠사츠(草津) 온천이 있는 곳은 해발 1300미터의 고지대입니다. 인근의 만자(万座)온천은 1800미터의 고지대에 있습니다. 여름에도 18~24도 정도의 기온을 보이는 곳입니다. 북 알프스의 알펜루트 상에는 해발 2천 5백 미터 지점인 무로도(堂室)에 대중 온천이 있습니다. 미구리가이케(みくりが池)온천입니다. 여름이 우리나라보다 더운 일본에서도 이곳은 별천지입니다. 여름 온천 여행지로 추천합니다.

① 쿠사츠(草津)온천

쿠사츠 온천은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유명한 나가노현 바로 옆, 군마현에 위치해 있습니다. 온천이 가까워질수록 유황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지금도 가끔 소규모 분출을 하는 활화산 쿠사츠 시라네산(草津白根山) 중턱, 해발 1200미터에 있어 여름에는 선선하고, 겨울에는 눈이 많은 지역인 이곳에는 최고 온도 90도에 달하는 온천수가 용출합니다. 자연 용출 온천으로써 용출량이 일본 제일이라고 합니다.

이곳의 모든 온천은 풍부한 용출량으로 온천수가 24시간 흘러넘치는 "가케나가시"의 천연 온천입니다. ‘가케나가시’란 온천 욕조의 급탕 배수 방법의 하나로 원천을 그대로 흘려보내 오래된 온천수를 순환하지 않고 넘치게 하여 배출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그만큼 수질이 좋다는 말이지요. 이곳 온천수는 유황이 매우 풍부해서 마을 전체에서 은은한 유황 냄새가 납니다. 또 강산성의 수질로 pH 2.05에 달합니다. 맛을 보면 식초 같은 신맛이 날 정도입니다. 그래서 피부의 각질을 제거한 채 들어 가면 온몸이 따갑습니다, 그러나 온천수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성 피부 질환에 탁월하다고 합니다. 강산성의 온천수가 이들 바이러스를 날려 버리기 때문이랍니다.

사실 이 쿠사츠 온천은 일본 온천의 효능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된 곳이기도 합니다. 메이지 시대, 동경의대의 전신인 동경제국대학 의학부 교수로 와 있던 독일인 의사 벨츠(Dr. Erwin Von Bälz)는 쿠사츠를 자주 찾았다고 합니다. 그는 쿠사츠 온천에서의 경험을 통해 온천수를 분석해 바른 입욕법을 제안하고 온천의 의학적 효능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전 세계에 알린 사람입니다. 더불어 쿠사츠를 고원 휴양지로 뛰어난 온천수는 물론 최고의 산과 공기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곳으로 이런 곳이 유럽에 있다면 엄청난 사람들이 찾았을 것이라고 평가 하며,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고원 온천이라는 것을 전세계에 알렸습니다. 그의 공을 기리기 위해 이곳의 사이노카와라(西の河原) 공원 안에는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쿠사츠에는 여러 개의 대중 온천이 있습니다. 심지어 무료 온천도 있습니다. 주로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데, 관광객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 중 사이노카와라(西の河原) 공원 안에 있는 사이노카와라 노천 온천은 수영장만큼 넓은 노천 온천입니다. 에메랄드 물빛은 신비함을 자아내고, 강한 산성으로 온천수에는 신맛이 납니다. 주변의 산들과 어울려 아름다운 온천으로도 유명합니다. 7백 엔의 입욕료를 내고 들어 가면 엄청나게 넓은 노천탕의 개방감에 놀라게 됩니다. 탕 내 섬처럼 떠있는 넓은 평상 위에는 사람들이 누워 온천욕으로 노곤해진 몸을 눕혀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분당 1천 400리터의 온천수가 용출되는 이곳은 물을 흘려보내는 가케나가시 답게 노천 온천임에도 물이 맑고 깨끗합니다. 약간의 상처가 있거나 각질이 없는 부분은 약간 따가운 느낌이 있습니다. 이곳은 비누나 샴푸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 물만으로 샤워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온천물의 효능으로 오히려 비누질하는 것이 온천수의 효능을 반감한다고 생각하면 거부감이 없습니다. 가을에는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봄, 겨울에는 눈 덮힌 주변의 풍경을 즐기며 온천하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물론 여름에는 40도에 이르는 도쿄의 날씨에도, 20도 내외의 시원한 날씨 속에 온천을 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그림 2 쿠사츠의 사이노와라 노천온천 입구
그림 2 쿠사츠의 사이노와라 노천온천 입구
그림 3 사이노와라노천온천 전경
그림 3 사이노와라노천온천 전경
그림 4 쿠사츠 최대의 대중 노천온천 사이노와라
그림 4 쿠사츠 최대의 대중 노천온천 사이노와라

② 만자(万座)온천

쿠사츠 온천에서 히라네산으로 해발 6백 미터 정도를 차로 오르면, 해발 1천 800미터에 위치한 만자 온천마을이 나타납니다. 조신에쓰고원국립공원(上信越高原国立公園)안에 있는 만자 온천은 한여름에도 섭씨 20도 이하의 기온을 자랑하는 ‘별에서 가장 가까운 온천이라고 합니다. 오랜 역사가 있는 이 온천에 대해 인근의 ‘구마시로 동굴’에서 야요이식 토기와 유물이 발견되면서 일본열도의 고대인들도 이곳의 온천을 이용했다는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온천입니다.

또한 이곳은 일본에서도 유황 성분이 가장 많이 포함된 온천수로 유명합니다. 우윳빛 탁한 색깔의 온천이란 의미의 일본어인 ‘니고리유(濁湯)’에 가케나가시 온천입니다.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어 이곳은 겨울에는 눈으로 인해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좋은 수질에 비해 쿠사츠보다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치탕(治湯)이자, 산과 어우러진 노천탕이 비경으로 유명한 비탕(秘湯)이기도 합니다. 쿠사츠와 마찬가지로 산성이 강하며 유황이 풍부한 황산염 온천인 이곳은 피부 미용 효과는 물론, 신경통, 근육통, 냉증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본의 전국시대에도 치탕으로 이용될 정도였다고 하네요.

일본에서도 온천 마니아들이 찾는 이곳에는 6개의 호텔과 료칸이 있습니다. 이 중 ‘프린스호텔 만자’에는 당일치기 손님들도 1천300엔을 내면 이용할 수 있는 경관이 아름다운 노천온천이 있습니다. 5개의 탕과 한 개의 남녀혼탕을 보유하고 있는 인근에서 가장 시설이 좋은 노천 온천 입니다. (여성들은 이곳에서 판매하는 로브를 입고 들어가도록 입구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봄, 겨울철 눈에 덮인 설경(雪景)을 감상하며 즐기는 온천욕과 날씨가 좋을 때는 쏟아지는 별빛 아래서 즐기는 야간 온천이 유명합니다.

마침, 그친 비로 해발 1800미터의 고봉들에는 구름들이 걸쳐져 있어 마치 선경(仙境)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발아래로 피어오른 뭉게구름 사이로 멀리 쿠사츠마을이 보이는 이곳은 섭씨 18도의 기온을 보여 지상과는 다른 천상의 세계였습니다. 멀리 온천수가 용출되는 곳을 보니 이곳저곳에 에메랄드 빛을 띤 유황을 머금은 탁천 (濁泉)에서는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있어, 그곳이 바로 일본인들이 말하는 지옥 계곡(地獄溪谷)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천상에서 지옥과 속세를 편안히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우윳빛 온천수는 뜨거웠고 송공 송골 맺혔던 이마의 땀은 고원의 바람이 날려 버렸습니다. 속세의 잡념과 함께 말입니다.

그림 5. 프린스호텔 만자의 노천온천전경
그림 5. 프린스호텔 만자의 노천온천전경
그림 6 프린스호텔 만자의 노천온천 해발1800미터라는 표고목이 보인다
그림 6 프린스호텔 만자의 노천온천 해발1800미터라는 표고목이 보인다
그림 7. 남녀공용탕을 안내하는 표지판
그림 7. 남녀공용탕을 안내하는 표지판

 

쿠사츠 온천 가는법
  • 도쿄에서 JR우에노역 ‘특급 쿠사츠호’를 타고 나가노하라쿠사츠구치역까지 이동후 버스로 쿠사츠 이동(3시간 소요)
  • 도쿄역에서 JR신칸센으로 가루이자와이동 후 버스로 쿠사츠 이동(3시간10분)
  • 신쥬쿠역, 도쿄역에서 고속버스로 이동 (4시간 소요)
  • 렌터카로 3시간30분 소요

※ 쿠사츠와 만자온천 숙소는 현지에 료칸과 호텔이 가격대별로 다양하나, 속소만 필요로할 때 쿠사츠지역의 에어비앤비를 추천한다. 만자온천은 온천과 숙소만 있어 만자온천숙소를 이용하지 않을경우 쿠사츠에서 묶는 것을 권한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한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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