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버 큐리어스 (Sober Curious)’란,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도 일부러 술을 마시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말한다. 영어의 "Sober(술에 취하지 않은, 맨정신의)"와 "Curious(호기심이 많은)"를 결합한 신조어로 요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어로 등장하였다. 소버큐리어스는 그 순간의 기분에 맞춰 긍정적으로 '마시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사고방식으로, 술을 억지로 참는 금주나 절주와는 다르다. 완전히 술을 끊는 사람도 있지만, 술을 마시는 양이나 횟수를 줄이고 마시고 싶을 때만 마시며, 그렇지 않을 때는 맨 정신을 선택하는 행동도 소버큐리어스에 포함된다. 영국 출신의 저널리스트 루비 워링턴 (Ruby Warrington)씨가 2018년에 출간한 저서 『SOBER CURIOUS』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경부터 서구에서 확산한 라이프스타일이다.

유명인 중 소버큐리어스를 선언한 대표적인 사람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인턴’에서 주연을 맡은 앤 해서웨이 (Anne Hathaway)를 들 수 있다. 그녀는 술이 자신과 맞지 않았음에도 술을 마셨다고 한다. 개인적인 건강 변화를 위해 술을 끊었다고 하면서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내가 금주를 선택한 것처럼) 극단적일 필요가 없다. 나는 술 마시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해리포터의 주인공 다니엘 래드클리프 (Daniel Radcliffe)도 소버큐리어스를 선언했다. 아역 배우로서의 스트레스와 대중의 시선을 견디기 위해 알코올 중독 수준으로 술을 마셨는데 술을 끊은 이후로 자신의 삶이 훨씬 더 평화로워졌다 한다. 술을 마시는 대신에 헬스장에 가고, 쇼핑하며, 책을 읽는다. 두 사람 다 긍정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소버큐리어스 삶을 선택함으로써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소버 큐리어스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소버 큐리어스 생활 방식을 따르는 주요 이유는 신체 건강을 위해서,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 음주를 가끔 맛보는 사치로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정신 건강을 위해서이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소버큐리어스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배경에는 건강 지향적인 사고방식의 확산과 경기 침체 등을 들 수 있는데 비슷한 이유로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소버큐리어스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술을 마시는 것을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하려는 경향도 보인다.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게 강요하는 ‘알코올 괴롭힘’이 문제시되는 때도 있는데, 소버큐리어스 트렌드의 확대로 억지로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소버큐리어스의 확산에 따라서 주류 업계 및 소비 트렌드에도 변화가 보인다.
1. 무·저알코올 시장의 성장
소버큐리어스 관련 시장이 꾸준히 성장세다. 주류 관련 시장조사기관 IWSR (International Wine and Spirits Record)에 따르면 2018∼2022년 전 세계 무·저알코올 시장은 매년 5%가량 성장했으며 2027년까지 연평균 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Trend Japan] 술을 팔지 않는 바 - 매드타임스(MADTimes) 참조. 일본의 경우도 비슷하다. 산토리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무알코올 음료 시장 규모는 10년 전보다 약 1.4배 확대되었다. 이와 동시에 바나 레스토랑에서는 "목테일"이라 불리는 무알코올 칵테일이 주목받고 있다. 목테일은 "Mock(진짜를 모방한)"과 "Cocktail(칵테일)"을 합친 신조어이다. 유행의 최전선 도시 뉴욕에서는 목테일과 같은 무알코올 음료만 제공하는 소버바 (Sober Bar)가 최근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서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낼 수 있고 술을 마시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술자리를 즐길 수 있다.
2. 고급 주류가 주목을 받는다
소버큐리어스는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금주와는 다르다. TPO에 맞게 술을 가려서 마시면서 술 자체보다는 분위기를 즐기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이다. 술 전체의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고급 프리미엄 주류의 매출은 증가한다. 소버큐리어스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소비자는 건강과 웰빙을 고려해서 술자리에서 술은 적게 마시더라도 고급술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3. 다양한 종류로 분위기를 즐기는 문화
우리나라의 경우 소주와 맥주로 크게 양분되던 획일적인 주류 소비 대신에 전통주, 와인, 증류주 등 다양한 종류의 주류를 찾고 있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맥주와 소주의 음주 비중은 주는 대신에 전통주와 기타 주류의 비중은 늘고 있다. 소비자들도 ‘맛있는 술’을 찾아 나서고 있다. 취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것보다는 술의 맛과 분위기를 즐기는 문화로 트렌드가 바뀌는 추세이다.
4. 소버큐리어스는 세계적인 트렌드
소버큐리어스 트렌드는 특정한 나라들만의 현상은 아니다. 태국 정부는 올해 4월 열린 연내 최대 축제 ‘송끄란’에서 무알코올 구역을 정하는 등 ‘술 없는 축제’를 추진했다. 독일의 대표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도 올해부터 최초로 무알코올 맥주 전용 공간을 조성한다. '술꾼 천국'이라고 하는 호주에서도 소버 큐리어스 생활방식을 받아들이고, "Dry July"나 "FebFast"와 같은 이벤트에 참여하여 일정 기간 술을 줄이거나 피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Dry July’ 참가자들은 7월 한 달 동안 금주할 것을 권장 받으며,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암 재단에 기부를 요청한다. ‘Febfast’는 매년 열리는 건강 및 자선 행사로, 수천 명의 사람이 12월/1월 휴가 시즌 이후 2월 한달 동안 술, 설탕, 정크 푸드, 흡연 또는 소셜 미디어에서 벗어나도록 장려하며, 이와 동시에 알코올 및 기타 약물 관련 문제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기금을 모으는 행사이다.

소버 큐리어스로 술과 자유롭게 공존하기
술을 마실 수 있어도 굳이 마시지 않는 걸 선택하는 게 바로 소버큐리어스다. 이 문화가 자리 잡으면, 술자리에서도 오늘은 무알코올 음료를 마실지, 진짜 술을 마실지 각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모두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금주할 필요는 없다. 그냥 소버큐리어스를 하면 된다. 새해 다짐으로 금주를 하겠다고 약속할 필요가 없다. 만약 어느 날 술 한잔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 한잔하게 된다면 그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차라리 소버큐리어스를 선언하라. 필요에 따라 술을 마셔도 되고, 안 마셔도 된다. 금주 선언을 해놓고 술을 마시면 '의지가 약하다'는 소리를 듣기 쉽지만, 소버큐리어스라고 말하고 술을 마시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소버큐리어스를 실천하고 있는데, 정신과 신체 건강이 모두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만나서 내가 술을 자제한다고 너무 놀라지 말길 바란다. 그날 상황에 따라 많이 마실 수도, 적당히 마실 수도, 아예 마시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양경렬 나고야 상과대학(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