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광고 시장은 그야말로 빙하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광고회사 DDB는 물론, 독립 광고회사인 디블렌트, 이루다크리에이티브, 인터스텔라 등이 잇따라 무너지며 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 배경에는 광고회사의 전통적인 업무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많은 광고회사가 계약서가 날인되기 전에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클라이언트가 이를 수락하면 진행하는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은 계약 없이 업무를 시작하게 만들며, 종종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계약서 없이 업무를 시작했다가 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가 빈번히 보고되고 있다. 이는 광고회사와 클라이언트 모두에게 심각한 손실을 초래하며, 업계 전반에 걸쳐 신뢰를 훼손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렇다면, 광고회사는 왜 반드시 계약서 날인을 우선해야 할까? 그 이유를 살펴보자.
1. 법적 보호의 부재
광고회사가 계약서 없이 업무를 시작하면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 계약서는 광고회사와 클라이언트 간의 책임과 권리를 명확히 규정하는 문서로, 광고회사가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보장한다. 계약서가 없는 상태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광고회사는 자신이 제공한 서비스에 대해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2. 업무 범위 및 조건의 명확화
계약서는 프로젝트의 범위, 일정, 예산, 결제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이는 클라이언트와 광고회사 간의 오해를 방지하고, 불필요한 추가 업무를 예방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건 포함된 작업이 아니었다"는 식의 논쟁은 계약서가 있다면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다.
3. 재정적 리스크 최소화
계약서 없이 업무를 시작하면 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작업 완료 후 조건이 변경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광고회사의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게 만들며, 재정적 손실로 직결된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캠페인 기획, 리서치 등)은 계약서가 없으면 회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4. 신뢰와 전문성 확보
계약서 절차를 준수하는 것은 광고회사의 전문성을 보여준다. 이는 클라이언트에게 신뢰를 주는 동시에, 광고회사가 체계적이고 책임감 있게 운영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요소다. 신뢰는 단순히 좋은 결과물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프로세스 자체가 신뢰를 형성한다.
5. 분쟁 발생 시 근거 제공
계약서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해결 기준이 되는 중요한 문서다. 날인된 계약서는 클라이언트와 광고회사 모두를 보호하며,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소송이나 갈등을 방지할 수 있다.
클라이언트와의 신뢰를 위한 첫걸음, 계약서
광고회사가 계약서 날인 전 업무를 시작하는 관행은 이제 변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광고회사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를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계약서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광고회사의 신뢰와 전문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약속이다.
광고회사가 클라이언트와 함께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공정한 대가를 받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계약서를 날인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업계 전체의 신뢰를 쌓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12퍼센트(필명) : 현재 전략적인 크리에이티브로 평가받는 광고회사의 핵심 리더로 국내외 광고 어워드에서 다수 수상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