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라리는 항상 시장 수요보다 한 대 적게 생산할 것입니다.(Ferrari will always deliver one car less than the market demand.)” 페라리의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 (Enzo Ferrari)’가 한 말이다. 고급 스포츠카인 페라리는 사람들의 수요보다 한 대 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철학은 페라리의 브랜드 전략의 핵심적이며, 페라리가 럭셔리와 희소성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이바지한다.
럭셔리 브랜드 소위 명품이라고 하는 것은 가격에 비밀이 있는데 상품 생산 비용에 8배에서 12배까지 가격을 매겨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비자는 가격이 터무니 비싸다는 것을 알면서도 명품을 구매한다. 제조원가보다는 명품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명품 의류 브랜드인 버버리는 브랜드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 판매되지 않은 제품을 소각하는 관행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관행은 미판매 제품이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거나 가짜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브랜드의 고급스러움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명품 가격이 $5,000씩 오를 때마다 브랜드 로고의 크기가 1센티미터씩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명품은 일반적으로 ‘독창성’, ‘희소성’, ‘높은 가격’, ‘고품질’ 그리고 ‘특별한 경험’ 등 다섯 가지 특징 중 일부 또는 전부를 가지고 있다. 특히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가 많은데 아무나 살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명품이 판매되는 매장에서 경험을 중요시하는데 조명, 디스플레이, 동선에 현혹되어 말도 안 되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수긍하게 된다. 중고 가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가격이 오르는 예도 있어서 재테크 수단으로 명품을 사기도 있다.
이처럼 명품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명품 브랜드에 열광하는데 이를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이 존재한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베블런 효과 (Veblen Effect)’이다. 베블런 효과는 어떤 상품의 가격이 오를수록 그 상품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개념은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 (Thorstein Veblen, 1857~1929)이 자신의 저서 ‘유한 계급론’에서 “상류층 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자각 없이 행해진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당시 산업 혁명으로 부유한 계층이 형성되었고, 이들은 고급 소비재를 통해 자신의 부를 과시했다. 이는 19세기 고전 경제학에서 주장하고 사회에 통용되던 ‘가격이 오르면 소비는 줄어든다’라는 공식을 깨부순 것으로 소비 행동에 수요공급 원리 등의 경제적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과시욕과 차별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과 같은 심리적 측면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론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고급 와인, 명품 시계, 그리고 럭셔리 자동차 등과 같은 고급 상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비싼 물건을 소유하는 것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과시하는 신호로 작용하고 실용성보다는 소유 자체로 만족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
베블런 효과와 더불어 특정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상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인 ‘스놉 효과 (Snob Effect)’가 있다. 속물 또는 잘난 체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Snob’에서 유래되었다. 이는 소비자가 매우 드문 예술품이나 명품 같은 차별적인 재화를 소비해 과시하려는 구매 심리 효과에서 기인한다. 독특함과 희소성을 중시하여 대중적인 제품보다 비싼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신을 남들과 다른 특별한 존재로 부각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베블런 효과와 스놉 효과를 조합하면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증가하지만 (베블런 효과) 그에 따라 소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결국은 다시 수요가 감소하게 되는 (스놉 효과) 순환과정을 거치면서 명품의 적정한 수요공급이 유지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베블런 효과, 스놉 효과와 상반되는 개념으로 ‘파노플리 효과 (Panoplie effect)’가 있다. 특정한 제품을 사면 그것을 가지고 있거나 주로 사용하는 사람, 계층과 같아질 수 있다고 믿는 현상을 뜻한다. 즉, 베블런 효과 및 스놉 효과가 남들과 달라지기 위해 사치하는 것이라면 파노플리 효과는 그들과 같아지기 위해 사치하는 것이다. 이러한 파노플리 효과는 프랑스의 사회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에 (Jean Baudrillard)’의 저서 ‘소비자 사회(The consumer society)’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이는 유행에 편승하려는 ‘밴드 왜건 효과 (Band Wagon Effect)’와도 일맥상통한다. ‘남들도 하나쯤 갖고 있으니, 나도 장만해야지’하는 모방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이처럼 명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남들과 달라지고 싶은 마음 (베블런 효과 및 스놉 효과) , 혹은 같아지고 싶은 마음 (파노플리 효과 및 밴드 왜건 효과) 두 가지가 혼재하면서 상호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어느 쪽의 효과가 더 강한지는 개인적인 문맥에 따라서 바뀌리라 생각한다.
소비자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명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앞에서 살펴본 이론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명품을 구매하는 진짜 이유, 동기를 소비자에게 직접 물어본 조사 결과가 있다. Bain & Company에 따르면, 명품 소비자의 약 60%는 품질과 내구성이 럭셔리 상품을 구매하는 주요 이유라고 답했다. 이에 명품 브랜드는 자사 제품이 일반적인 카테고리 제품보다 더 오래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뢰성과 내구성에 대한 평판은 초기 높은 비용을 정당화하는 가치 제안의 일부이기도 하다. 또한, McKinsey 연구에 따르면, 럭셔리 소비자의 65%는 장기적인 열망이나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럭셔리 아이템을 구매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부유하고 성공한 개인들이 고급 카테고리 상품이나 서비스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동차, 시계, 패션, 보석, 음식, 뷰티와 같은 잘 알려진 럭셔리 소비 카테고리에서부터, 호스피탈리티, 스포츠, 건강, 교육, 금융 서비스와 같은 영역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적용된다. 카테고리에 상관없이, 고급 상품과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고 이러한 경험은 기대 이상의 놀람을 선사한다.
또 다른 측면, 행동 경제학의 심리학적인 해석
명품 구매와 관련된 다른 측면은 없을까? 행동경제학에서는 명품을 구매하는 그 이면에는 인간의 심리학적인 측면이 작동한다고 보고 있다. 행동경제학 이론에 의하면 소비자는 비이성적이며 항상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명품을 구매하는 많은 소비자가 실제로는 이러한 상품을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소비자의 비이성적인 구매 행태를 알 수가 있다. 고품질에 내구성이 좋은 핸드백은 약 100달러에 구매할 수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같은 기능을 수행하고 비슷한 품질을 가진 명품 핸드백에 수천 달러를 지출하기도 한다. 이 현상에 대한 이면에는 소비자가 제품의 긍정적인 요소를 과대평가하고 단점을 간과하는 경향, 즉, 높은 가격을 높은 품질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여기에 편승해서 광고 마케팅 활동을 통해 형성된 강력한 브랜드 파워가 이러한 경향을 가속한다. 고가인 상품이 더 저렴한 대안보다 반드시 우수하지 않더라도, "값이 비싼 만큼 가치가 있다"라고 믿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명품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
이상 명품을 구매하는 배경에는 한 가지의 이론이나 동기만으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지속해서 명품만 구매하건, 간헐적으로 구매하건, 한 번이라도 명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으면 개인적으로 왜 명품을 구매했는지 생각해볼 만하다.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명품을 구매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명품에 대한 수요가 시대에 상관없이 계속 유지되면서 명품 산업이 성장해 왔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동안 희소성과 고급스러움의 상징이었던 명품이, 2024년 들어 약간 힘든 길을 걸었다. Bain & Company의 최신 명품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약 5천만 명의 소비자들이 명품 구매를 중단했으며,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명품 소비가 감소했다고 한다. 2022년부터 계산하면 정규고객 10%를 잃은 결과이다. 또한 중국 수요 부진 등에 따른 명품 시장의 전반적 침체 속에서 실적과 주가에 타격을 입으면서 명품 브랜드의 하나인 버버리가 급격히 추락했다. 이러한 명품의 위기론까지도 부상되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리스크를 시작으로 명품을 둘러싼 새로운 트렌드를 볼 수 있다. 명품의 트렌드 및 향후 나아갈 방향을 시리즈로 진행하고자 한다.
양경렬 나고야 상과대학(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