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이디어면 충분할까? 지키지 않으면 남의 것이 된다

좋은 아이디어면 충분할까? 지키지 않으면 남의 것이 된다

  • 12퍼센트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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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만드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려운 시대. 광고인의 법적 감각이 필요한 이유.
Image by Mohamed Hassa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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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들은 본능적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좋은 광고, 멋진 아이디어, 감동적인 카피. 대부분의 광고인들은 “광고는 잘 만들면 되는 거지, 법까지 알아야 하나?”라고 말한다. 법은 어딘가 창작의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입찰이 일상화되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는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아이디어를 지키는 일이다.

 

아이디어, 그냥 ‘생각’으로만 두지 마라

“입찰은 아이디어 강탈의 창구다”

이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기획서를 냈지만 수주는 못 했고, 몇 달 후 누군가의 손을 거친 내 아이디어가 광고로 나오는 일은 결코 드물지 않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도용당했다’고 소송을 해도 우리 법은 아이디어 그 자체를 저작권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 있다.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사상이나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지, 그 내용인 아이디어나 이론 자체는 보호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콘셉트나 전략, 슬로건의 ‘생각’은 보호 대상이 아니고 그걸 구체적으로 시각화하거나 작성한 ‘표현물’만 저작권으로 보호받는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어야 할까? 아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일정한 보호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들여 만든 제안 내용이 ‘부정한 방법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입찰 제안서에는 반드시 ‘Disclaimer’를 넣자

도용을 사전에 방지하고, 분쟁 시 입증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제안서 말미에는 반드시 면책 조항(Disclaimer)을 넣어야 한다.

“본 제안서에는 제출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및 전략이 포함되어 있으며, 본 제안 내용은 협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되거나 유사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없습니다. 무단 사용 시,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제안이 채택되지 않을 경우, 해당 자료는 반환 또는 폐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문장은 법적으로 강제력을 가지는 계약은 아니지만, ‘우리가 아이디어를 보호할 의지가 있었고, 사전 고지를 했다’는 정황 증거로서 강력한 힘을 가진다. 특히 부정경쟁방지법이나 민사상 청구를 할 때는 이런 고지문이 있었는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도용이 의심될 때는 이렇게 대응하자

  1. 기록과 증거 확보 언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했는지 이메일, 제안서 파일, 회의 녹취록 등을 정리해두자.
  2. 경고장 발송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중하지만 단호한 표현으로 경고장을 보낸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이 단계에서 대응을 멈춘다.
  3. 내용증명 및 법적 대응 검토 경고장을 무시하거나 명백한 도용 정황이 있는 경우, 내용증명 → 손해배상 청구 등의 절차를 통해 법적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법은 창작의 적이 아니다

법은 크리에이티브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지켜주는 장치다. 광고인은 더 이상 ‘단지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거래하는 사람, 즉 브랜드의 전략 파트너다.

만드는 데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 지킬 수 있어야 진짜 프로다.

제안서를 쓰는 그 순간, 아이디어는 자산이 된다. 그 자산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는 이제 우리 모두의 숙제다.

이제는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나는 내 아이디어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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