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Japan] 드라이브스루 공중전화 (Drive Through Public Phone)

[Trend Japan] 드라이브스루 공중전화 (Drive Through Public Phone)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6.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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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ackery
출처 jackery

나고야시(名古屋市) 주변 시골길을 운전하고 가다가 우연히 드라이브스루 공중전화를 발견하였다. 일반 공중전화도 찾아보기 어려운데 드라이브스루 공중전화가 너무 생소해서 차를 대고 직접 경험을 해 보았다.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작동이 되었다. 장난으로 설치된 것은 아닌지 고장이라도 나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불식되는 순간이었다. 깨끗이 청소되어 관리의 흔적도 보인다. 이곳은 일본에서 유일하고 남아있는 드라이브스루 공중전화이다. 이전에는 전국 수십 곳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이곳 나고야시와 인접한 닛신시(日進市)에만 딱 한 곳 남아 있다고 한다. 아마도 일본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유일한 드라이브스루 공중전화가 아닐까?

드라이브스루 공중전화는 말 그대로 차에 탄 채로 이용할 수 있는 공중전화이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에 운전자들이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전화를 걸 수 있도록 설계된 드라이브업 전화 부스가 있었다. 이 개념은 드라이브인 영화관과 드라이브스루 은행과 같은 당시에 유행했던 트렌드의 일부였다. 시민들의 편의시설로 사용이 되었지만, 이제는 휴대전화가 보편화되면서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본 드라이브스루 공중전화가 일본의 조그마한 마을에 왜 남아있는 거지? 아무리 시골이라 하더라도 부지 확보, 전화 설치, 관리 등을 생각하면 운영 비용이 꽤 될 텐데.

일본의 드라이브스루 공중전화는 재해 시의 연락 수단으로도 사용하도록 설치되었다. 휴대폰을 통한 무선통신이 끊기더라도 전력이 공급되는 지역에서는 공중전화처럼 유선 전화는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되어 사용하지 못한 경우도 유선 전화가 유용하게 역할을 한다. 이런 상황을 대비한 수단이라고 한다. 그런데 드라이브스루이지? 궁금한 게 많다. 일본의 공중전화 수는 해를 거듭하면서 계속 줄어서 2023년 시점에 전국에 13만 7439대 남아있다. 그리고 일반 공중전화와는 별도로 재해 시만 사용할 수 있는 ‘특설 공중전화’라는 것이 전국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 특설 공중전화는 재해 발생 시 바로 설치를 해서 피해자 등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전국 24,969개소에 50,860대 설치되어 있다. 재난 발생 시 소중한 사람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한 정부 시책 중의 하나이고 효율성이 매우 높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전국 유일한 재난용 드라이브스루 공중전화는 언제까지 살아남을 지 향후의 향방이 궁금하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공중전화는 2020년 말 기준 실내외 포함 3만 4000대이다. 2010년 15만 300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11만 9000대(77.78%) 줄었다. 서울에만 6200대의 공중전화가 있는데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4건도 안된다고 한다.

일본에서 유일한 드라이브스루 공중전화
일본에서 유일한 드라이브스루 공중전화
60년대 미국의 Drive-up Phone Booth
60년대 미국의 Drive-up Phone Booth

안부 확인에 통신 수단 필수

지진과 같은 재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우선 본인의 안전이 확보되면 그다음은 가족과 같은 소중한 사람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도 걸리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 때 긴요하게 사용되는 것이 SNS나 어플리케이션이다.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피해 지역의 인프라는 전멸 상태였고, 통신 수단도 큰 타격을 받았다. 핸드폰은 연결되지 않고, 이메일도 도착하지 않았다. 소중한 사람의 안부를 확인할 수 없어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며, "긴급 시 '핫라인'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전화 회선을 사용하지 않는 메시지 앱을 만들자"라는 생각에서 개발된 것이 2011년 6월에 네이버 일본 법인 개발한 '라인(LINE)'이다. 이후 일본에서는 재난 정보의 실시간 수집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이나 SNS의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에서도 재해의 비율이 높은 나라이다. 외국에 비해 태풍, 폭우, 폭설, 홍수, 산사태, 지진, 쓰나미, 화산 분화 등 자연 재해가 발생하기 쉬운 국토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다. 5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발생한 1959년의 이세만 태풍(伊勢湾台風)을 계기로, 종합적이고 계획적인 방재 행정의 정비 및 추진을 도모하기 위해, 「재해 대책 기본법」이 1961년에 제정되었다. 우리나라의 「자연재해 대책법」이 제정된 1995년에 비하면 36년도 전이다. 드라이브스루 공중전화는 재난 대책을 위한 극단적인 예일 수 있다. 아니면 풍부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 NTT라고 하는 전화 회사에서 상징적으로 운영하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재난에 대비하는 일본 사회의 일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통신 수단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재난 발생 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재해 대책 상품이다.

1. 보안회사 ALSOK이 제안하는 방재 용품

일본의 유명 보안 회사인 ALSOK은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에서는 평소 방재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평소부터 방재용품을 준비하고 보관해 두는 것을 제안한다. 식료품과 음료수는 물론, 손전등과 휴대용 라디오 등의 피난 용품, 부상이나 질병에 대비한 구급상자와 약품 등 필요한 방재용품은 많이 들어있다. 휴대용 화장실도 포함이 되어있다. 양손을 사용할 수 있는 배낭을 비상 휴대 가방으로 사용하도록 제안한다. 남성은 15kg, 여성은 10kg이라고 한다.

재난 발생시 최소 필요한 방재 용품: 비상용 식량/음료수, 휴대용 라디오, 회중 전등, 다용도 칼, 구급용품, 장갑, 휴대용 화장실, 의류/모포 등
재난 발생시 최소 필요한 방재 용품: 비상용 식량/음료수, 휴대용 라디오, 회중 전등, 다용도 칼, 구급용품, 장갑, 휴대용 화장실, 의류/모포 등

2. 재해 대책 상품: 아마존

일본 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아마존에서는 다양한 재해 대책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만 엔부터 3만 엔 사이로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꾸준히 판매되고 대형 지진 등 재해가 발생하면 수요가 급증한다.

아마존 사이트의 재해 대책 용품
아마존 사이트의 재해 대책 용품

재난과의 공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6년 구마모토 지진, 2024년 노토반도 지진으로 이어진 연속적인 대형 재해 발생과 앞으로 예상되는 대형 지진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불안하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 이상으로 소비자들은 적극적인 행동 변화를 통해 재난에 대비하고 있다.

지속되는 대형 지진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재해에 대비해서 앞에서 소개한 재난 대비 용품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식, 음료수, 손전등, 라디오, 배터리, 구급상자 등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으며 지진과 태풍 소식이 나오면 ​​이러한 상품의 판매가 급증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 가입도 증가한다. 지진보험이나 화재보험 등 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그리고 재해 시에 대비해, 비상용으로 저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재해 후의 생활 복구나 피난 시의 지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만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빈도의 문제이지 자연재해는 피해갈 수가 없다. 하지만 어떻게 노력하는가에 따라서 피해를 줄이거나 없앨 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 많은 재해를 경험했기 때문에, 더욱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본다. 또한 질서를 유지하고 예의를 지키며 서로 도와주는 일본인 고유의 기질 덕분에 재해 발생 후에 피해를 줄이는 원인일 수도 있다. 일본은 이러한 재해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최근 전북 부안군에서 규모 4.8의 지진 발생하여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경고를 되새기고 있다. 다양한 자연 재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도 일본의 사례를 통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점은 없는지 생각해 볼 시점이다.

 


양경렬 나고야 상과대학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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