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Japan] 오감 마케팅 (Part 1): 제품 스스로 자기 표현

[Trend Japan] 오감 마케팅 (Part 1): 제품 스스로 자기 표현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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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징어 게임의 상징

드라마 ‘오징어 게임’하면 처음으로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빨간색 스태프 유니폼’이 먼저 떠오른다. 이외에도 ‘미로의 계단’ (네덜란드의 작가 에셔의 판화에서 영감을 얻어왔다고 함), ‘○ □ △ 표시가 들어있는 명함’ 등 오징어 게임을 상징하는 몇 가지 대표 선수들이 있다. 메인 테마곡인 '웨이 백 덴 (Way Back Then)’도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멜로디로 떠오른다. 이러한 상징적인 요소들은 오징어 게임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친숙함과 일관성을 제공한다. 색상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스텔 색상을 전략적으로 사용했는데 어린 시절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시청자의 기억에 강하게 남게 하는 요소가 된다. '오징어 게임'은 상징적이면서도 기억에 남는 시각적, 청각적인 요소를 활용해서 시청자를 사로잡고 열광하게 만드는 방법을 매우 잘 알고 있는 듯하다.

 

# 2 ‘Hershey’s Kisses’의 특별한 경험

초콜릿 브랜드인 허쉬는 일반적인 밀크 초콜릿과 허쉬 키세스 두 종류가 있다. 사용되는 재료는 같지만, 모양이 다르다. 하나는 직사각형의 판자 모양을 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작고 독특한 매우 귀여운 모양을 하고 있다. 각기 다른 모양은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허쉬 키세스는 특별하다. 보통의 초콜릿을 맛보는 것과는 전형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포장에 달린 깃발을 당겨서 초콜릿을 오픈하는 과정은 마치 선물 포장을 뜯는 기분이다. 허쉬 키세스를 손에 쥐거나 혀에 올렸을 때 느껴지는 촉감은 일반 밀크 초콜릿과는 다르다. 그 독특한 모양 덕분에 입안에서 굴릴 수 있고, 천천히 녹여 먹으면 마치 눈물이 혀 위에서 녹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개별 포장된 작은 크기 덕분에 죄책감도 줄어든다. 모양과 포장 외에도 ‘Kisses’라는 이름은 더욱 로맨틱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마치 초콜릿을 통해 키스를 받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게다가 소비자에게 이런 점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제품 자체가 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재료는 일반 초콜릿과 똑같은데 어떻게 이러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것일까?

허시 밀크 초콜릿과 허시 키스: 모양이 다르면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허시 밀크 초콜릿과 허시 키스: 모양이 다르면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 3 A&F 스토어를 가 보았는가?

‘아베크롬비 앤 피치(A&F, Abercrombie & Fitch)’ 매장은 섹시 코드로 젊은 층을 유혹한다. 제품을 비롯해 매장의 모든 환경 요소의 기반은 섹시 코드이다. ‘매거로그(Magazine과 Catalogue의 합성어)’에 등장하는 모델들의 노출이 심한 관계로 10대들은 열광하지만, 부모들은 경악할 정도이다. 이러한 매장 환경은 대상 고객이 아닌 나이 든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배제한다. 홍콩에 있는 A&F 매장에 무심코 들어갔다가 1분도 안 돼서 도망치다시피 서둘러 나온 기억이 있다. 판매원은 살아있는 브랜드이다. 초창기 해당 판매원의 조건으로 남자는 백인으로 식스팩 근육의 몸매를 지닌 젊은 남자였다. 이 때문에 인종차별 문제가 불거져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기까지 했다. 매력적인 판매원과 벽에 걸려있는 라이프 스타일 사진을 보고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독특한 향기를 맡으면서 젊은 고객들은 A&F의 이미지를 오감으로 느낀다. 이처럼 A&F는 오감 마케팅의 종합 세트로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상의 사례는 모두가 오감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여 성공한 사례이다.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시각/Sight, 청각/Sound, 후각/Scent, 미각/Taste, 촉각/Touch)은 세상과 연결해, 감각적 경험은 불안을 진정시키고 기억 회상을 강화하며 기분을 개선해 준다. 드라마, 제품, 매장 등을 기획할 때 무의식적인 신호를 담아 소비자에게 상징적인 것을 전달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런 방법으로 브랜드에 더욱 열광하게 하는 것이 바로 오감 마케팅의 핵심이다.

 

오감 마케팅(sensory marketing)이란?

오감 마케팅은 인간에게 존재하는 다섯 가지 감각, 즉 시각 (Sight), 청각 (Sound), 후각(Scent), 미각(Taste), 촉각(Touch)을 구성요소로 포함한다. 소비자의 감각을 자극하고 그들의 인식, 판단,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5가지 감각을 이용하여 잠재 소비자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 브랜드를 인식시키고 알리는 마케팅 기법이다.

이전에는 TV를 중심으로 한 영상 매체를 통한 시각과 청각을 위주로 한 마케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후각, 미각, 촉각의 감각이 더해져서 소비자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오감 마케팅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으로 다가가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같은 제품이라고 할지라도 감각으로 경험해 본 제품에 더 친밀감을 느끼고 구매에 도달하게 된다. 오감 마케팅은 브랜드와 제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판매하거나 광고하기 위해 다양한 감각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오감을 통해서 전달된 브랜드와 긍정적인 감정을 연관 짓고, 쉽게 잊히지 않는 인상을 형성한다.

오감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무엇을 믿으라고 직접 전달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제품이 스스로 자기표현을 하고 소비자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추론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제품 자체에서 나오는 무의식적인 단서를 활용하여 광고의 혼잡을 뚫고, 소비자와 교감한다. 소비자에게 더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방식으로 브랜드와 제품을 경험하게 한다.

 

아낌없는 오감 마케팅 ‘Singapore Airline’

싱가포르 항공의 기내 서비스는 높은 수준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독특하면서도 편안함을 느끼는 기내 체험이다. 아마도 항공사 중에서 오감을 종합적으로 잘 활용해서 승객의 감각을 자극하여 진정으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싱가포르 항공에는 승무원들의 유니폼을 통해서 많이 알려진 ‘배틱 모티프(Batik Motifs)’라고 하는 아이콘 패턴으로 시각적인 자극을 제공한다. 이 상징적인 패턴은 기내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상품에도 적용되어 싱가포르 항공만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또한 모든 항공편에서는 맛있는 현지 및 다국적 요리로 미각을 자극한다.

향기로도 유명하다. 시그니처 향기인 ‘Batik Flora’는 배틱 모티프에 포함된 10개의 꽃 중 6가지를 특징으로 한다. 이 향기는 독특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싱가포르 항공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익숙함과 안락함을 느끼게 한다.

배틱 모티프에서 영감을 받아 ‘The Sound of Singapore Airlines’이라고 하는 싱가포르 항공만의 소리를 개발했다. 유명 작곡가 ‘로한 드 리베라(Rohan De Livera)’와 부다페스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력하여 배틱 모티프에 포함된 10개의 꽃을 멜로딕 심포니에 녹여냈다. 이 곡은 모든 객실에서 여행의 다양한 순간에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촉각이다. 기내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승무원의 상징적인 서비스 터치와 세계적인 수준의 환대까지, 승객들은 여행할 때 항상 안심하고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승객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작은 디테일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싱가포르 항공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고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데 이는 사람의 감각을 자극하는 최고의 기내 체험을 추구하는 오감 마케팅이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항공의 아이콘 패턴 배틱 모티프(Batik Motifs)와 Batik Motifs를 활용한 승무원 유니폼 (출처 위키피디아)
싱가포르 항공의 아이콘 패턴 배틱 모티프(Batik Motifs)와 Batik Motifs를 활용한 승무원 유니폼 (출처 위키피디아)

판촉 현장에서 활약하는 셀프 추천 로봇

오감 마케팅은 브랜딩이나 독특하고 차별화된 체험만을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매장에서의 판촉을 위한 수단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매장에서 판촉 활동(세일즈 프로모션)은 매출에 직결되기 때문에, 제조사나 소매점 모두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눈에 신선하게 비칠 수 있는 POP(Point of Purchase)나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해서 매장 내 캠페인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오감을 자극해 인간의 무의식에 작용함으로써, 매장에서 고객이 발걸음을 멈추고 하고 추천 상품을 선택하게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감을 활용한 판촉 아이디어를 최신 기술의 힘으로 구현하려는 노력이 있다. 고객이 감각에 의존하여 무심코 구매하게 하여 구매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접근 방식이다.

일본의 유명한 디지털 광고회사 사이버에이전트는 상품 자체가 춤을 추거나 고객에게 말을 걸게 하여 자신을 쇼핑객에게 추천하는 ‘셀프 추천 로봇’을 개발했다. 스피커를 내장한 받침대 형태로 되어 있으며, 그 위에 상품을 부착할 수 있고, 내부 구동 시스템을 통해 상품을 움직이는 구조이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상품 앞을 지나갈 때 이를 감지해서, 받침대에 올려진 상품이 고객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약 30초 정도의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화 리듬에 맞춰 상품이 앞뒤 또는 좌우로 움직이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상품이 마치 인격을 가진 것처럼 느껴지는 착각을 일으킨다.

셀프 추천 로봇은 기억에 남는 매장 판촉 수단으로도 효과적이다. "사람은 즐거운 기분이 들면 물건을 산다"라는 소비자 행동 이론에 기반하여, 상품 설명보다는 로봇이 춤을 추며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시나리오가 더 구매를 유도한다. 대형 소매점의 진열 상품은 1~2만 점에 이르며, 많은 상품 중 고객은 순간적으로 구매할 상품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시각과 청각 같은 직관에 호소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셀프 추천 로봇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다차원 대화형 커뮤니케이션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마케팅이 제품을 만들어서 이 제품을 왜 사야 하는지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것이라면 오감 마케팅은 제품 자체가 그 제품을 왜 사야 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제품이 직접 소비자에게 얘기하기 때문에 더 호감이 가고 매력적이면서 유혹적이다. 오감 마케팅은 단지 귀여운 이미지나 기분 좋은 향기를 더하는 것이 아니다. 제품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과학적 마케팅기법이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고객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다 차츰 대화 형태로 진화하면서 고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면서 상호작용을 하는 대화형 커뮤니케이션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그 대화가 다차원성의 대화로 발전하고 있다. 제품 자체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고객에게 말을 걸면 고객은 잠재의식에서 본능에 따라 그것에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시각 (Sight), 청각 (Sound), 후각(Scent), 미각(Taste), 촉각(Touch)으로 구성된 오감 모두가 중요하다.

오감 마케팅은 시리즈로 진행하려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오감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후각 (향기), 청각 (음향)을 활용한 오감 마케팅에 대해서 좀 더 심도 있게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양경렬 나고야 상과대학(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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