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휴양지에 와서 TV를 켰는데, 첫 번째로 나오는 채널인 CNBC의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잠깐 들른 휴양지와 비슷한 풍경이나 요트들이 줄지어 있는 남부 유럽에서부터 칸 라이언스(Cannes Lions) 소식을 현지에서 전하고 있었다. 게리 베이너척(Gary Vaynerchuck)이란 이름의, 얼굴을 아는 시끄러운 친구가 요트에서 인터뷰하며, 적절하게 자기 선전을 하고 있었다. 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양쪽에 발 걸치며 이런 말들 하기 좋은 측면들을 가지고 있는 친구이다.
먼저 1975년생이라는 나이가 보통으로 따지면 X세대인데, 세대로 구분할 때 주류 역할을 하는 베이비부머에서 신세대 격이라고 할 수 있는 MZ까지 슬쩍 걸친다. 태어난 곳이 옛날 소련의 벨라루스이다. 세 살 때 미국 뉴욕으로 와서 미국 동부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러니까 나이로 여러 세대에 걸치듯, 유럽 출신의 미국 이민자 태를 내기도 한다. 집안 사업이 와인을 다뤄서 와인 비평가로 활동하기도 하고, 거기서 외식업과 연결하여 식당 예약 앱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광고 쪽으로 넘어와서 실물 경제에 IT 플랫폼까지 섭렵했음을 내세운다. 이런 친구의 말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이 말인데, 인터뷰 중에는 하지 않았다.
“Legacy is greater than currency.”
‘-cy’란 각운을 맞추어 한 말이라 ‘유산이 통화보다 중요하다’라는 식으로 직역하면 말맛이 살지 않는다. 어쨌든 과거의 유산이 눈에 보이건 보이지 않는 것이건, 브랜드와 그 스토리텔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현재의 돈 흐름이나 유행이라고 할 수 있는 커런시(currency)보다 훨씬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우연히 시청하게 된 CNBC에 나온 그의 인터뷰에서도 자막과 함께 제법 괜찮은 말들을 건질 수 있었다.
허위 정보라는 disinformation은 얼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의도적으로 가짜로 속이려 한 것과 알고리즘이나 소문 등으로 잘못된 경우이다. 그래서 인간에게서 발생하고 거기에 귀결된다는 'human accountability issue'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인간의 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AI로 인간을 대체하려고 하면 안 된다. 새로운 매체가 나오면 이전의 것들을 대체한다고 생각하고, 언론에서 그렇게 과장하여 기사를 팔려 한다. 대체가 아니라 보완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이 친구의 말처럼 원래의 방식으로 AI와 함께 일할 방식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바로 위의 전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전 방식이 바탕을 두고 있는 게 인간의 상식(common sense)이다. 마케팅에서 데이터를 따지고, 기계를 이용한 속도와 객관성만 주장하다 보니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는 것들이 무시되는 일이 벌어졌다. 상식의 복원이 필요하다.
뭔가 사고가 터지거나, 일이 잘못될 때마다 규제나 새로운 법률 얘기가 나온다. 바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의 상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걸,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또 과잉규제를 양산하는 셈이다.
말이 너무 많은 친구이기는 한데, 재주와 야망이 있다. 이번 칸에서의 인터뷰는 편집을 꽤 잘한 것 같다. 조목조목 요점을 자막으로 잘 처리했다. 앞으로 두고두고 음미하고 얘기할 구절들이다. 가장 상식적이고 과거에 기초한 얘기로 제일 앞서가며 튀는 광고에서의 트렌드를 펼쳤다. 역시나 유산(legacy)이 현재의 흐름(currency)보다 주목해야 할 반전이 일어난다.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G_BAT대표, 인하대 초빙교수, 이화여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