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Japan] 일본 버블 시대의 광고 (Part I): I Feel Coke!

[Trend Japan] 일본 버블 시대의 광고 (Part I): I Feel Coke!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4.10.09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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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현재의 장기 불황과 대조되는 것으로 "버블 시대"가 있다. 1986년 11월부터 1991년 5월까지의 55개월 동안을 말하는데, 일본 전역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이다. 버블 경제의 절정기였던 1989년(平成 元年) 무렵에는, 기업 시가총액 세계 랭킹 Top 20의 절반 이상이 일본 기업이었으며, Top 5 역시 모두 일본 기업일 정도로 엄청난 위세를 자랑했다. 현재는 5% 이하로 뚝 떨어졌지만, 일본은 이 시기에 세계 주식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도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으며 주식 시장 또한 급격히 상승했다. 기업들은 미래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대규모 투자를 했으며, 소비자들은 고급품을 구매하는 등 소비가 활발한 시기였다. 하지만 경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로 비효율적인 투자가 많이 이루어졌으며, 경제 전반에 걸쳐 무리한 확장이 진행되면서 1990년대 초에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면서 경제가 급격히 침체에 빠졌고, 그 때문에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맞이하게 된다.

필자는 버블시대 끝자락에 일본의 광고회사에 근무할 기회를 갖게 되면서 그 당시 화려했던 광고업계를 조금이라도 맛보는 기회를 가질 수가 있었다. 그 시대의 광고는 황금기를 맞이한다. 아직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이라서 TV 광고의 위세가 당당하였다. 그 당시 TV 광고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을 꼽으라면 광고 모델을 들 수 있다. 많은 TV 광고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기용되었다. 수많은 일본 기업들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할리우드 스타들을 출연시키면서 해외 로케이션을 진행하였다. 마이클 잭슨, 마돈나, 브래드 피트, 마이클 J. 폭스, 제임스 브라운, 본 조비, 스티비 원더, 슈워제네거 등, TV만 켜면 본국에서는 광고에 출연하지 않을 것 같은 유명한 외국 배우가 일본 광고에 출연하였다.

개인적으로 이 시대를 상징하는 TV 광고로 3개 꼽는다. 코카콜라의 "I feel Coke" 캠페인, JR도카이(東海)의 “크리스마스 익스프레스” 캠페인, 그리고 에너지 드링크 리게인 (Regain)의 “24시간 싸울 수 있습니까” 캠페인이다. 그 당시 일본에 살았으면 누구나 기억을 하는 전설적인 광고들이다. 그 때 그 시절의 광고를 다시 한번 둘러보고 현재의 변한 모습과 비교하는 것은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실감 나게 할 것이다. 제1탄으로 코카콜라의 "I feel Coke" TV 광고를 소개한다.

 

버블 시대를 대표한 광고, 'I feel Coke'

1980년대 코카콜라의 "I feel Coke" 캠페인은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중독성 있는 CM송과 경쾌한 비주얼로 당시 젊은이의 문화를 강하게 연상시키며 기억에 남는 광고로 자리 잡게 된다. 코카콜라를 마시며 활기차고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보여주면서, 이를 통해 브랜드가 즐거움과 젊음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버블 시대의 낙관주의와 소비문화를 대변했으며, 코카콜라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 통해 즐거움과 사치를 강조했다. 이 CM에 표현된 자유, 여유, 활기가 당시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정말 TV만 켜면 흘러나올 정도로 광고 업계만 아니라 소비자 사이에서도 레전드 광고로 인정한다.

 

‘난 느껴요’ 코카콜라

일본의 80년대 버블 전성기를 보여주는 코카콜라 광고, ‘I Feel Coke’ 캠페인은 우리나라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에서 대히트를 친 코카콜라 광고의 콘티를 그대로 가져와서 서울 올림픽이 시작되는 8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서도 제작, 방영된 것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스폰서를 맡았던 코카콜라가 동일한 광고 전략을 가지고 다른 나라에서 CM을 제작하는 케이스로 글로벌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략이다.

이 당시 일본은 버블 전성기의 호황을 누리고 있던 시기였고 한국은 일본보다 20년 정도 뒤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 시절이다. 사회, 경제, 시장, 소비자 등 전반적인 상황이 많이 달랐기에 캠페인 진행을 결단하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일본 최대의 황금기였던 시대의 광고와 느낌을 그대로 우리나라에 들고 왔기에 약간의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지만, 매우 상쾌하기 그지없다. 당시 일본의 선진화된 광고 산업의 인프라를 고려하면, 한국 CF가 약간 세련되어 보이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광고를 보자면 88올림픽쯤 한국이 6월 항쟁의 민주화 열기와 경제적 성장으로 인한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는 점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올림픽 개최라고 하는 세계 무대에 데뷔한다는 당시 한국 청년들의 신선함과 열정이 담겨 있다. 서로 다른 상황에 있는 두 나라에서 같은 콘티로 제작된 CM이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과연 레전드 TV 광고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부활한 ‘I Feel Coke’ 캠페인

‘I Feel Coke’ 캠페인이 2023에 일본에서 부활한다. 30년 전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틀린 그림 찾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눈에 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병과 캔에서 페트병으로 바뀌었다. "코카콜라 제로"도 등장한다. 애초에 2023년 버전은 "당신은 어떤 맛을 더 좋아하나요?" 캠페인의 목적으로 제작되어, "코카콜라"와 "코카콜라 제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모두가 즐겁게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특이하게도 모두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이는 최근에 자전거 헬멧 착용이 의무화된 것에 따른 변화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디테일 한 점을 제외하고는 오리지널 버전과 최신 버전 사이에는 30년 이상의 격차가 있음에도 별로 변화를 느끼지 못하겠다. 생활 풍경은 변하지 않고 한결같다. 물론 시대의 변화로 인한 전체적인 배경 등은 변했지만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코카콜라가 보여주고자 하는 자유, 여유, 활기, 자연스러운 모습은 달라진 것이 없다. 즐겁고 경쾌하게 움직이는 젊은 남녀, 거리에서 웃는 여고생들 그리고 한 손에는 코카콜라! 바로 "상쾌한 맛" 그 자체의 장면들이 이어진다. 세부적인 장면은 달라졌어도, 메시지는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장수하는 브랜드인가 보다. 메시지의 일관성. 코카콜라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파워이다. 왜 30년이 지난 지금 "I feel Coke"가 부활했을까? 한순간의 향수를 자극하며 30년 전으로 이끌어가 전통 있는 맛을 강조하는 동시에, 시대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하는 코카콜라의 "현재"를 전달하기 위해 "I feel Coke"의 부활이 적절했을 것이다.

 


양경렬 나고야 상과대학(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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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시헌 2024-10-10 16:58:06
항상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나이키의 아성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코카콜라는 얼마나 더 갈까 했는데 아직도 승승장구 중이네요. 한결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