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계는 흔히 창의성의 대명사로 여겨지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특히, 광고주와의 관계에서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을’의 위치에 고정시키며, 광고주가 하라는 대로만 실행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하곤 합니다. 광고주는 왕이라는 통념 아래, 그들이 원하는 방향과 요구를 무조건 따르는 것이 마치 정석처럼 굳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자세가 과연 광고업계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까요?

농업적 근면성, 창의성의 적이 되다
광고회사는 끝없는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일합니다. 그러나 이런 근면성은 창의성을 희생시키는 원인이 되곤 합니다.
끊임없는 야근과 비효율적인 업무 환경 속에서 창의적 사고는 자리를 잃고, 새로운 아이디어 대신 반복적이고 안전한 선택만이 남습니다. 이는 광고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광고의 본질을 흐리게 만듭니다.
광고주의 요구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을 마인드’는 이런 근면성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광고주가 요구하는 대로 움직이느라 본연의 창의적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결국 광고의 질은 하락합니다. 중요한 것은 광고주가 원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가능성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광고는 단순히 요구사항을 해결하는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열고 브랜드의 성장을 이끄는 무기여야 합니다.
가격 후려치기, 광고산업의 질적 하락을 초래하다
더 큰 문제는 농업적 근면성이 가격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많은 광고회사는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겠다고 스스로를 깎아내며 경쟁합니다. 그러나 이는 광고산업 전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가격을 낮추는 데 집중하다 보면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시간과 자원이 줄어들고, 결국 수준 높은 결과물은 기대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계약을 따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광고산업 전반의 질적 하락을 불러옵니다.
광고회사는 가격이 아닌 가치로 경쟁해야 합니다. 단기적인 계약을 따내기 위해 스스로의 가치를 깎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창의적인 광고는 가격이 아니라, 광고주의 문제를 해결하고 브랜드의 성장을 이끄는 데에서 평가받아야 합니다.
을 마인드에서 벗어나는 네 가지 방법
그렇다면, 광고회사는 어떻게 을 마인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 다음 네 가지 전략을 제안합니다.
1. 자기 철학의 확립
광고회사는 단순히 광고주를 만족시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광고주는 더 이상 수동적인 하청업체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창의적 파트너를 원합니다. 광고회사가 스스로의 철학과 가치를 명확히 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안한다면, 광고주는 이를 존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2. 전문성으로 무장
광고회사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의 전문가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소비자 트렌드를 읽으며, 시장의 방향성을 제안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합니다. 이는 광고회사를 단순한 공급자가 아닌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로 자리 잡게 합니다.
3. 가격이 아닌 가치 중심의 경쟁
광고의 가치는 그 과정의 노력과 결과물의 창의성에서 나옵니다. 광고회사는 단순히 저렴한 비용으로 광고를 제작하는 데 머물지 말고, 광고주의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치를 두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업계 전체의 가치도 함께 높아질 것입니다.
4. 창의성을 최우선으로
광고의 본질은 창의성입니다. 광고회사가 광고주 눈치만 보며 창의성을 희생한다면, 업계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습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광고의 수준을 높이고, 광고주와의 관계를 강화합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광고회사를 단순한 ‘을’의 위치에서 벗어나게 만듭니다.
광고산업의 미래를 위한 선택
광고회사가 다시 한 번 창의성과 혁신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을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농업적 근면성이나 수동적인 자세에 머무르지 말고, 전문성과 자기 주장으로 무장한 창의적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광고주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토론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광고산업의 미래는 광고회사가 스스로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창의적 비전을 통해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를 하청업체로 전락시키는 을 마인드에서 벗어나, 광고의 본질을 되찾아야 할 때입니다.
※ 12퍼센트(필명) : 현재 전략적인 크리에이티브로 평가받는 광고회사의 핵심 리더로 국내외 광고 어워드에서 다수 수상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