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이름을 부르게 하라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이름을 부르게 하라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5.02.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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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야, 네 아이폰 가지고 가야지(Hey, get your i-phone)!"

10년 전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막 도착한 비행기 안에서였다. 앞자리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그의 어머니가 타고 있었다. 급하게 짐을 챙겨서 복도로 나가는 아들의 주머니에서 전화기가 떨어졌다. 그의 어머니가 급하게 아들을 부르며 한 말이었다. 아들이 깜짝 놀라 의자의 전화기를 챙겼다. 전화기를 잃으면 큰일이니 놀랄 만하다. 흥미를 돋운 부분이 있었다. 그냥 '폰(phone)'이나 '스마트폰(smartphone)'이 아니라 '아이폰'이었다. 아이폰 이외에 다른 스마트폰을 그렇게 상품 브랜드명으로 부르는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 아들의 폰이 갤럭시였으면 그 어머니는 "야, 네 갤럭시 가지고 가야지"라고 말했을까 싶은 궁금증이 일었다.

'아이폰' 모자의 잔영이 남아서일까. 상품명을 물어본 경우를 제외하고 아이폰이라고 지칭하는 건 많이 봤는데, '갤럭시'로 구체적으로 호명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점유율과 판매 대수에서 갤럭시가 애플보다 줄곧 앞서 왔는데도 그랬다. 많이 읽지는 못해 과문하지만 외국 소설에서도 아이폰이라고 쓴 경우는 꽤 봤는데, 더 많이 팔렸다는 갤럭시를 언급한 사례는 없었다.

그러다가 <디어 와이프>(킴벌리 벨 지음, 최영렬 옮김, 위북 펴냄, 2021)라는 소설에서 갤럭시를 만났다. 30대 중반의 세련된 사빈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이다. 여러 사람에게 호감을 사면서, 부동산 중개업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주인공 여성은 남편과 약간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아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일하러 나간 그가 갑자기 행방불명된다. 수사를 맡은 형사가 실종된 여성이 빌린 차 안 컵홀더에 있던 전화기를 발견했다. 그것을 형사 시점에서 실종자의 언니와 남편에게 보여주는 장면에서였다.

'나는 책상 서랍에서 증거품이 든 비닐백을 꺼내, 안에 든 갤럭시 스마트폰을 두 사람이 볼 수 있게 들어 보인다.'

깜짝 놀랐고, 반가웠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먼저 '사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실종자의 언니인 잉그리드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저건 사빈의 핸드폰이 아녜요. 발견한 자동차가 사빈 게 확실한가요? 혹시 실수하신 거 아녜요?"

확실하게 자기 동생의 것이 아니라면서 덧붙인다.

"사빈은 아이폰을 써요. 하얀색 최신 기종이요."

자기 동생은 고소득의 세련된 여성으로 그에게는 응당 아이폰, 그것도 하얀색 최신 기종이 어울린다고 하는 자부심 같은 게 묻어난다. 그네들이 생각하는 스마트폰 브랜드의 성격이 말 속에 담겨 있다. 형사가 남편을 쳐다보자 그도 같은 의견을 내는데, 한술 더 떠서 자신의 추정까지 얹는다.

"맞아요. (사빈은) 아이폰을 쓰죠. 저건 사빈이 쓰는 선불폰일 거예요."

어찌 보면 아이폰과 대조적으로 선불폰에나 어울리는 브랜드로 갤럭시를 가져다 쓴 것이었다. 남편은 이 장면을 자기 친구인 방송 진행자에게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고 자신 관점에서 기술한다.

'난 내가 아는 바를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사빈이 슈퍼 주차장에 있다가 사라졌다. 차와 선불폰을 남겨두고 떠났는데, 가지고 간 아이폰의 위치는 경찰이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이제 갤럭시 브랜드 이름은 나오지 않고 그냥 선불폰으로만 표기했다. 사빈이 선불폰을 산 매장으로 찾아간 일행에게 점원이 약간의 반전을 가져오는 말을 한다. 스마트폰 카테고리 내에서 브랜드 등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여자가 네 개를 샀네요. LG K8 두 대, 중고 모토로라 두 대요. 세금 포함 다 합쳐서 407.73달러예요."

갤럭시나 삼성에 대해 소설 이외의 서적에서 이런 식으로 언급된 걸 보았다. <마이크로 트렌드> 시리즈를 쓴 마크 펜은 삼성의 기술력과 선도적인 움직임에 대해 후한 평가를 하면서도, 새로운 사업을 할 사람은 애플과 삼성 중 어느 쪽 길을 걸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갈림길을 규정한 건 오로지 가격이었다.

미국 시각 1월 22에 열린 갤럭시 언팩 2025에서도 보여줬지만, 갤럭시는 꾸준히 애플의 아이폰보다 앞서 새로운 기능을 넣고, 진일보한 부분을 과시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브랜드 자체의 존재감은 그런 기술력과 매출에 상응한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삼성과 갤럭시 브랜드의 근본에 집중하여, 브랜드 자체의 반전 전략이 정말 너무나도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갤럭시 언팩 2025 현장
갤럭시 언팩 2025 현장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서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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