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Japan] 헌 옷이어서 새롭다

[Trend Japan] 헌 옷이어서 새롭다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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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킷을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 ‘새것보다 더 좋아(Better Than New)’ 등 친환경을 주제로 의류 업계로서는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유명한 미국의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가 이번에는 ‘언패셔너블(Unfashionable)’이라는 캠페인을 24년 6월 전 세계적으로 시작하였다. 파타고니아가 진출한 글로벌 국가에서 동시에 전개되는 언패셔너블 캠페인은 기후위기 시대 소비주의의 정점에 있는 기업과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과 행동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환경 캠페인이다. 유행에 좌우되지 않고, 고품질이며 내구성이 있는 옷을 오래 입는 것의 중요성, 이러한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언패셔너블'이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이 캠페인의 하나로 다큐멘터리 영화 ‘쓰레기 시대(Shitthropocene)’라는 영화를 전 세계적으로 공개하였다. 생존을 위해 인류 초기부터 비롯된 소비가 오늘날 필요 이상의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유머러스하게 풍자했다. 영화에서는 소비 중심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역시 파타고니아가 발신하는 메시지인 만큼 파격적이다. 시장에 끼치는 파급력도 대단하리라 기대한다. (※ [Trend Japan] Don’t buy this Jacket - 매드타임스 참조)

 

영화 ‘쓰레기 시대(Shitthropocene)’

인류가 지질학과 생태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한 이후의 시대를 의미하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와 쓰레기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Shit’을 결합하여 만들어진 영화 제목인 ‘쓰레기 시대(The Shitthropocene)’는 파타고니아의 풍자적이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담으면서 특히 패션 산업 맥락에서 현재의 소비주의 상태를 비판한다. 이 영화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를 어떻게 크게 변화시켰는지를 강조하고, 우리의 소비 습관이 어떻게 대부분의 생산품을 '쓰레기(Shit)'로 전락시켰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트렌드에 발맞춰 대량생산되는 제품들이 충동적 소비를 조장하고 쓰레기가 되는 상황들을 조명하며 결국 인간의 무분별한 소비가 지구와 인류의 파멸까지 초래함을 경고한다. 약 45분 동안 유머와 진지한 논평을 결합하여, 우리가 더 많이 구매하려는 집착이 어떻게 심각한 환경 악화를 초래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의류 산업에서 이러한 과잉 소비문화가 오염, 폐기물, 천연자원의 고갈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이 영화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소비 습관을 재고해서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필요한 것만을 구매하고, 수리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 고품질의 내구성 있는 제품을 선택하여 버리지 말 것을 권장한다. 이 영화는 비판인 동시에 행동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생산자에게는 더 나은 제품을 요구하고 구매자에게는 구매 결정의 환경적 영향을 책임질 것을 호소하고 있다.

아래 영상을 삽입했다. 짧지 않은 동영상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한글, 영어, 일본어 등 세계 각국의 언어로 자막이 나오니 꼭 시청하기를 권한다.

 

패션 난립 시대

현대는 패션 난립 시대이다. 특히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급격하게 부각되고 있다. 패스트 패션은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하여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하는 의류를 가리키는 말인데 빠른 상품 회전율,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한다. 최근에는 중국발 패스트 패션인 ‘쉬인(SHEIN)’이 등장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패스트 패션 붐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패스트패션의 문제점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 자원낭비, 환경오염 등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패스트패션의 방식으로 유행을 끊임없이 좇는 것은 지구 환경과 사회에 매우 해롭다.

패션의 난립에는 마케팅이 큰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하며, 이러한 유행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에 의해 형성된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처럼, 많은 사람이 자신의 주관이나 취향보다는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광고나 새로운 패션 스타일을 보고 따라 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소비자 심리를 활용한 마케팅이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으며, 유명 연예인들에게 협찬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얻으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제품들, 그들이 입은 옷이나 착용한 액세서리, 소품들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유행이 변하고,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된다.

패션의 난립으로 인한 폐해는 심각하다. 2023년 기준으로 패션 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9,700만 톤의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으며, 그중 1,800만 톤은 의류 생산 과정 중에 남은 사용하지 않은 섬유, 250만 톤은 화학 폐기물, 300만 톤은 포장 재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에는 패스트 패션의 증가가 크게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못 입거나 안 입는 옷을 불우이웃 돕기에 보냈던 것이 불과 십수 년 전 일인데, 이제는 봉사단체에서도 입던 옷은 받기를 거부한다고 한다. 그 많은 남은 옷은 일부는 수출되지만 결국은 쓰레기가 되어 폐기된다. 빈티지, 구제 옷 열풍이 불기도 했으나 진짜 값어치를 하는 건 그중에서도 명품 수입 의류 정도이고 그렇게 팔리는 옷은 버려지는 옷의 10%도 안 된다고 한다.

 

고무적인 패션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

하지만 부정적인 상황만은 아니고 고무적으로 새로운 트렌드도 보인다. 패스트 패션이 큰 유행이 되어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패션에 대한 긍정적인 트렌드가 등장, 진화하고 있다. 옷장에 어떤 옷이 있는지, 최근에 입지 않은 옷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젊은 세대는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해 소비자가 해야 할 역할을 인식하고, 찢어진 부분을 패치를 대고 수선해서 사용하는 등 자기표현을 즐기고 있다. 절약을 지향하는 경향과 패션에 대한 개성 등을 배경으로 빈티지 의류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고급 브랜드 매장이 밀집한 도쿄 긴자에 빈티지 의류점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으며, 의류 제조업체들도 빈티지 의류의 매입 및 판매에 힘쓰고 있다.

최근의 몇 가지 두드러진 긍정적인 트렌드를 아래와 같이 세 가지로 정리한다. 우선, 패션 업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 중 하나는 지속 가능한 소재를 광범위하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실천에 중점을 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브랜드도 지속 가능성을 향한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유기농 면과 린넨에서부터 재활용 폴리에스터와 혁신적인 식물 기반 직물에 이르기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이러한 소재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로 순환 패션의 개념이 최근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 접근 방식은 내구성이 강한 오래 지속되는 의류 디자인, 의류 수선과 유지 관리 촉진, 재활용 및 업사이클링 장려 등을 포함한다. 그 결과, 많은 브랜드가 수선 서비스나 재활용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심지어 제품의 사용 종료까지를 고려한 디자인을 도입한다.

마지막으로 패스트 패션과는 대조적으로, 슬로우 패션 운동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들은 타임리스한 제품을 선택하고, 고품질이면서 내구성이 강한 의류에 투자함으로써 구매 습관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 이러한 슬로우 패션으로의 전환은 잘 만들어지고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의류에 대한 수요를 촉진하며, 패션 업계 전체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 이바지한다.

 

일본의 트렌드

1. 고급 브랜드 중고 의류 판매점

그러면 일본은 어떠 한가? 패션에 대한 시대적인 흐름에 맞추어서 진화되고 있는 일본의 패션 업계의 흐름을 몇 가지 사례를 통해서 고찰해 보자. 먼저 중고 의류 판매점의 약진이다. 이 중에서도 고급 의류 브랜드를 취급하는 판매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멋을 부리고 싶어 하는 젊은이는 어디는 존재한다. 값비싼 브랜드 의류를 구입할 돈은 없지만, 의류 구입에는 꽤 신경을 쓴다. ‘랙댁(RagTag)’이라고 하는 고급 중고 의류 브랜드 판매점에는 이러한 젊은이들이 모인다. ‘RagTag’은 중고의류에 특화해서 1985년 설립되었다. 패션성이 강한 남녀 10대 20대를 중심 타깃이다. 초기에는 일본에 사는 외국인들 사이에 인기였다고 한다. 주로 유튜브 인스타 등을 통해서 알게 된 선망의 브랜드를 찾아서 이 매장을 방문한다. 위치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시부야, 하라주쿠, 신주쿠 등에 위치한다. 멋있고 귀여우면서 아직 충분히 입을 수 있다는 콘셉트로 시작하였으며 고급 의류 제품 한 벌을 살 수 있는 돈으로 이곳에서는 여러 벌을 구매할 수 있다. ‘중고 고급 브랜드 편집숍’이라고 불린다. 실제 점포를 가지고 있는 점이 온라인 중고시장과의 차별화이다. 고급 의류 중고품은 가짜가 많아서 벼룩시장이나 온라인 옥션이 아닌 프로가 제대로 감정한 상품을 사고 싶다는 니즈가 강하기 때문이다. 중고품이 주목을 받는 것은 의류만이 아니다. SDGs 등으로 대표되는 환경의식이 높아 짐으로서 일본에서는 ‘Mercari’*와 같은 온라인 벼룩시장이 인기이다. 젊은 층에서 중고품 이용에 대한 저항감이 많이 사라졌다. 에코하는 것이 멋있다는 가치관도 점점 자라고 있다.

*Mercari: 일본에서 시작된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사용자들이 쉽게 중고품을 사고팔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이다. 개인 간 거래가 주된 기능이며, 의류, 가전제품, 가구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고 구매할 수 있다.

고급 브랜드 중고 의류 판매점 ‘랙택, RagTag’
고급 브랜드 중고 의류 판매점 ‘랙택, RagTag’

2.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

다음으로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Off Price Store, OPS)’라고 하는 업태의 분발이다. 이 유통업은 유명 브랜드 제품을 브랜드 이름을 숨겨서 노브랜드로 팔고, 그 가격은 거의 시가의 반값 정도인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러한 ‘오프 프라이스 비즈니스는 미국 소매업계에서 탄생하였다. 발상지인 미국에서는 오랜 역사가 있지만, 일본에서는 2019년경부터 의류 업계에서 출점이 잇따르고 있다. 상품의 회전이 빨라서 품목 구성이 고정되지 않기 때문에, 최신 트렌드의 다양한 브랜드 상품을 한 매장에서 진열할 수 있으며,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상품을 둘러볼 수 있다. 오프 프라이스 업태의 확산으로 소매업계의 '잉여 재고'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로 일본에는 ‘앤 브릿지(&Bridge)’라는 곳이 있다. ‘지속 가능한 환경 사회 실현을 위해, 패션 업계의 폐기물 감소를 목표로 가치 있는 브랜드의 여유 재고를 재편집하여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이전에는 폐기될 수 있었던 과잉 재고 상품을 브랜드의 경계를 넘어 대량으로 매입함으로써, 가격을 크게 할인하여 판매할 수 있는 구조이다. 유명 상표를 포함해 약 500 브랜드를 취급한다. 내장은 철골 폴 등으로 만들어져 간소하지만, 상품은 정중하게 전시되어 있어 떨이 팔기 같은 싸구려 인상은 주지 않는다. 일본은 미국과 달리 브랜드를 노출한다. 브랜드의 태그나 정가의 가격표도 그대로, 할인 폭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한편, 판매원은 거의 없고, 시착도 셀프서비스다.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 ‘앤 블릿지, &Bridge’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 ‘앤 블릿지, &Bridge’

3. Onward Green Store

환경을 생각하는 판매 정책은 패션을 전문으로 하는 유통만이 아니라 일본의 유명 의류 브랜드가 동참하고 있다. 자사 브랜드 의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외 브랜드와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일본의 대형 의류 업체 ‘온워드 카시야마(Onward Kashiyama)’는 만든 의류를 끝까지 책임지고 폐기하지 않고 순환시켜 지구 환경에 공헌해 나가는 새로운 유형의 의류 순환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Onward Green Store'를 운영하고 있다. 매장에서는 ‘온워드 그린 캠페인’을 실시한다. 고객이 사용한 자사 의류의 회수를 상시 실시하여 가능한 한 재활용하는 활동이다. 의류 1개글 가져오면 전국의 온워드 가시야마의 매장에서 이용하실 수 있는 ‘온 워드 그린 포인트’ 500포인트를 증정한다. 상태가 좋은 의류품을 선별해 클리닝을 한 것을, 환경 콘셉트 숍에서 자선 가격으로 제공한다.

의류 순환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는 ‘Onward Green Store’
의류 순환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는 ‘Onward Green Store’

헌 옷이기에 아름답다

하지만 의류 업계가 진행하는 환경을 생각하는 노력은 파타고니아가 추진하는 내용과는 차원이 다르다. 파급력과 영향력도 미미하다. 시대적인 트렌드에 뒤지기 싫어서 마지못해 실시하는 보여주기식이라는 느낌이 든다. 패스트 패션이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계되는 모든 분야가 동시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필요가 있다. 한 회사 한 분야만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먼저 의류 업계가 변해야 한다. 파타고니아와 같은 소수 회사만으로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행동에 주는 힘은 제한된다. 동종 업종 내 다른 많은 기업이 더욱 동참해야 한다. 뜻을 같이하는 동지 기업을 모아서 임팩트를 키워야 한다. 소비자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보다 소비자를 리드하고 계몽한다는 책임 의식이 요구된다.

다음은 정부 기관이 적극 앞장서야 할 것이다. 패션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국민의회 하원에서 ‘쉬인’을 염두에 두고 패스트 패션을 규제하는 법안이 가결되어 2022년부터는 판매되지 않은 옷의 폐기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EU도 2025년까지 유사한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의류 소비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도 내놓았다. 2023년부터 옷을 수선해서 입는 사람에게 최대 25유로를 지원한다. 수선비가 비싸면 그냥 새로운 옷을 사버리는 경향이 있다.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 비싼 수선비도 한몫한다. 이 조치 또한 의류 폐기물을 쏟아 내는 패스트 패션을 겨냥해서 내린 조치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소비자가 변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는 기업과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과 소비자 대상 교육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소비자가 패스트 패션을 원하는 한 패스트 패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기업은 계속해서 판매할 것이기 때문이다. 헌 옷을 수선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옷은 유행과는 관계없는 언패셔너블한 방향으로 향한다. 헌 옷이어서 새롭고 아름다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양경렬 나고야 상과대학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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