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Japan] ‘하니’의 '푸른 산호초'

[Trend Japan] ‘하니’의 '푸른 산호초'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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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의 ‘하니’가 도쿄돔에서 부른 '푸른 산호초(青い珊瑚礁)'가 유튜브, 온라인커뮤니티, SNS 등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푸른 산호초’는 1980년대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아이돌 가수 ‘마쓰다 세이코(松田 聖子)’가 1980년에 발표한 일본의 성장기에 대한 향수를 노래하는 곡으로 유명하다.

줄무늬 셔츠와 무릎 아래 스커트라는 80년대 패션으로 등장한 ‘하니’는 일본 ‘쇼와(昭和) 시대’의 아이돌이 타임슬립해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켜, 공연장을 폭발적인 환호로 가득 채웠다. 지금까지 일본의 많은 가수가 ‘마쓰다 세이코’를 커버해왔지만, ‘마쓰다 세이코’의 아우라를 재현하는 것은 매우 난도가 높아 시청자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하니’는 미소 짓는 몸짓과 표정, 치마를 살짝 잡고 흔드는 등 개성적인 매력을 발휘하면서 ‘마쓰다 세이코’를 현대에 부활시켜 일본이 가장 행복하고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이 곡은 중장년층 팬들을 감동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새롭게 보는 2030 젊은 층에도 많은 호응과 공감을 얻었다. 과거의 노래를 그리는 40~50대 기성세대에겐 향수를 떠올리게 하고, 젊은 팬에겐 옛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신선한 매력을 선사했다. 관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대 ~ 40대의 젊은 층이 더 열광했다. ‘하니’가 ‘마쓰다 세이코’를 깜찍한 안무와 노래 실력으로 재현해서 젊은이를 사로잡은 이면에는 과거의 것이 공감하고 매력을 느끼는 ‘레트로’라고 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숨어있다. 젊은 층에서 레트로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레트로 붐’

우리나라는 2010년대생만 돼도 1990년대 노래를 모른다. 반면 일본은 공중파를 중심으로 과거 노래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꾸준히 방영되면서 젊은 층과 노년층의 문화적 연결이 꾸준히 이어진다. 단지 가요만이 아니라 다른 다양한 분야에서 ‘레트로’는 세대를 넘어서 하나의 큰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레트로(Retro)’는 회상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인 ‘Retrospective’의 약어로, 과거의 시대나 스타일에 대한 향수나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 또는 그런 디자인이나 패션, 문화를 가리킨다. 이러한 ‘레트로 붐’은 가요를 시작으로 카세트 테이프, 아날로그 레코드, 필름 카메라, 꽃무늬 컵, VHS 스타일의 비디오 촬영 앱, 레트로 게임, 레트로한 건물과 간판, 안티크 상품 등 다방면에 걸쳐진다. 이러한 ‘레트로 붐’은 주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확산하고 있다.

쇼와 시대에 유명했던 유리 식기 브랜드인 "아델리아"가 현대에 맞게 재현된 "아델리아 레트로(Aderia Retro)"는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신선하고 감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받아 단 4년 만에 100만 개가 판매되는데 히트를 기록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신선하고 감성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Aderia Retro
젊은 세대 사이에서 "신선하고 감성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Aderia Retro

1982년 최초 모델 출시 후 40년을 넘겨, 2022년에 부활한 ‘오디오 테크니카’가 생산하는 레코드 플레이어인 ‘사운드 버거(Sound Burger)’라는 제품이 주목을 끌고 있다. ‘회사 홈페이지에 제품 콘셉트에 대한 스토리가 있다.

“때는 20XX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레코드에서 '소리'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레코드는 듣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식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 편안한 '소리'가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때 구세주 사운드 버거가 나타났다!

버려지는 레코드를, 장식용으로 남겨진 레코드를, 벼룩시장에 나오는 레코드를 구해줘!

잃어버린 '소리'를 되찾아줘!!

부탁한다, 사운드 버거!”

‘사운드 버거’는 버려지고 사라져 가는 레코드의 구세주이다. 제품 자체는 레트로하고 컴팩트하지만, 블루투스 연결이나 USB 충전과 같은 최신 기능이 추가되어 있다. 23,980엔으로 젊은이에게 크게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다. 집에 레코드가 있으면 소장해서 가끔 아날로그 음악을 듣고 싶게 만드는 그런 제품이다.

레코드의 구세주인 레코드 플레이어, Sound Burger
레코드의 구세주인 레코드 플레이어, Sound Burger

‘레트로’를 매개로 한 세대 간의 문화 릴레이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위에서 소개한 이러한 ‘레트로 트렌드’가 나이 든 세대만이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선 트렌드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레트로’를 두고 다양한 분야에서 세대 간의 문화 릴레이가 일어나고 있다.

쇼와 레트로 분위기를 풍기는 음식점들도 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고령자가 발신하고 있는 SNS 계정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TikTok에서 86세 여성의 일상을 게시하는 계정 "tomoko_86"의 주인공 여성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주 활기차고, 맥주 등 술을 좋아한다. 그 태도와 언행이 유쾌해 많은 젊은이를 팔로우한다. 패션에서는 지금은 50대 초반이 된 ‘단카이 주니어 세대(団塊ジュニア世代)*’의 여자들 사이에서 붐을 일으킨 ‘루즈 삭스(Loose socks)’ 그리고 90년대 후반에 인기를 끌었던 ‘암 워머(Arm warmer)’가 현재 젊은이들 사이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단카이 주니어 세대’들이 여고생일 때 열광했던 '갸루 문화**' 자체에 Z세대 여자들이 동경하는 등 패션을 중심으로 다양한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 단카이 주니어 세대: 1970~1974년에 태어난 일본의 2차 베이비붐 세대

**갸루 문화: 일본에서 유행한 특유의 화장법으로, 여자를 뜻하는 영어 단어 「Girl」을 일본식 발음으로 읽은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처음 등장해 일본 도쿄의 시부야 거리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가치를 추구

이처럼 세대 간 릴레이의 진행과 더불어 ‘레트로’한 물건을 애용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이면서 자신이 태어나기 전 시대의 콘텐츠를 애호하고, 오래된 물건이나 패션에 둘러싸여 있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아날로그 레코드나 필름 카메라 등을 구매한다. 스트리밍 서비스 덕분에 어디서든 음악을 듣거나 탐색할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촬영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일부러 이러한 '레트로 제품'을 소비한다. 이는 정보화가 계속해서 가속화되는 현대에 대한 반작용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소위 ‘레트로’한 물건을 단지 ‘트렌드라서’, ‘감성적이라서’, ‘특이해서’라는 표면적인 이유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면서 ‘레트로’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있다.

1. 번거롭지만 인간적이면서 편안한 아날로그

‘레트로 문화’는 손에 닿는 느낌이 있고, 그 세계에 참여하면 눈에도 잘 띄면서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에 있어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은 반대로 경험 가치를 만들어 낸다. 레코드 플레이어, 즉석 필름 카메라 등은 버튼을 누르거나 다이얼을 돌리는 감각이 좋고, 물질적인 존재임을 실감하게 한다. 듣기, 녹음하기, 촬영하기 등 각기 다른 용도에 따라 장치를 사용하여 콘텐츠에 도달하는 과정이 시간이 걸리는 것도 디지털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이다. 젊은이들은 편리한 시대에 태어났기에 약간은 번거로운 아날로그적 조작성을 즐기거나, 따뜻함과 약간의 구식미를 ‘오히려 새롭고 귀엽다’라고 느끼고 있다. 불편함이나 여백이 있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 맡기면 편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레트로’라는 필터를 통해 물건의 본질적인 매력을 느끼고자 한다.

2. 물건에 대한 소중함

레트로 제품들이 어느 정도 시대의 흐름을 ‘견딘 것’이 많다. 그래서 그 가치에 대한 신뢰가 높을 수 있다. 레트로 제품의 인기는 외관의 매력, 감성 요소, 디자인뿐만 아니라 ‘오래된 물건을 소중히 사용한다’라는 사고가 젊은 세대 사이에 보급될수록 더욱더 유행할 것이다. 최첨단 제품에는 아직 없는,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라는 사실이 ‘레트로’의 매력 중 하나인 것이다. SDG가 필수적인 요즈음에는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과 윤리적인 제품이 앞으로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 레트로가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 사이에서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이다.

3. 우연을 추구하는 액티브 세렌디피티*(Active Serendipity)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현대인들은 정보의 취사선택을 알고리즘에 맡기고, 최적의 해답만을 받는 과정을 거쳐 왔다. ‘레트로’를 지향하는 젊은이는 알고리즘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이끌리고 있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아날로그 정보 탐색을 의식적으로 시도하고, 유명하지 않은 개인 블로그 등도 스스로 둘러보고, 거기서 찾은 정보를 바탕으로 레코드나 카세트 가게에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리고 실제 매장으로 가서 자기가 원하는 제품을 ‘찾는’ 행위 자체가 의미가 있다. 매장에서의 우연한 만남에 관심이 높고 ‘실제로 사용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 ‘레트로’ 제품을 손에 넣는 것 자체를 즐긴다. 이처럼 앞으로의 마케팅에서는 우연히 만날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경험이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될 것이다. [Trend Japan] 디지털 세렌디피티(Digital Serendipity) - 매드타임스(MADTimes) 참조

디지털 시대의 젊은 세대는 아날로그와 ‘레트로’ 문화 속에서 새로운 가치와 즐거움을 발견하며 세대와 시대를 초월한 문화적 교류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트렌드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세렌디피티: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며 특히 과학연구의 분야에서 실험 도중에 실패해서 얻은 결과에서 중대한 발견 또는 발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양경렬 나고야 상과대학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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