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동영상을 찍는 캠코더와 사진용 카메라를 동시에 가지고 아이들을 찍던 1990년대에 누가 이런 농담 비슷한 푸념을 했다.
“왜 아이들은 사진을 찍겠다고 하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난리를 치고, 동영상을 찍으려 캠코더를 들이대면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어버릴까?”
뜻대로 되지 않는 걸 넘어서 시키는 것과 반대로 하려는 청개구리가 되는 게 자식이라고 했다. 하는 사업마다 성공했던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인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첫 번째로 자식을 뽑았다. 21세기에 들어와서 초중고생 자녀와 부모 간 갈등의 선봉에 게임이 들어섰다. 게임을 가지고 자녀와 승강이를 벌이는 부모들에게 농담처럼 이런 말이 돌았다.
“아이들이 게임을 못 하게 하려면, 그들에게 게임을 하라고 권유하라.”
태생적으로 반항의 씨앗을 품고 있는 다수의 아이는 부모가 시키는 것과는 반대로 하려고 게임을 하라고 시키면, 하다 가도 그만둘 것이란 말이었다. 하긴 공부하지 말라고 했더니, 자기가 알아서 공부하더란 얘기도 들었다. 그런데 어찌 보면 게임보다도 심각한 마약 문제를 두고, 이런 농담 같은 말을 정책으로 실행한 때도 있다.
마약 소비를 범죄로 다스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국가가 있다. 2001년 포르투갈은 수년간 이어왔던 처벌 위주 정책을 폐기하고 피해 감소를 목표로 충격적 조치를 시행했다. 10일분 소지 및 구매를 포함한 모든 개인용 마약 소비 행위를 ‘비범죄’로 한다고 발표했다. 마약 소비가 불법이기는 하지만, 경찰이 무조건 감옥에 보내는 대신 대다수 마약 사용자를 '단념 위원회'에 넘긴다.
‘마약과의 전쟁’이란 미국에서 유명해지고, 21세기 한국에서까지 발효되는 구호에서 보듯, 마약에 관한한 제조자, 유통자, 판매자, 소비자 등 연관된 모두가 범죄자였다. 포르투갈 정부가 1990년대 중반에 마약 대책을 위해 소집한 11명의 전문가 중의 한 명이었던 내과 의사 조아오 고울라오는 그의 직업으로부터 출발한 듯, 다르게 정의했다.
“마약 중독자는 범죄자가 아니라 환자입니다.”
새로운 정의로부터 고울라오는 ‘마약 중독자에게는 처벌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중반 전체 인구 1천만 명의 국가에 10만 명이 넘는 마약중독자들을 체포하고 수용할 형편이 되지 않던 포르투갈 정부로도 다른 방식이 필요했다. 아주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빼놓고, 대부분에게는 치료를 권했고, 치료에 참여할지는 자발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마약 사용을 하지 말라고 하는 대신, 깨끗하게 주사기를 소독하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여러 사람이 돌려쓰지 말도록 권장했다. 포르투갈의 이 조치를 따라 한 국가도 많았다. 그러나 성공 여부를 두고는 아직도 논란이 있다.
보통 ‘마약 비범죄화’라고 하는 이 법이 발효된 후 12년 간 포르투갈에서 마약을 소비하는 10대 청소년은 줄었으나 성인의 마약 소비는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기간 유럽 대부분 국가의 성인 마약 증가율을 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마약 중독자들의 재활 치료율이 높아졌고, 마약 중독의 다음 순서라고 하는 에이즈 감염 비율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고 한다.
마약을 소비하는 10대 청소년의 비율이 줄었다는 데 주목한다. ‘마약 비범죄화’ 이후에 포르투갈 청소년 하나가 자신은 마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마약을 하는 게 쿨해 보이지 않았어요.”
마약에 처음 손을 댄 청소년들이 그 상황을 묘사하거나 이유를 댈 때 잘 쓰는 단어가 ‘쿨(cool)’이란다. 불법이고 그래서 반항 표출 행위가 되는 마약 소비는 친구들과 함께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서 혼자 몸을 빼는 건 쿨해 보이지 않는다. 다른 애들보다 먼저 그런 위험한 행위에 뛰어드는 건 반대로 쿨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마약의 비범죄화는 마약 소비를 별 위험이 없는, 그래서 ‘쿨’할 요소가 없어 시도하지 않는 그런 자연스러운 반전을 최소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일으켰다. 아직도 ‘하지 말라’고 금지를 외치며, 불법성이나 위험성만을 강조하는 청소년 대상 도박과 마약 방지 캠페인을 보며 불쑥 떠오른 포르투갈의 반전 마약 정책이었다.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서경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