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유튜브 이용률은 71%로 OTT 서비스 중 2위인 넷플릭스(35.7%)를 더블 스코어로 앞서고 있으며, 10대~40대에서의 이용률은 80%를 넘어선다.
광고 시장에서 유튜브의 위상 또한 달라졌다. 구글 코리아에서 유튜브를 담당하던 부장이 “제발 광고주 좀 알아봐 달라”며 하소연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국내 시장에서 온오프라인을 포함하여 가장 큰 가치의 매체로 평가받는다(한국광고주협회, 2023 광고매체평가 연구).
초기 유튜브 광고는 단순히 TVC를 온라인으로 배포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후 이노레드를 선두로 하는 디지털 전문 크레이에티브 에이전시들이 소위 “유튜브 문법”을 만들어냈으며, 이제는 쇼츠의 길이와 형태에 맞는 광고가 기획 단계부터 고려된다.
유튜브가 국내에 도입된 지 만 16년 10개월. 유튜브 광고는 또 다른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을까?
필자는 최근 AI기반 유튜브 타기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릭아웃 코리아(대표이사 히로시 오카다)의 의뢰로 국내 유튜브 이용자들의 멀티태스킹 이용 현황을 조사했다.
※ 본 조사의 요약 결과는 프릭아웃 코리아의 웹사이트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클릭시 보고서 다운)
조사 결과 설문 참가자의 88%가 다른 일을 하여 유튜브를 이용한다고 답했으며, 항상 또는 종종 다른 일을 하는 중 유튜브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0%에 달했으며, 화면에 집중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또한 응답자들은 주로 가사(39%)와 업무(18%) 시 유튜브를 틀어놓는다고 응답했다.

이용자들은 유튜브 멀티태스킹 시 음악(42%), 예능(22%), 뉴스(9%)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 콘텐츠의 이용률은 화면 주시 이용자에서 16%, 그리고 화면을 보지 않고 듣기만 하는 이용자에서 59%로 가장 큰 차이를 보였으며, 교육 콘텐츠와 제품 리뷰 콘텐츠는 화면을 보지 않는 이용자에게는 매우 이용도가 낮았다.

“다른 일을 하며 유튜브를 틀어놓는다”라는 전체는 기본적으로 사용자들이 시각적 정보가 아닌 청각적 정보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릭아웃 코리아의 조사에서 응답자 중 멀티태스킹 유튜브 이용 환경에서 화면을 계속 주시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7%에 불과했으며, 광고 노출 시 광고를 시청하는 비율 역시 7%였다.
이러한 유튜브 이용자들의 행동패턴 변화는 유튜브를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고 설득을 시도하는 광고 업계에 큰 시사점을 제시한다.
1. 먼저, 구글애즈에서 제공하는 성과 보고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 초 미디어 업계의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대부분 20%대이던 유튜브 광고의 완료 시청율이 40%대, 60%대까지 올라왔다”라는 얘기가 나왔고, 이 이상한 현상에 모두가 동의했다. 유튜브의 이용 증가에 따라 광고의 소비도 그만큼 개선된 것일까? 프릭아웃 코리아의 이번 조사는 이 의문에 대해 타당성 높은 가설을 제시한다 – 사람들은 광고를 무시하고 건너뛰기조차 하지 않는다. 바로 화면을 보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유튜브 광고를 집행하는 마케터들은 또 다른 성과지표를 개발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광고가 무시되지 않는 보다 정확한 타기팅의 설정이 더 낮은 시청 지표를 보일테고, 결국 더 나은 타기팅이 캠페인 실패라는 잘못된 결론을 가져올 수도 있다.
2. 그 동안 유튜브 광고는 5초 이내 소비자의 주목과 관심을 받는다는 나름의 문법으로 TV 광고와 차별화해왔다. 유튜브가 아직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은 시점에는 TV용으로 제작된 광고를 그대로 유튜브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기-승-전-결의 스토리텔링 방식의 광고들은 5초의 건너뛰기 대기 시간에 사용자의 관심을 끌지 못해 외면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후 이노레드를 필두로 한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이 결(요약)-기-승-전-결로 구성된 유튜브용 문법을 만들어냈다. 화면을 주목하지 않는 환경에서 시각적 메시지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것이고, 이제 대행사들은 RTB(음성)-기-승-전-결의 새로운 문법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 브리티시 항공의 2023년 칸 라이언즈 수상작. 화면을 보지 않는 멀티태스킹 유튜브 사용자들에게 이 광고는 어떤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까?
3. 멀티태스킹 환경에서 사람들은 한 과제에 대한 주의력이 저하된다. 이는 인지부하이론이나 주의자원이론을 비롯한 많은 이론들로 설명 가능한데, 요점은 “한 개인이 사용 가능한 인지 자원의 총합은 정해져 있으며, 여러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 각 과제에 할당되는 인지 자원은 균등하지 않게 분배된다”고 말할 수 있다. 광고의 맥락에서 이는 메시지의 특성과도 관련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연간 재무제표 분석과 같이 많은 인지 자원을 사용하는 과제를 수행 중이라면 광고 메시지에 할당할 수 있는 인지 자원은 줄어들게 되고, 따라서 많은 인지 자원을 필요로 하는 광고 메시지는 전달력이 떨어진다고 가정할 수 있다. 유튜브 멀티태스킹의 시대를 맞이한 광고는 단순히 “사용자는 누구인가”를 넘어 “사용자는 어떠한 행동 맥락에서 유튜브를 이용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4. “화면을 보지 않고 유튜브를 이용한다”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화면을 주시하면서 유튜브를 이용하는 사용자를 타기팅하면 되지 않을까? 이를 위해 필자는 쇼츠 광고의 활용을 제안한다. 잠깐씩 화면에서 눈을 뗄 수는 있으나, 적어도 쇼츠 이용시에는 사용자의 이용 환경이 어떻건 화면을 지속적으로 주시한다. 물론 광고의 이탈 역시 5초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 쉽지만, 적어도 광고 유효한 도달 관점에서의 환경은 인스트림 광고보다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5. 흔히 타기팅이라고 하면 어떠한 조건의 사용자 또는 지면에 광고를 노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제 특정 조건에 대해 광고를 노출하지 않는 소위 디타기팅의 활용도가 높아질 필요가 있다. 음악과 예능, 그리고 뉴스 카테고리의 동영상은 멀티태스킹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유튜브 영상들이다. 이러한 영상들에 전면적으로 광고 노출을 배제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포함된 캠페인과 제외된 캠페인을 운영하며 성과를 테스트하는 것을 제안한다. 필자는 2023년부터 유튜브 광고 집행에 GP를 이용하고 있는데, 현재 디타기팅의 비중을 점점 높여가며 집행하고 있다.
필자는 한국 TV광고의 1세대인 이강우 선생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이강우 선생은 자신이 만든 전설적인 광고의 뒷배경을 설명했는데, 어느 날 와이프를 보니 TV를 틀어놓은 채 가사를 하며 듣기만 한다는 것이다. 이에 착안하여 나온 것이 “맞다, 게보린”으로 잘 알려진 삼진제약의 게보린 광고다.
1982년 게보린 광고는 4세기를 돌아 2024년의 우리에게 “듣는 영상 매체”의 필요성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이환선 발크(BALC. Inc.)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