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영국 공영방송 BBC가 미국 내 웹사이트 방문자를 대상으로 유료 구독 서비스를 6월 27일(현지시간)부터 공식 도입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BBC.com에 접속하는 이용자는 BBC 뉴스 기사, 특집 콘텐츠, BBC 뉴스 채널의 라이브 스트리밍 등 주요 콘텐츠를 월 8.99달러 또는 연 49.99달러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비구독 이용자도 일부 글로벌 속보, BBC 라디오 4, BBC 월드 서비스, 다국어 뉴스, 일부 뉴스레터 및 팟캐스트 등은 광고 기반으로 계속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BBC는 이번 유료화 조치를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 기회를 열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레베카 글래쇼(Rebecca Glashow) BBC 스튜디오 글로벌 미디어 & 스트리밍 CEO는 “BBC의 신뢰받는 고품질 콘텐츠를 하나의 강력하고 직관적인 플랫폼에 통합하는 것이 이번 전략의 핵심”이라며 “미국 이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BBC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BBC가 직면한 재정 압박과도 맞물린다. BBC는 최근 회계연도에 약 4억 9,200만 파운드(약 8,700억 원)의 예산 적자를 예상하고 있으며, 영국 내 라이선스 수입(연 174.50파운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BBC의 장기적인 재원 구조 개편을 검토 중이다.
BBC는 이번 유료 구독 모델에 ‘다이내믹 페이월’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이용자의 기사 열람 수, 체류 시간 등 웹사이트 내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독 유도를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일반 이용자는 일정 범위 내에서는 무료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으나, 더 많은 기사나 기능에 접근하려면 유료 구독이 필요하다.
BBC는 향후 구독자에게 광고 없는 다큐멘터리, 조기 공개 팟캐스트, 독점 뉴스레터 등 프리미엄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앞으로 몇 달 내에 장문의 분석 기사와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등 구독자 전용 콘텐츠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BBC 측은 밝혔다.
이번 조치는 뉴욕타임스, CNN 등 미국 주요 언론사들이 이미 도입한 온라인 유료 모델을 따른 것이며, BBC.com은 미국 내 월간 방문자 약 6,000만 명, 전 세계 약 1억 3,9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유료화는 영국 내 이용자나 다른 국가 이용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영국 라이선스 요금 납부자는 해외에서도 BBC 뉴스 앱(영국 앱스토어 최신 버전)을 통해 기존과 동일하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BBC 뉴스 CEO 데보라 터니스(Deborah Turness)는 “북미 지역에서 BBC의 신뢰받는 저널리즘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글로벌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BBC의 공공 서비스 가치를 지켜가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BBC는 향후 미국 내 BBC 뉴스 앱에도 유료 구독 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며, 광고 기반 무료 콘텐츠와 유료 프리미엄 콘텐츠를 병행해 상업적 수익과 공공 서비스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