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드타임스 채성숙 기자] 마케팅을 처음 접한 사람이나 이제 일을 시작한 신입 마케터는 제품만 좋으면 물건은 팔린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제품의 특징부터 줄줄이 나열하며 고객에게 다가가려 한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고객은 현재 당신이 팔려고 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그들이 관심 있는 건 오직 하나, 자기 자신이다. 그렇기에 마케터는 제품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설득해야 한다. 즉,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고 싶게 만들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드릴을 팔려면 구멍을 팔아라!” 물건을 팔지 마라! 마케터는 가치를 파는 사람이다!
“고객은 0.25인치 드릴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0.25인치 구멍을 원한다.” 마케터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이 격언은 마케팅의 거장 테오도르 레빗이 한 말로, 고객이 드릴을 살 때 드릴은 욕구를 채우는 수단일 뿐 목적은 구멍을 뚫는 데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①번 제품. 초소형 350메가바이트 MP3 출시!
②번 제품. 당신의 주머니에 1,000곡의 노래를 담으세요!
MP3 플레이어 제품을 광고한 홍보문구가 있다. 당신이 고객이라면 어느 제품을 사겠는가. ①번 실제 모델인 아이리버는 고객이 바로 이해하기 힘든 수치를 내세워 제품의 기술력만 강조했다. 반면 ②번 실제 모델인 애플은 제품이 고객에게 줄 이득을 구체화했다. 아이리버는 공급자 입장에 집중한 ‘드릴’을 팔았지만 애플은 고객가치에 집중한 ‘구멍’을 판 셈이다. 실제 업계 승자는 알다시피 애플이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드릴 자체보다는 드릴로 뚫는 구멍에 항상 더 큰 가치가 있다. 이것이 바로 베네피트(benefit)라고 부르는 ‘고객가치’다. 마케팅 책에 나오는 어려운 지식이나 기술 이론은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고든 것일 뿐, 결국 중심 개념은 이 ‘가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마케터가 팔고자 하는 것은 제품과 서비스, 또는 브랜드나 아이디어 그 자체일 수 있다. 하지만 팔려는 것이 무엇이든 마케터가 해야 할 최종 과제는 고객가치를 파악해 ‘사고 싶도록’ 고객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책에서 저자는 마케팅 초심자들이 놓치기 쉬운 마케팅의 본질을 짚어주며, 마케팅을 ‘사는 사람’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마케팅은 사는 사람 입장에 서서 고객가치에 집중할 때 제대로 빛을 발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①베네피트: 무엇을 팔고 있는가 ②세그먼테이션: 고객은 어떻게 나눠야 하는가 ③타깃: 누구에게 팔 것인가 ④차별화: 왜 이 상품이어야만 하는가 ⑤4P: 가치를 어떻게 전할 것인가의 5가지 마케팅 실전 원칙으로 정리해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또한 고객의 욕구 파악하기부터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가 절실하게 필요한 고객을 찾는 법, 고객의 욕구에 맞춤한 ‘상품 축’ ‘간편 축’ ‘밀착 축’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노하우까지 마케팅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단계별로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전략에 일관성이 없다면 팔리지 않는다: 도쿄디즈니랜드 사례로 알아보는 성공하는 마케팅의 하우투
마케팅에 정답 또는 오답이 있을까? 사실 마케팅은 회계와 달리 정답과 오답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베네피트, 세그먼테이션, 타깃, 차별화, 4P의 일관성이 없다면 그것은 ‘오답’이다. 즉, 팔리지 않는다. 각각의 요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 요소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연간 2,500만 명이 찾는 일본 최고의 테마파크 도쿄디즈니랜드(TDR)를 사례로 들어 마케팅의 각 요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차근차근 쉽게 알려준다. TDR은 가족, 연인, 친구 단위의 고객을 타깃으로 탈것이나 놀이시설 자체뿐만 아니라 미키마우스 같은 테마파크 고유의 캐릭터와 독자적 세계관을 구축했다. 철저하게 ‘상품 축’으로 차별화를 꾀한 셈이다.
특히 놀이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패스포트와 패스트패스를 고객에게 제공한 것은 테마파크의 성공을 견인했다. 부담 없이 오래 머물게 된 고객은 평균 8시간을 체류했고 늘어난 시간만큼 식음료 수요와 쇼핑 수요가 생겼다. 실제로 TDR의 입장권 수입은 44%로 매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기념품과 음식 판매 수입은 절반을 웃돈다. 테마파크 전체 시설의 3분의 2가 기념품점과 음식점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야간 퍼레이드는 지방 고객을 대상으로 파크 내 숙박 수요도 발생시켰다. 이처럼 TDR은 이곳저곳에 ‘가치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장치를 심어두어 마케팅의 본질인 가치 교환을 구현하고 순수익을 높였다.
완벽한 논리에 실무 스토리까지 담은 촘촘한 입문서
마케팅의 각 요소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연결되어 함께 움직인다. 이 책은 영리한 마케팅이 갖춰야 할 전략의 흐름을 사례를 통해 가르쳐주어 실제 마케터들이 업무를 수행할 때 적용할 수 있는 팁을 제공한다.
마케팅에 관한 좋은 책은 많지만, 생소하고 어려운 용어 없이 꼭 필요한 마케팅 이론만 쏙쏙 골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은 드물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초심자들이 쉽고 빠르게 직관적으로 마케팅의 A부터 Z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바쁜 직장인들도 이삼일만 시간 내 읽으면 마케팅 핵심 이론을 금방 머릿속에 체계화할 수 있다. 입문서라고 하면 수박 겉핥기식 내용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은 18년간 일본 굴지의 기업들에서 실시하는 마케팅 특강을 바탕으로 쓴 까닭에 깊이가 있어 오래도록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무엇보다 각 장의 뒷부분에 소설 형식의 현실감 넘치는 마케팅 실무 스토리를 배치했다. 새내기 마케터인 ‘마코’는 폐업 위기에 몰린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되살려야 하는 2개월짜리 프로젝트를 떠안았다. 너무 평범해서 특별한 고객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던 레스토랑을 두 달 만에 완전히 차별화하고 고객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하는 마코의 스토리를 통해 마케팅 이론이 현장에서 어떻게 현실화되는지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의 톱 마케터이자 경영 컨설팅회사 스트레티지&택틱스 대표인 사토 요시노리는 18년간 기업인, 사업가, 마케터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컨설팅과 강의를 병행해왔다. 그는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MBA 순위 세계 1위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배운 이론적 체계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업계의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마케팅 컨설팅을 진행해왔으며, 손대는 브랜드마다 성공적으로 론칭시켜 경영진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바쁘지만 마케팅은 배우고 싶어》는 그가 그간 터득해온 마케팅 노하우를 한 권에 집대성한 책이다. 출간 즉시 아마존재팬 마케팅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른 뒤 15년 연속 그 자리를 지키며 일본의 10만 신입사원들의 업무 필독서로도 유명한, 그야말로 마케팅 입문의 결정판이다.
지은이 사토 요시노리 佐藤義典
와세다대학교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2024년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MBA 순위 세계 1위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의 MBA 전공은 비즈니스 전략 및 마케팅이다. 통신회사, 외국계 식품 제조회사 등에서 근무한 후 경영 컨설팅회사 스트레티지&택틱스(Strategy&Tactics)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실용적인 마케팅 전략에 관한 일본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풍부한 현장 경험과 MBA에서 배운 이론적 체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업계의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마케팅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컨설팅해주는 업종마다 성공적으로 론칭시켜 경영진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업 연수에서도 그의 인기는 이미 정평이 나 있으며, 약 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마케팅 메일 매거진 ‘우레타마!’의 발행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15년간 마케팅 분야 스테디셀러인 《바쁘지만 마케팅은 배우고 싶어》는 마케팅을 처음 접한 사람이나 시작하는 마케터, 마케팅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은 바쁜 직장인을 위한 업무 필독서로 유명하다.
옮긴이 김혜영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일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번역 에이전시에서 근무하다 꿈에 그리던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책 한 권 한 권 정성을 다해 번역하려고 노력한다. 옮긴 책으로는 《당신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한 장의 미래 지도》, 《조인트 사고》, 《일 잘하는 리더는 이것만 한다》, 《1등의 전략》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