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드타임스 한기훈 대기자] 지난 9일(미국 시각)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제59회 슈퍼볼 경기가 열렸다. 트럼프가 참석하고 테일러 스위프트가 야유를 받았다는 등 관련 뉴스가 많았으나 나의 관심은 광고였다. 이번 빅게임(슈퍼볼 경기의 별칭)의 광고비는 30초 광고 한번 방영에 700만 불을 넘어서 800만 불까지 팔렸다고 한다. 신기록이다. 미국의 경제 호황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이 경기를 TV로 시청하는 미국인들은 이제 광고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된듯하다. 수많은 미디어가 슈퍼볼 최고의 광고를 가려내기 위해서 즉각적인 조사 활동을 하고 즉시 발표한다. 나는 전문지인 애드에이지나 애드위크의 발표를 보고 미국 유일의 전국 신문인 USA Today의 발표를 또 찾아보곤 한다. 거기에는 언제나 미국 광고 전문가들의 견해와 미국인들의 평가가 들어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 미디어 간에도 견해 차이가 있고 물론 내 생각과는 항상 많이 다르기도 하다. 어찌 되었건 이번 빅게임에 등장한 광고들을 본 내 생각을 정리해 본다.
우선 내가 뽑은 최고의 광고는 두 개였다. 먼저 헬만스 브랜드의 ‘When Sally Met Hellmann’s’를 뽑았다. 1989년의 히트 영화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두 주연 배우인 맥 라이언과 빌리 크리스털을 함께 캐스팅하여 그 영화 속의 가장 유명한 장면을 패러디했다. 헬만스 마요네즈를 빵에 발라 먹으면 그렇게 맛있나? 하여간 그 시절 이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눈길이 확 갔을 거라 생각된다. 광고회사는 VML.
다른 또 하나의 최고 광고는 버드와이저 맥주의 ‘First Delivery’라는 제목의 광고다. 이제는 버드와이저의 심볼이 된 클라이즈데일 망아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광고다. 이미 과거 수많은 광고로 최고의 광고로 뽑히기도 했던 광고다. 광고회사는 FCB NY. 이 광고도 이미 보는 순간 나를 10년 전, 20년 전으로 데리고 가는 힘이 있다. 친숙함, 친근함과 전형적인 미국 중서부의 이미지가 잘 전달된다.
이 두 개의 광고의 공통점은 ‘친숙한 스토리’에 바탕을 둔 크리에이티브라는 점이다. 50대 이상에겐 당연히 확실하게 어필될 것이고 20, 30대에게도 ‘오래된 새로움’으로 받아들여졌을 것 같다.
이번 빅게임에는 오랜만에 돌아온 브랜드의 광고가 눈길을 끄는데 나이키도 그중 하나이다. 와이든 앤 케네디가 만든 ‘so win’이란 제목의 광고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빅게임에 광고를 집행했다. 여성들이 스포츠에서 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는데 애드 에이지는 이 광고를 최고의 광고로 선정했다. 나이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나는 광고다.
아이디어가 돋보인 광고로는 미국의 농산물 배송 온라인 기업인 인스타카트의 광고를 들 수 있다. TBWA\Chiat\Day LA에서 제작한 ‘We’re Here’라는 제목의 광고에는 체스터 치타, 그린 자이언트, 에너자이저 버니 올드 스파이스의 근육질 남자 등 유명 브랜드의 캐릭터들이 함께 등장한다. 각각의 기업에 사용 승인받느라 수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빅게임에는 한국 브랜드의 광고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동안 기아차가 꾸준히 등장하고 좋은 성과를 보여주었는데 내년에는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기훈 차의과학대학교 의료홍보미디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