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람회, 브랜드로 기억되다

전람회, 브랜드로 기억되다

  • 송창렬 크랙더넛츠 대표
  • 승인 2025.03.10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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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부터 군대에 이르기까지,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전람회의 음악만이 존재했다.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그것은 나의 감성을 이루는 한 부분이었다. 그들의 음악은 내 청춘을 감싸 안았고,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기록해 주었다.

<이방인>의 첫 소절이 흐르면, 낯선 도시에서 혼자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기억의 습작>이 울려 퍼질 때면, 잊고 있던 청춘의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전람회의 음악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감성의 언어다.

얼마 전, 전람회의 멤버 서동욱 님이 우리 곁을 떠났다. 그 소식은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던 ‘전람회’라는 이름을 다시금 소환했다. 김동률 님과 오랫동안 작업을 해오신 대학 동기인 이지원 님을 포함한 대학동기들과 함께 전람회를 기억하고, 서동욱 님을 기리는 추모음악회를 열었다. 제목은 ‘전람회와 우리의 기억의 습작’. 그날, 우리는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전람회가 우리에게 남긴 감성을 다시 꺼내 보았다.

초대장 (집행위원회 제공)
초대장 (집행위원회 제공)

고 서동욱 님의 형수님께서 그가 생전에 남긴 메시지—기타를 치며 안녕을 건네던 영상—을 보내주셨고, 그가 마지막으로 사두었던 위스키까지 우리에게 전해주셨다. 우리는 그 한 잔을 돌리며, 음악과 기억, 그리고 우리를 연결하는 무언가를 깊이 느꼈다.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의 눈빛이 마주할 때, 우리는 깨달았다. 전람회는 단순한 그룹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우리 마음속에 살아있다는 것을.

2025 2.14 행사 스케치 사진 (집행위원회 제공)
2025 2.14 행사 스케치 사진 (집행위원회 제공)

전람회, 브랜드로서의 가치

1990 년대 한국 대중음악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서태지와 아이들, H.O.T. 같은 그룹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시기, 조용하지만 강렬한 울림을 남긴 또 다른 이름이 있다. 바로 전람회다.

1993 년 대학가요제에서 그들이 불렀던 '꿈속에서'는 그야말로 우리를 꿈속에서 꿈을 꾸게 만들었다. 전람회라는 이름 아래 펼쳐진 사운드는 깊이 있고, 섬세하며, 한 편의 서정적인 영화처럼 우리의 청춘을 기록했다. 그 감성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하다.

음악 이상의 가치

브랜드란 단순한 로고나 제품이 아니다. 브랜드는 사람들이 그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감정과 이야기. 그렇다면 전람회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브랜드 지속성: 유행이 아닌 본질

전람회가 남긴 유산은 단지 특정한 세대의 향수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의 음악은 2020 년대에도 꾸준히 회자되고, 영화, 드라마, 광고에서도 활용되며 새로운 세대와 공명하고 있다. 브랜드가 시간이 지나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가치를 담아야 한다. 전람회의 음악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해왔다.

전람회의 노래는 단순히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오늘날에도 그들의 음악을 처음 듣고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청춘’이라는 감정은 시대를 뛰어넘어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전람회의 음악은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감성은 더욱 깊어지고, 새로운 세대와도 연결되며 지속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전람회 팬 김재익님이 기획한 2025.3.7 스튜디오오오이에서 진행한 음악감상회
전람회 팬 김재익님이 기획한 2025.3.7 스튜디오오오이에서 진행한 음악감상회

결국, 브랜드는 감성이다

음악 산업에서도, 비즈니스에서도, 결국 브랜드를 결정짓는 것은 감성이다. 전람회는 그 감성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은 그들의 음악을 단순한 과거가 아닌, 현재에도 유효한 감동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순간, ‘전람회’는 단순한 그룹이 아니라, 브랜드가 된다.

브랜드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어느 브랜드 전문가가 제시하는 요소를 모두 갖추어야만 브랜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을 갖추면 하나의 이미지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브랜드는 결국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무언가다.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하는지, 어떤 감정을 떠올리는지가 브랜드의 본질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람회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브랜드다. 특정한 기준으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그 음악을 듣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전람회를 ‘느낀다.’ 그리고 그것이 곧 브랜드다.

우리는 브랜드를 단순히 시장에서 소비되는 무언가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진정한 브랜드는 시간 속에서도 변치 않는 가치를 가지며, 사람들에게 감정적으로 각인된다. 전람회의 음악이 바로 그런 사례다.

전람회의 음악을 다시 들으며 묻고 싶다. 우리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이야기가 시간이 지나도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브랜드는 결국 시간이 지나도 남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과 그 음악을 기억하는 팬들이 존재하는 한, 전람회는 브랜드로 남을 것이다.

 


송창렬 Crack the Nut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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