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4월 고환암 인식의 달을 맞아, 고환암협회(Testicular Cancer Society)가 FP7맥켄 두바이와 함께 색다른 방식의 캠페인을 선보였다. ‘I See Balls’라는 이름의 이번 캠페인은 일상 속에서 우연히 남성 생식기를 닮은 사물을 인식해 고환암 자가 검진을 유도하는 증강현실(AR) 렌즈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선인장, 채소, 아이스크림 스쿱 같은 사소한 사물들이 렌즈를 통해 인식되면, 그 위에 실제 의학적으로 검증된 고환 자가 검진 방법이 애니메이션 형태로 덧씌워진다. 단순한 농담처럼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이제 조기 발견을 돕는 교육 도구로 발전했다. 검열에 막히는 대신 창의적인 방식으로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시도이다.
이 아이디어는 점점 커지는 모순에서 출발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고환암 위험군인 15세에서 35세 남성의 42%가 건강 정보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얻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알고리즘은 고환암 관련 콘텐츠를 음란물로 인식해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24년 6월에는 페이스북에 게시된 고환 자가 검진 인포그래픽이 삭제됐고, 복구를 위해 공식 항소가 필요했다. 인스타그램에서 ‘testicles’를 검색하면 대부분의 결과가 ‘민감한 콘텐츠’로 숨겨진다. 그나마 노출되는 정보조차 딱딱하고 지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반면, 인터넷에는 본의 아니게 남성 생식기를 닮은 이미지들이 넘쳐난다. 이런 모양은 늘 웃음을 자아내며, ‘/mildlypenis’ 같은 바이럴 서브 레딧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다. 이번 캠페인은 그런 ‘웃음 코드’를 역이용해 건강 메시지를 전달한다.
캠페인팀은 건물, 그림자, 음식 등 다양한 이미지를 학습한 AI를 직접 개발했고, 이 AI는 남성 생식기를 연상시키는 형태를 인식해 자가 검진 안내를 자동으로 보여준다. FP7맥켄의 페데리코 판티(Federico Fanti)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는 “남성들은 이미 이런 형태를 본능적으로 인식한다”며, “이 AR 렌즈는 그 행동 위에 메시지를 얹는 방식이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어디서든 검진을 떠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렌즈는 iseeballs.com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며, 사물을 스캔해 검진 방법을 배우고 SNS에 공유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검열이나 계정 정지 걱정 없이 건강 메시지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방식이다.
캠페인은 특히 검열이 심한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 등에서 시작되었다. 남성 생식기처럼 보이는 콘텐츠에 댓글을 달고 렌즈 링크를 공유하거나, 유머 중심의 밈 커뮤니티에 직접 메시지를 심는 방식으로 확산을 유도했다.
고환암은 15세에서 44세 남성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이며, 조기 발견 시 99%까지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62%는 이 사실을 모르고, 5명 중 1명은 아예 자가 검진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암협회 창립자인 마이크 크레이크래프트(Mike Craycraft)는 “튜토리얼이 지루해서 남성들이 자가 검진을 꺼린다면, 그건 큰 문제”라며, “I See Balls는 그 어색함을 유머로 넘기고, 참여로 연결시켜준다.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고 말했다.
‘I See Balls’는 전통적인 방식이 막힐 때, 새로운 창의적 방법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유머는 인식을 위한 트로이 목마가 되고, 사소한 이미지 하나가 생명을 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