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 도와주세요] 두 번의 경쟁 PT 끝에 수주한 프로젝트, 광고주는 1년이 넘도록 깜깜 무소식입니다

[변호사님 도와주세요] 두 번의 경쟁 PT 끝에 수주한 프로젝트, 광고주는 1년이 넘도록 깜깜 무소식입니다

  • 이창훈 변호사
  • 승인 2024.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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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A'사는 지방에서 하이엔드 레지던스(Residence) 개발을 기획하며, 마스터플래닝, 디자인 콘셉트, 네이밍, 로고까지 철저히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사전분양을 위한 마케팅. 이를 위해 'A'사는 여러 광고회사에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며 본격적인 입찰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2023년 7월, 총 4개의 에이전시가 참여한 치열한 입찰전이 시작되었습니다.

'R'사는 이 입찰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습니다. 약 3.5주 동안 밤낮없이 전략을 세우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제안을 완성한 끝에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A'사는 공식 이메일을 통해 수주 통보를 하며 협업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프로젝트의 시작은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3주 뒤,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A'사의 투자사 'I'가 "분양광고에 더 경험이 많은 회사를 선정해야 한다"며 재입찰을 지시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A'사는 'R'사에 재비딩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황당함과 분노가 치밀었지만, 'A'사의 상무는 "꼭 R사와 이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 역량을 다시 한 번 증명해 달라"고 설득했습니다. 이미 막대한 리소스를 투입한 'R'사는 현실적 판단 끝에 재입찰에 다시 참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2023년 10월 말, 재비딩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재입찰에는 분양광고 경험이 풍부한 2개사를 포함해 총 4개사가 초청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사는 이번에는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로 약 한 달간 모든 자원을 집중해 PT 준비를 마쳤습니다. PT 현장에는 'A'사의 투자사인 'I'도 자리했고, 'R'사는 독보적인 전략과 창의적인 제안으로 압도적인 평가를 받으며 또 한 번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도 잠시,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냉각과 PF(Project Financing) 자금 조달의 어려움으로 프로젝트는 계속 연기되었습니다. 2024년 12월 현재까지도 프로젝트는 깜깜 무소식입니다. 두 번의 입찰 과정에서 'R'사가 투입한 시간과 노력은 두 달을 넘었고, 이에 따른 리소스 손실과 기회비용은 막대한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R'사가 취할 수 있는 법률적 조치와 대응책은 무엇일까요?

본 사안은 2번의 입찰을 통해 낙찰되어 본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R'사는 'A'사에게 본 계약서에 근거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우선, 계약서상의 계약기간 조항을 토대로 계약이행 독촉을 하고 그에 따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계약해제 조항을 토대로 계약을 해제하고 이행이익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낙찰 후에 본 계약까지 체결되지 않았다면, 계약서에 근거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계약의 계약체결을 위한 준비단계 또는 계약의 성립과정에서 당사자의 일방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대방에게 손해의 결과가 발생된 경우(민법 제535조의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에 해당된다고 할 것입니다.

대법원도,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 참조).

이 경우의 손해배상금으로는, 계약교섭의 부당한 중도파기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 그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일방이 신의에 반하여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교섭을 파기함으로써 계약체결을 신뢰한 상대방이 입게 된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로서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된다고 믿었던 것에 의하여 입었던 손해 즉 신뢰손해에 한정된다고 할 것입니다.

여기서의 신뢰손해란 예컨대, 그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지출한 계약준비비용과 같이 그러한 신뢰가 없었더라면 통상 지출하지 아니하였을 비용상당의 손해라고 할 것이며, 아직 계약체결에 관한 확고한 신뢰가 부여되기 이전 상태에서 계약교섭의 당사자가 계약체결이 좌절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지출한 비용, 예컨대 경쟁입찰에 참가하기 위하여 지출한 제안서, 견적서 작성비용 등은 여기에 포함되지 아니합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 참조).

 


법무법인(유한) 정률 이창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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