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전통과 비전통이 엇갈리는 펩시의 반전 행보들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전통과 비전통이 엇갈리는 펩시의 반전 행보들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4.07.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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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 스마트 캔 (이미지 출처 Fast Company)
펩시 스마트 캔 (이미지 출처 Fast Company)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펩시의 마케팅 총책임자(CMO)가 지난 6월 칸 국제광고제가 열리는 현장에서 ‘펩시 스마트 캔(Pepsi Smart Can)’이라고 이름 붙은 펩시의 새로운 캔을 공개했다. 워낙 광고·마케팅계의 거물급과 언론계 인사들이 몰리다 보니 칸에서 이런 신제품이나 새로운 경영 방향 등의 발표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2년 전에 넷플릭스 CEO는 칸에 와서, 넷플릭스에서 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펩시의 이 캔은 음료를 담는 게 아니고, 심(SIM) 카드를 이용하여 콘텐츠를 담고, 볼 수 있다. 음료가 담기지 않은 음료 캔으로, 펩시의 디자인 담당자는 펩시는 단순히 마시는 음료 카테고리에만 있는 게 아니라, 브랜드로서 다른 브랜드들과 주의 (attention)을 끌기 위해 경쟁을 한다고 말했다. 경쟁자의 예로 슈퍼스타 가수인 비욘세의 새 앨범을 들었다. ‘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라는 한때 마케팅계를 휩쓸었던 것과 비슷하게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는 언급을 했다. 음료가 없는 음료 용기라는 반전을 시현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펩시의 반전 행태는 갑작스럽게 솟아난 건 아니었다.

올해 초 슈퍼볼에서도 펩시는 약간은 특이한 행보를 보여주었다. 1월의 마지막 날에 펩시는 라스베가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슈퍼볼의 중계 TV 프로그램에 광고하지 않으나, 대신 어느 건물 하나의 스폰서로서 협업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시점이나 파트너 건물의 상징성 등을 고려할 때 분명히 슈퍼볼을 염두에 둔 행보였다. 바로 라스베가스의 랜드마크의 하나로 떠오른 스피어(Sphere)였다. 2만 명 수용의 공연장이자 구체의 외양은 옥외광고판의 구실을 하는, 높이 112미터에 지름 157미터인 세계 최대의 구체 건물로 2023년 9월에 선을 보인 스피어를 발 빠르게 슈퍼볼 기간에 자신들의 광고 무대로 활용한 것이다. 이를 두고 어느 광고 잡지의 기사에서는 ‘비전통적인 광고를 전통적인 매체에 창조(create traditional media around the untraditional advertisement)’라는 표현을 썼다. 스피어의 광고 측면에서의 본질은 광고 역사를 얘기할 때, 가장 오래된 광고 매체라고 하는 옥외광고 간판의 일종이다. 120만 개의 하키 공 만한 LED로 구성했다는 기술적인 측면과 거대함은 그 자체를 완전히 새로운 매체로 인식하게 했다.

슈퍼볼로부터 떠나려는 전초적인 움직임을 펩시는 몇 년 전부터 보여주기도 했다. 슈퍼볼 광고의 역사에서 펩시는 라이벌인 코카콜라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탄산음료 카테고리라는 업종을 넘어서도 버드와이저와 슈퍼볼 광고의 왕좌 자리를 놓고 대적할 만한 유일한 기업이었다. 그런 펩시가 2010년에 슈퍼볼 현장 TV 중계에 광고를 집행하지 않고,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만 광고를 내보냈다. 당시 SNS의 위력을 보여준 사건으로 꼽히는데, 다음 해에 슬며시 다시 TV 광고로 되돌아왔다.

슈퍼볼에서 펩시가 오랫동안 터줏대감으로 주인처럼 행세한 경기 이외의 대표적 슈퍼볼 이벤트가 있으니, 바로 하프타임 쇼였다.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만큼이나 사람들의 이목이 하프타임 쇼에 집중됐다. 그 쇼를 이끄는 스타가 누구인지 추측하고, 주인공이 결정되면 어떤 퍼포먼스를 벌일 것인지, 그리고 쇼가 진행되는 중간에 어떤 해프닝이 일어날지 순간순간이 모두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벌어지고, 당연히 그 스폰서의 이름이 ‘펩시 하프타임 쇼’라는 식으로 노출되고 언급되었다. 이런 하프타임 쇼의 메인 스폰서이자 타이틀 스폰서의 자격을 펩시는 2022년 이래 포기했다.

이어서 올해는 실시간 중계에 광고를 싣지 않으면서 스피어에 광고를 집중했다. 4시간여에 이르는 경기를 포기하고 라스베이거스라는 공간을 얻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를 전통의 옥외광고라고도 볼 수 있지만, 최첨단의 기술이 집약된 비전통의 매체인 스피어, 전통의 실시간 중계가 아닌 경기가 열리는 도시의 랜드마크를 잡는 비전통의 방식을 택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후 6월에 펩시는 전통의 콜라 캔인데, 음료가 들어가지 않은 ‘스마트 캔’이란 이름을 붙인 비전통의 광고 매체로서 자체 제품의 포장(packaging)을 선보인 것이다. 올해 펩시의 이런 전통과 비전통이 엇갈리며 반전을 만들어내는 행보가 어디까지 갈지 주목된다.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G_BAT대표, 인하대 초빙교수, 이화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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