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이 그렇게 자신이 없나요?

내 작품이 그렇게 자신이 없나요?

  • 최영호 기자
  • 승인 2024.03.27 2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재 광고계를 둘러싼 환경은 좋지 않다. 단순히 좋지 않다가 아니라, 가혹할 정도로 좋지 않다. 많은 회사, 광고인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을 만날 수도 있다. 잘못하면, 광고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광고계 모두, 서로 격려하고 함께해야 한다. 혼자 힘만으로는 절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우리가 하나가 되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좋지 못한 관행은 끊어내야 한다.

그래서 매드타임스/매드클럽은 우리가 끊어야 하는 잘못된 관행, 우리가 개선해야 할 것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광고계의 “Best Practice”를 많이 발굴해서 광고산업의 악순환을 끊고 선순환해서 제대로 된 광고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런 일은 함께해야 한다. 광고산업 발전을 위한 의견 개진은 누구든지 언제든지 환영한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우리 광고인 – 광고주, 광고회사, 제작사 등 광고계 종사자는 광고를 작품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애정이 있는 것. 광고가 온에어 되면, 소비자의 반응을 살핀다. 제일 중요한 것은 소비자니까.

그런데 가끔 소비자가 아닌, 언론의 눈치를 볼 때가 있다. 광고에 관한 평가를 너무 쉽게 기사로 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모 회사가 새로운 서비스, 정확히는 플랫폼을 론칭하며 광고를 제작, 집행했다. 론칭 광고이기에, 자연스럽게 타깃의 호기심이나 관심을 끌고 서비스를 알리는데 집중했다. 나름 반응은 괜찮았다. 그런데 “호기심만 끌고 내용은 없다”는 평이 나왔다. 광고주와 광고회사는 비상에 걸렸다. 

사실 연예인이나 드라마 이야기는 누구나 쉽게 한다. 칭찬하든, 비판하든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광고도 누구나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광고를 쉽게, 그리고 많이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광고를 친숙하게 생각하고, 타깃인 소비자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광고주나 광고회사에는 좋은 피드백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전문가라는 이름을 달고, 공식적으로 평을 한다? 솔직히 말이 안 된다. 광고인들은 비공식적으로 술자리에서는 다른 회사나 광고인의 광고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지만, 공식적으로 그것도 자기 이름을 걸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특히 부정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왜일까?

우선 광고인들은 하나의 광고 캠페인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선택을 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광고주나 광고 품목의 상황을 다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흔히 광고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다양한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 타깃도 모르는 상황에서 광고를 잘 만들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는 없다.

그리고, 광고 캠페인은 결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참 진행 중인 캠페인을 잘 만들었네, 못 만들었네 이야기할 수 없다. 광고 목적이나 타깃에 따라 광고 콘셉트나 표현은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 광고 한 편, 그것도 온에어된 지 한 달도 안 된 광고를 잘못 만든 광고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게다가 요즘은 광고를 철저하게 타기팅해서 집행한다. 주요 국내외 광고제 심사위원들은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고를 심사해야 할 때가 많다. 광고 타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사위원에게는 출품 신청서를 제공한다. 광고제는 출품회사에게 광고 배경, 목표, 타깃, 크리에이티브 콘셉트 등에 대해 출품신청서에 쓰게 한다. 심사위원은 출품신청서를 보고 광고의 배경과 목적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하고 광고물을 평가한다. 대충 타깃이 뭐고 이래서 이렇게 한 것 같고 모델은 왜 저 사람을 썼고... 하는 것은 그냥 아마추어가 술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 광고는 론칭 광고이다. 론칭 광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단 출시하는 품목을 알리고 소비자의 호기심이나 관심을 끌어야 한다. 그래서 티저를 많이 활용하기도 한다. 론칭은 많은 말이 필요 없다. 모든 것을 이야기하려고 한다면, 소비자는 지루해하고 바로 외면할 것이다. 그래서 론칭 광고는 그 후에 본 편 광고나 프로모션이 진행된다.

그런데 광고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지만, 품목의 내용이 안 보인다고 한다면, 론칭 광고가 뭔지 아는 사람일까? 진짜 광고 전문가일까?

광고주나 광고회사는 자신의 광고를 못 만들었다고 하면, 안절부절못한다. 광고를 만들고 매체 집행에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에서 공식적으로 “너희 광고 안 좋아”라고 한다면, 어떨까? 기분은 나쁘겠지만,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다. 광고도 모르는 사람들과 싸워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상당수 광고주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미디어와 타협하려고 하고, 광고회사에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

그런데, 광고주는 광고 전략과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계획에 대해 다 컨펌했다. 광고주가 컨펌하지 않은 크리에이티브나 미디어 집행은 없다. 자신들이 최종 선택하고 결정한 광고를 좀 듣기 싫은 소리가 있다고 광고회사에 해결하라고 할 정도로 자신들의 선택이 그렇게 자신이 없나? 당당하게 너희가 틀렸다고 말을 못 할까? 언론에 대해 항상 을일 수밖에 없는 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다면, 그냥 무시하면 되지 않을까? 광고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언론이 아닌,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광고회사도 그렇다. 자기가 만든 광고가 그렇게 자신 없나? 광고회사에서는 광고를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조사와 수많은 회의, 제작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리뷰, 소비자 선호도 조사, 그리고 광고주 리뷰까지 거치고 온에어된다. 그런데 술자리에서나 나올 이야기에 흔들리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추어 한 마디에 상당한 기간, 많은 사람의 노력을 무시 당해도 좋을까? 솔직히 현재 광고회사는 을도 아닌, 병, 정이다. 그래서 광고주 눈치 보고 언론 눈치 보고 시민단체 눈치 보고.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눈치만 보고 있을 것인가?

내 작품에 자신 있고 당당해지려면, 공부밖에 없다. 시장과 소비자를 공부하고, 트렌드를 공부하고, 좋은 광고를 많이 봐야 한다. 그리고 많이 놀고 많이 경험해야 한다. 광고인은 노는 것도 잘 놀아야 한다. 그게 공부다.

꼰대라도 좋다. 예전 이야기 하나 하겠다. 광고계에 “헐렁이 아저씨”라고 있었다. 한 달에 한두 번 주요 광고회사를 돈다. <Archive>를 비롯한 외국 디자인, 광고 잡지를 팔기 위해서다. 많은 광고인이 비싼 돈을 주고 잡지를 샀다. 좋은 광고가 있으면, 오려내어 스크랩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제일기획의 <아트와 카피의 행복한 결혼>이다.

그리고 광고주가 시키는 것만 하지 않았다. 광고주를 리드하고 광고주에 적극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공부”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공부”했기 때문에, 내 작품에 대해 자신 있고 당당할 수 있었다. 제작비가 모자라서 멋진 광고물, 소위 때깔나는 비주얼은 아니어도, 시장과 타깃에 맞는 전략과 크리에이티브였기에 훌륭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내 작품에 자신이 없으니까 쪽팔려지는 것이다. 내 작품에 대해 자신 있고 당당하다면, 아마추어 아니 사이비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그냥 무시하면 된다. 괜히 감정 낭비, 돈 낭비할 필요로 없다. 필요하다면, 논리로 이기면 된다. 혼자 할 수 없다면, 우리 광고업계 모두가 함께하면 된다.

우리가 쪽팔리지 않는 방법의 하나는 “공부”하는 것이다. 진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