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그들이 광고비를 많이 쓰니까, 언론사들이 조용히 있는 거지(They buy a lot of advertising and, with that, the silence of the media).”

공정한 보도를 외치지만, 광고 매출이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대부분의 언론사는 큰 광고주들의 눈치를 알게 모르게 본다. 언론사와 대기업의 ‘유착’이라는 부정적 표현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쓰이는 이유다. 한국에서 문제점이라고 자주 언급되는데, 위의 볼멘소리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저런 말을 한 인물은 의외인 것 같기도 하고, 그의 기업이 광고하지 않기로 유명했기에 그럴 만하다며 고개를 끄덕이게도 한다. 절대 강자로 보이는 미국의 기업인이 2024년 1월 초에 자신의 SNS에서 한 말이다.
주인공은 일론 머스크이다. ‘실리콘밸리의 테슬라 소유자들(Tesla Owners Silicon Valley)’이라는 X(이전 트위터) 계정에서 ‘혼다가 연료펌프 결함으로 250만 대의 차량을 리콜했는데, 언론에서 아무 소리가 없다. 테슬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모든 언론에서 떠들어댔을 거다’라고 비아냥거리는 언급을 했다. 머스크가 그런 피해의식에 같은 SNS인 X, 바로 자신이 소유한 X에서 위와 같이 응답했다.
대통령이라는 권력자의 최측근으로, ‘First Buddy’라는 그를 지칭하는 신조어까지 나왔는데 저렇게 약자 연하던 시절이 있었나 아득하기만 하다. 작년 2024년 1월의 그는 사실 그럴 만도 했다. 트럼프를 그가 적극 지지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으나, 트럼프의 당선은 불확실했다. 트럼프 지지를 비롯한 그의 정치 성향과 극우적 언행을 이유로 X 광고를 중단하는 대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미국 기업도 아니지만, 현대자동차까지 2024년 4월에 X 광고를 중단할 정도였다.
광고주들의 X 이탈은 머스크가 트위터를 2022년 하반기에 인수한 직후부터 시작되었다. 애플, IBM, 디즈니와 같은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2023년에 X에 광고를 중단했다. 머스크는 X를 떠나는 대기업들에 ‘Go fuck themselves’라는 일반인들도 하기 힘든 욕설을 공개적으로 퍼부었다. 그런 쌍욕 뒤에는 무차별 고소를 통한 법정 소송까지 이어졌다. 실제 숫자를 보면 일견 과도하게 보이는 일론 머스크의 초조함이나 대응이 이해되는 구석도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인수하기 전해인 2021년 트위터의 광고 매출은 45억 달러였다. 인수 다음 해인 2023년에는 반 토막도 안되는 20억 달러로 떨어졌고, 2024년에는 앞자리가 1로 바뀌어 19억 달러를 기록했다. X에 집행한 광고비 기준 상위 100대 기업의 지출 절대 규모가 떨어졌다. 2024년 상반기가 머스크 인수 직전인 2022년 상반기 대비하여 68퍼센트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 2024년 하반기, 구체적으로 11월 대선 결과 발표 이후 분위기가 바뀐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First Buddy’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록가수가 콘서트에서 방방 뜨듯, 당선 축하 무대의 트럼프 옆에서 환호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선보였다. 자신의 암호 화폐와 공교롭게 약자 이름이 같은 ‘정부효율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수장으로 임명되고, 전기톱을 휘두르는 모습을 선보였다. 거칠 게 없었다. 놀랍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X에 광고주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대선 직전에 일론 머스크가 극우보수 성향의 조 로건이라는 이의 팟캐스트에 출연하여 ‘트럼프가 승리하면 X에 광고 보이콧하는 것도 끝날 거야’라며 한 호언장담이 현실화하고 있다.

‘공포와 호의가 머스크 휘하의 X로 광고주들을 돌아오게 하고 있다(Fear and favor brings back advertisers back to X under Musk).’
머스크가 휘두르는 전기톱이 자신에게 향할지 모른다는 공포는 별 준비 없이 내지르는 관세 등 정책 발표를 보면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 잘만 보이면 머스크와 트럼프가 제공하는 혜택을 입는 것도, 그 어느 정권보다 가능해 보인다. 실제 머스크는 X에 광고를 중단했던 기업에 무차별 소송을 걸었다가, 다시 광고하면 바로 취하하곤 했다. 줄을 서면 확실한 호의를 베풀어 준다는 신호를 수차 보낸 바 있다. 작년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인 2024년 11월 13일에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에서는 이미 이런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의 호의를 기대하며 광고주들이 X로 돌아갈 채비를 마쳤다(Advertisers set to return to X as they seek favour with Elon Musk and Donald Trump).’
이런 게 ‘현실 세계(real world)’라고 해야 하나. 그러기에는 너무나 염치가 없어진 세상이다.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서경대학교 교수